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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엘무원"…'차화정 시대'와 작별하는 LG화학 [기자수첩-산업]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4.17 07:00
수정 2026.04.17 08:00

'엘무원' 신화 흔든 희망퇴직·사업 매각·현장 통제

중국발 저성장 늪 빠진 범용 석화 구조적 한계

반도체·전장 소재 2조 키워 포스트 석화 승부수

ⓒAI 이미지

'엘무원(LG+공무원)'. 높은 진입장벽과 공무원 못지않은 고용 안정성 덕에 얻은 '엘무원'이라는 별칭은 LG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수식어였다.


그중에서도 업계 맏형인 LG화학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였다. 2010년 전후 국내 증시를 호령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장세 속에서 화학공학 전공은 고연봉과 안정이 보장된 황금 티켓이었고, 최상위권 엘리트들은 주저 없이 LG화학을 종착지로 택했다.


그랬던 이 회사가 이제는 '엘무원'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희망퇴직과 사업 매각, 현장 근무 통제까지 동시에 꺼내 들었다. 특히 20년 이상 근속한 장기재직자부터 1990년대생 30대 실무진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된 대목은 한때 안정의 상징으로 통하던 LG화학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는 이들일수록 낯선 장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LG화학만의 위기라기보다 석유화학 산업 전반이 맞닥뜨린 구조 변화의 결과다. 영원할 것 같던 석유화학의 호황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과 자급률 상승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범용 제품 위주의 구조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공장을 돌리기만 하면 막대한 부를 만들어냈으나 이제는 가동률을 높일수록 손해가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의 다이어트는 단순히 굶어서 버티는 식의 고육책으로 본다면 아쉽다. 불필요한 지방을 걷어낸 자리에 근육을 채우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수익성이 낮거나 미래 전략과 거리가 있는 사업을 덜어내고, 그 자원을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다시 배분하는 선택과 집중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는 수익성이 낮은 일부 IT 소재 사업을 정리해 왔고,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범용 중심 자산 재편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범용 석유화학의 시대가 끝나가는 자리에서 LG화학은 이제 '많이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남는 사업을 하는 회사'로 바뀌려 하고 있다. 최근 제시한 반도체 및 전장 소재 사업 전략은 이런 변화의 방향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LG화학은 현재 1조원 수준인 해당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2조원으로 두 배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단순히 생산 규모를 키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경쟁력을 옮기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규모의 경제만으로 중국과 맞서는 대신 수익성과 기술력을 앞세운 사업 구조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뜻에 가깝다.


한때 '엘무원'이라는 말은 LG화학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상징이었다. 높은 진입장벽과 안정적인 고용, 업황이 흔들려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체력이 이 회사를 특별하게 보이게 했다.


그러나 지금 LG화학이 보여주는 생존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정의 신화를 스스로 깨는 데서 출발한다. 과거의 성공 공식에 기대지 않고, 남길 사업과 버릴 사업을 냉정하게 가르며, 고통스럽더라도 체질을 바꾸는 쪽을 택한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한때 '엘무원'이라는 단단한 껍질 속에 있던 LG화학도 이제 그 세계를 깨고 나오려 한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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