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만 인수 10년…이재용 회장 '선구안' 통했다
입력 2026.04.22 13:00
수정 2026.04.22 20:36
7조→15조 '외형 급성장'…영업이익률 10% 육박
인수 10년 만에 역대 최대 실적…수익성까지 잡아
오디오 기업서 전장 핵심으로…미래차 체질 개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공식화한 지 10주년을 맞았다. 하만은 외형 성장을 거듭하며 전장과 오디오를 양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당시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한 이재용 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와 함께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2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약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투입해 하만 인수를 발표했고, 2017년 3월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는 당시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특히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뒤 처음 진행된 인수합병으로 관심이 쏠렸다.
인수 이후 하만의 외형은 빠르게 커졌다. 2017년 7조원대였던 매출은 2019년 10조원을 돌파했고, 2025년에는 15조7000억원을 넘겼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수익성 역시 10%에 근접했다.
사업 구조도 재편됐다. 현재 하만 매출의 절반 가량은 전장 사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문 음향과 블루투스 스피커 등 오디오 사업에서도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소니, 보스 등 경쟁사를 압도하는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와 만나 배터리 및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삼성전자
이 같은 성과는 이재용 회장의 전략적 판단에서 출발했다. 삼성은 반도체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미래차 전장 부품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낙점했고, 하만 인수를 통해 단숨에 시장에 진입했다. IT 기술과 전장 부품의 결합이라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시너지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만의 전장 솔루션은 삼성의 5G 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과 결합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환경에서의 안정적 통신과 차량 제어, 위성 기반 연결성 등 첨단 기능 구현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삼성전자 역시 하만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와 스마트 플랫폼 영역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하만의 투자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모기업 삼성의 지원 아래 하만은 2025년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약 15억유로에 인수하며 자율주행 역량을 끌어올렸다. 이어 헝가리에 연구개발(R&D) 및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유럽 전장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12월 23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 사업을 인수했다. 왼쪽부터 마티아스 미드라이히(Mathias Miedreich) ZF CEO,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 크리스천 소봇카(Christian Sobottka)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부문 사장이 이날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삼성전자
오디오 분야에서도 공격적 행보가 이어졌다. 하만은 같은 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하며B&W 스피커 부문 및 데논, 마란츠, 폴크 오디오 같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를 통해 하이엔드부터 대중형까지 아우르는 '슈퍼 오디오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하만의 지난 10년을 "삼성식 체질 개선의 성공 사례"로 본다. 전장과 오디오라는 이질적 영역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낸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하만의 오디오 분야의 기술적 깊이와 삼성전자의 혁신 역량을 결합해, 전 세계 고객들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향유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