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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테면 해보라?'…가이드라인 없는 중복상장 예외적 허용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4.16 17:12
수정 2026.04.16 17:22

중복상장 예외적 허용 받으려면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받아야

가이드라인 없이 참고사례만 제시

금융위 "기업들이 먼저 고민해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 축사에서 "중복상장에 대해 엄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도입해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조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내걸고 3차례 상법 개정을 매듭지은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중복상장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국 대비 중복상장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주식이 저평가되고 있는 만큼,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증시 부양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자금조달 기회가 줄어드는 기업 입장에선 중복상장 예외적 허용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당국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제도 안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 축사에서 "중복상장에 대해 엄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도입해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조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상장'인지 '상장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상장'인지를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합리적 심사기준과 관련해 거래소는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를 제시했다.


특히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선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에 대해선 설문조사로 주주 의견을 취합한 '참고사례'만 제시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은 셈이다.


임흥택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서도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도 "(중복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마다 여러 사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구체적으로 무언가(가이드라인)를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보는 일반주주 동의 여부 판단 기준을 설정할 경우 "결국 그것만 또 집중하게 돼서 본질이 흐려지는 부분도 있다"며 "획일적으로 세세한 기준은 좀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불가피하게 중복상장에 나서야 한다면, 기업이 직접 일반주주를 설득하되, 관련 근거는 재주껏 마련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주주 보호, 주주 예우에 대해선 하나의 정답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는 기업들이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외적 허용과 관련한 규범이 전무한 만큼,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기조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복상장 금지 '부작용' 우려도
"신사업 투자 감소 가능성"
"벤처 생태계 위축될 수도"


세미나에선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상 중복상장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나현승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중복상장 대신 유상증자를 택할 경우 지배주주 지분이 평균 5~1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한 채 사업을 확장하려면 중복상장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복상장 금지에 따라) 지배권을 유지하려 사업을 포기할 경우 신성장 동력이나 신사업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복상장 제도 개선이 정부 창업 활성화 정책과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장법인이 신설 또는 인수한 회사를 상장하는 것도 예외적으로 허용키로 한 만큼,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이 빈번한 벤처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가 된 자회사 상장이 막힌다면 벤처 생태계가 상당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일괄적인 원칙적 규제보다는 예외와 유예의 방법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달 중으로 중복상장 관련 규정 개정 예고에 나선 뒤, 의견 수렴 및 보완 등을 거쳐 6월 안으로 개정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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