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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피플라운지] “퍼즐 조각 하나 빠진 한국 전환금융…공시·검증 체계 시급”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4.27 07:04
수정 2026.04.27 07:04

한국, 투명성 갖췄지만 기준·관리 미흡

영국 ‘섹터별 계획+금융’ 통합 설계

“투자 축소 아닌 전환 설계 필요”

지난 23일 오후 전남 여수시 베네치아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를 계기로 방한한 롭 파탈라노 런던정경대(LSE) 교수 겸 경제전환전문성센터(CETEx) 상임이사가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한국은 전환금융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 전환계획을 평가할 공시와 정보 기반이 부족하단 평가가 나왔다.


그 결과 투자 판단이 어려워지고, 민간 자본 유입과 실제 실행이 지연되고 있단 지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역시 자율지침에 머무른 수준이어서 금융이 투자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전남 여수에서 런던정경대(LSE) 산하 TPI 센터와 경제전환전문성센터(CETEx), 녹색전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롭 파탈라노 LSE 교수 겸 CETEx 상임이사를 현장에서 만났다.


안토니나 쉬어 TPI 센터 정책 부국장은 화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롭 파탈라노 상임이사는 영란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금융시장 정책을 총괄한 국제 금융정책 전문가다.


G20 지속가능금융 워킹그룹과 녹색금융네트워크(NGFS) 등 국제 협의체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LSE 산하 경제전환전문성센터(CETEx)에서 글로벌 전환금융 전략과 정책 협력을 총괄하고 있다.


안토니나 쉬어 부국장이 속한 TPI 센터는 전 세계 약 87조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들이 활용하는 기후 전환 평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글로벌 투자 판단 기준을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두 전문가의 진단은 명확했다. 한국 전환금융은 ‘방향’은 있지만 ‘투자 판단 구조’가 미흡해 실제 자본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퍼즐 하나 빠진 상태…구체성·관리체계 보완 필요”


쉬어 부국장은 한국 전환금융 정책을 “퍼즐 조각 하나가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후 예산을 설정하고 추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글로벌 기준 대비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지출 계획 측면에서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구체성과 세부적인 관리 측면에선 개선이 필요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의 자율 적용을 전제로 설계돼 있으며, 공시 기준과 외부 검증 체계도 명확히 의무화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이 기업의 전환계획을 투자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정보 기반이 부족하고, 결과적으로 민간 자본이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단 지적이다.


전환금융의 실행이 지연되는 근본 원인은 ‘자금 부족’이 아니라 ‘투자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와 기준의 부재’라는 분석이다.


“불명확한 계획, 투자 못 해”…민간 자본 유입 구조 부재


롭 파탈라노 런던정경대(LSE) 교수 겸 CETEx 상임이사는 전환금융의 핵심으로 ‘명확성’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섹터에 얼마를 투자하고 어떻게 자금을 배분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민간이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정부의 계획을 보고 ‘이 프로젝트가 수익이 나는 구조인지’를 판단한다”며 “판단이 가능해야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민간 자본이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정책 방향은 제시했으나, 산업별 전환 경로와 이에 대응하는 금융 공급 구조는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단 지적이다.


지난 23일 오후 전남 여수시 베네치아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롭 파탈라노 런던정경대(LSE) 교수 겸 경제전환전문성센터(CETEx) 상임이사와 안토니나 쉬어 TPI 센터 정책 부국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파탈라노 상임이사는 영국 사례를 통해 전환금융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그는 “영국은 전환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섹터별 전환계획과 파이낸싱 계획을 함께 통합해 설계하고 있다”며 “이 과정은 정부가 주도하는 넷제로 위원회(한국의 기후에너지환경부같은 조직)와 협력해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정부 정책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민간도 이를 기준으로 투자와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책 신호의 명확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G20 국가로서 이러한 전환금융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파탈라노 상임이사는 “한국도 이러한 구조가 마련되면 G20 국가들에 전환금융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고, 민간 자본의 참여도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오는 2028년 한국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환금융 체계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공시·검증 공백…“한국 기업에 불이익 우려”


ESG 공시 체계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특히 전환계획 공시와 스코프3(공급망 배출) 정보 부족이 핵심 리스크로 지목됐다.


쉬어 부국장은 “금융위원회 등 한국 정부와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전환계획 공시와 스코프3 부분에서 일정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코프3 배출량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기업은 전체 배출량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공급망에서 어느 정도의 탄소 노출이 있는지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보 제공이 지연되면 투자 판단 자체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화석연료 기반 산업이나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공급망 배출 비중이 커서 스코프3 관리가 전환계획의 핵심 요소”라며 “이 부분이 빠지면 전환의 실질적인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이 목표를 제시할 경우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까지 함께 공시해야 한다”며 “전환계획 공시는 기업 신뢰성과 직결되는 요소”라고 했다.


“고배출 산업, 투자 축소 아닌 전환 설계 핵심”


전환금융의 핵심은 고배출 산업에 대한 단순한 투자 축소가 아니라, 해당 산업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탈탄소를 이유로 고배출 산업 투자를 줄이면 포트폴리오상의 배출량은 낮아질 수 있지만, 실제 산업 전환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단 것이다.


결국 투자 회피가 아니라 전환을 전제로 한 자금 배분과 산업 전략, 즉 섹터별 전환 계획과 기술 투자, 금융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전환금융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쉬어 부국장은 “전환금융은 투자자와 국가, 기업 모두에게 고배출 산업에서의 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라며 “탈탄소화를 이유로 단순히 고배출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보면 고배출 산업 비중을 줄이면 배출량은 낮아질 수 있지만, 실제 산업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미래 지향적인 접근”이라며 “단순한 투자 축소가 아니라 전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과학 기반 목표 설정 ▲현황 대비 벤치마킹 ▲섹터별 계획 연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표를 설정한 뒤 현재 수준과 비교해 현실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섹터별 계획과 1.5도 목표 정합성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실행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오후 전남 여수시 베네치아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 및 기업 전환계획 간 시너지 확대: 한국 사례 조명’ 세미나 직후 계기로 방한한 롭 파탈라노 런던정경대(LSE) 교수 겸 경제전환전문성센터(CETEx) 상임이사가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파탈라노 상임이사는 산업 전환 문제를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철강 등 탄소 집약 산업의 경우 녹색 전환이라는 외부 요인을 잠시 제외하고, 기업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먼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5년에서 10년을 놓고 봤을 때 지금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단순히 구조조정 여부를 논하기보다 혁신이 없을 경우의 리스크를 따져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도 짚었다.


파탈라노 상임이사는 “중국과 유럽 기업들은 이미 수소와 첨단 기술에 투자하고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역시 동일한 판단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그는 “환경 요인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정부 부담 증가와 함께 주주와 사회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에너지 위기 대응력까지 함께 고려하면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탄소 집약 산업일수록 기술 혁신을 통한 전환이 합리적인 경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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