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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차 배우 정지훈에게도 낯설었던 ‘사냥개들2’의 빌런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4.19 09:23
수정 2026.04.20 06:48

글로벌 불법 복싱 리그 운영자 백정 역

“백정은 사이코, 클리셰 모두 지워 막막해”

배우 정지훈이 데뷔 28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단순한 사이코패스가 아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욕망을 실현하는 ‘사냥개들2’의 백정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빌런을 완성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사냥개들2’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과 때로는 갈등하고, 또 때로는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다소 낯설지만 그래서 색다른 악역이 완성됐다.


ⓒ넷플릭스

정지훈은 극악무도한 불법 사채꾼 일당을 때려잡은 건우와 우진이, 돈과 폭력이 지배하는 글로벌 불법 복싱 리그를 상대로 스트레이트 훅을 날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2’에서 불법 복싱 리그 운영자 백정은 연기했다.


백정은 복싱 챔피언도 무너뜨릴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의 복서지만, 어둠의 리그에서 군림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인기 시리즈물의 새 시즌에서,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악역을 맡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개성 강한 백정이라면 ‘도전’의 이유가 충분하다고 믿었다.


“그동안 악역 제안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명분이 없었다. 그냥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역으로는 기억에 남을 수가 없겠더라. (제안 온 캐릭터들은) 뭔가 ‘잘해보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은 역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액션도 있고, 일단 재밌었다. 감독님과의 미팅 자리에서 ‘내가 악역을 하면 이 역할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백정은 ‘거친’ 악역이었다. 정지훈 또한 백정의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나가며 시청자를 설득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백정을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인물로 표현, 서사의 탄탄함 보다는 ‘사냥개들2’만의 독특한 악역을 원했다.


이에 정지훈은 현장에서도 거듭 김 감독과 대화하며 경로를 수정해 나갔고, 치열한 과정 끝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백정을 통해 ‘압도적인’ 공포감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백정은 사이코다. 일단 ‘내가 최고’라는 인식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건 무조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연기를 잘하고 싶어 이것저것 짜가면 감독님이 ‘백정은 설득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시더라. 일단 화가 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유 있게 웃다가 변형을 시켜보면 어떻겠냐고 말해도 ‘아뇨, 그냥 숨이 막히게 해 주세요’라고 하시더라. 전형적인 악역과는 달랐다. 클리셰를 조금이라도 따라가면 안 되겠냐는 말도 감독님께 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오히려 많지 않았던 대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착해 보이는 대사는 다 제거했다. 현장에서 막막함을 좀 느꼈다.”


정지훈 또한 처음 경험하는 작업 방식이었다. 대본 분석도, 캐릭터 연구도 필요 없는 ‘독특한’ 백정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까지 지워야 했다. 그럼에도 정지훈은 김 감독을 믿었다. 그 과정을 ‘미션’이라고 표현한 정지훈은 완성된 ‘사냥개들2’를 보고 나서는 ‘본 적 없는’ 악역이 탄생한 것 같아 만족했다.


“저는 원래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여긴다. 작품이 잘 안 되면 1번으로 배우 탓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안다. 그럼에도 배를 탄 이상 감독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여긴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어려웠다. 일단 화가 나 있고, 대사도 없는 상황에서 ‘백정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질문을 하셨었다.”


‘사냥개들2’의 액션도 색달랐다. 액션 영화 ‘닌자 어쌔신’으로 미국에도 진출한 정지훈에게도 복싱 액션은 힘들었다. 거친 성격만큼이나 실력도 압도적인 백정의 액션을 완성하기 위해 감정 연기만큼이나 치열하게 액션에 임했다.


ⓒ넷플릭스

“다양한 액션을 접했는데, 복싱이 제일 힘들고 또 무서웠다. 백정은 특히나 거대하고, 압도적이어야 했다. 배우 태원석이 시즌1에서 그런 역할을 했었는데, 그보다 더 압도적인 면모가 필요해 몸도 좀 키웠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운동은 지방을 없애 날렵함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엔 근육이 거대하면서도 스피드가 있는 몸이 필요했다. 사실 마이크 타이슨 말고는 그럴 수 있는 복싱 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감히 그런 면모를 따라 할 수 있을까 싶더라. 코치님과 기본기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5, 6시간 꾸준히 했다. 복싱은 바로 티가 나는 종목이다. 당연히 열심히 하는 거지만, 정말 힘들게 했다.”


“다시 한번 절실하게 했다”고 말할 만큼 하얗게 불태운 작품이었다. ‘사냥개들2’로 보여준 새 얼굴은 물론,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하며 쉼 없이 달려 나갈 계획이다. 최근 숏폼 드라마가 흥하는 것을 보며, 편집까지 직접 배우고 있다는 정지훈이 또 어떤 도전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줄지 기대가 된다.


“나는 몸으로 뛰지 않으면 홍보가 안 되는 시절 일을 했다. 지나고 보면 ‘어떻게 저렇게 했지’ 싶다. 그런데 이후 후배들이 정말 잘 되고, 그 후배들 덕분에 나도 활동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 그 배경엔 우리의 선배들이 닦아두신 길도 있었을 것이다. 발전 속도는 과거의 10년이 지금 1년도 안 되는 것 같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래서 옛날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왕년에’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도 배워야 한다. 춤도 아직 후배들에게 배운다. 배우지 않으면 따라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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