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 카드 꺼낸 국민연금…'수익률 저하·독립성 훼손' 우려도
입력 2026.04.16 07:09
수정 2026.04.16 07:09
환헤지 비율 10%→15%…최대 20%까지 리스크 관리
달러 매도 물량 확대 기대, 환율 상승 압력 완화 효과
파생거래 중심 구조 한계…고환율 추세 전환은 '역부족'
수익률 저하 부담 현실화, 기금 독립성 훼손 우려 가중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위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전격 확대하며 외환시장 안정화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할 '방어카드'가 나왔다는 기대감이 감돈다.
동시에 기금 수익률 저하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4일 회의를 열고 해외 투자 자산의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기존 10%에서 15%로 5%포인트(p) 상향 조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여기에 운용역의 판단에 따른 전술적 환헤지 비율 5%를 더하면 최대 20%까지 환위험 관리 범위가 넓어진다.
환헤지는 미래에 받을 외화를 현재 환율로 미리 고정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는 장치다.
환헤지 비율이 높아지면 달러 선매도 거래가 늘어나 시장 내 달러 매도 물량이 확대, 환율 상승 압력이 완화된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국민연금이 보유한 막대한 달러 자산을 활용해 시장 간접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환헤지 비율을 5% 상향하면 시장에 약 30조~40조원의 달러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환헤지는 현물 달러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위험 회피 수단이다.
글로벌 거시경제 흐름에 따른 구조적인 고환율 추세를 꺾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단 지적이다.
특히 '기금 수익률'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고환율 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환헤지 비중이 높으면 그만큼 누릴 수 있는 환차익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연금 고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환율 안정 목적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위해 장기 수익률을 희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평가다.
국민연금 수장의 발언도 정책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최근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외신 인터뷰를 통해 "1400원대 초반이 적정한 균형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연기금 수장이 특정 환율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시장에선 단기적인 심리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환율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자산 규모가 큰 만큼 환헤지 비율 확대는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을 완충하는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은 금리 격차 등 거시 변수에 의해 결정되므로 이번 조치는 구조적 흐름을 바꾸기보다 변동성을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환헤지는 파생상품을 활용한 위험 관리 수단으로, 환율의 장기 추세를 바꾸는 정책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국민연금의 참여는 시장 안정 신호를 주는 간접 효과는 있지만, 환율 방향 자체를 좌우하기는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이 수익률 극대화와 장기 안정성에 있다"며 "정책적 목적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수익률 저하나 기금 운용의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