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벌의 그린 재킷’ 우승하는 법 증명한 로리 매킬로이
입력 2026.04.13 10:23
수정 2026.04.13 10:23
우즈 이후 24년 만에 마스터스 2연패
캘린더 그랜드슬램 가능성에 이목 집중
마스터스를 2연패한 로리 매킬로이. ⓒ REUTERS=연합뉴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18번홀 그린 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마지막 퍼트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자, 조지아주의 하늘에는 거대한 함성이 메아리쳤다.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24년 만에 나온 2년 연속 우승이다.
지난해 그린 재킷을 입었던 매킬로이는 잭 니클라우스(1965·1966), 닉 팔도(1989·1990), 타이거 우즈(2001·2002)에 이어 마스터스를 2회 연속 제패한 전설로 자신의 이름을 골프 역사에 아로 새겼다.
우승 직후 ‘버틀러 캐빈’에 들어선 매킬로이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자부심이 교차했다. 그는 "하나의 그린 자켓을 얻기 위해 17년을 기다렸는데, 이제 두 벌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입을 뗐다.
이어 "그동안 이 골프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인고의 시간들이 비로소 보상받는 기분이다. 이번 주말은 정말 힘들었지만, 목요일과 금요일에 벌어둔 점수가 결정적이었다. 끝까지 버텨낸 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킬로이의 시선은 이제 캘린더 그랜드슬램으로 향한다. ⓒ AFP=연합뉴스
실제로 이번 우승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2라운드까지 6타 차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마스터스 역대 36홀 최다 타수 차 리드 기록을 갈아치울 때만 해도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73타로 주춤하며 위기를 맞았고, 최종 라운드에서도 파인 니들(소나무 낙엽) 위에서 샷을 하는 등 고비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의 매킬로이가 압박감에 무너졌다면, 올해의 매킬로이는 달랐다. 그는 "작년 우승이 등 뒤에 있던 '800파운드의 고릴라(큰 부담감)'를 내려놓게 해줬다. 덕분에 흔들릴 때도 훨씬 침착할 수 있었다"며 심리적 변화를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통산 6승째를 달성하며 닉 팔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유럽 선수로는 해리 바든(7승) 이후 최다승 기록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코스 매니지먼트 능력치를 더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파5 홀에서만 압도적인 버디 쇼를 펼치며 자신의 장점인 장타력을 극대화했고,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과감한 플레이로 타수를 지켜내는 모습을 선보였다.
마스터스를 2연패한 로리 매킬로이. ⓒ AFP=연합뉴스
마스터스 2연패로 기세를 올린 매킬로이의 시선은 다음 달 열릴 PGA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US 오픈, 그리고 디 오픈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캘린더 그랜드 슬램(한 시즌 4대 메이저 전관왕)'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PGA 챔피언십은 비교적 공격적인 플레이가 통하는 코스 세팅이 많고, 이는 이미 두 번의 우승을 경험한 매킬로이의 장점과 맞아떨어진다. US오픈은 난도가 높지만, 최근 그의 정교함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디 오픈 챔피언십 역시 링크스 코스 경험이 풍부한 그에게 유리한 무대다.
과거 많은 선수들이 마스터스 우승 이후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와 견제로 페이스를 잃었던 경우가 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매킬로이는 다르다. 경험이 쌓였고, 자신의 플레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이를 이겨내고 ‘우승하는 법’을 알게 됐다.
'포스트 타이거' 시대를 넘어 진정한 '로리 매킬로이의 시대'가 찾아올지, 거침없는 그의 질주에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