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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협상 결렬, 내심은? [김구철의 소프트파워 외교]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4.13 08:16
수정 2026.04.13 09:42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파스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의 마라톤 종전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이란 1차 종전 협상 결렬


미국과 이란의 1차 대면 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밴스 미국 부통령은 12일 새벽 마라톤 협상을 끝낸 뒤 바로 “협상은 결렬됐다.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입장에 간극이 크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사생결단의 전쟁을 40일이나 치르고 종전 협상이 단판에 타결되리라 믿었다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이다. 이란으로서는 제네바 3차 협상 직후 전쟁을 시작한 미국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또 첫방에 수뇌부 49명을 잃은 상실감도 클 것이다.


미국도 이란에 대해 불신과 원한이 깊다. 지난 1979년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으로부터 시작해 여러 차례 이란의 테러 행위로 인명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쟁을 떠나 두 나라는 구원(舊怨)이 너무나 깊다.


1차 협상이 아무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미국의 중재로 시작된 영국과 아일랜드공화군(IRA)간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은 휴전 이후 양쪽이 협상장에 들어서는데 만도 3년이 걸렸다.


그에 반해 이번 협상은 휴전 단 사흘만에 종전 협상을 위해 양 당사자가 얼굴을 마주했다. 대면 협상 성사, 양 당사자가 협상을 원한다는 사실 확인, 준 정상급 고위인사 참석, 대규모 협상단 모두 큰 성과다. 200명이나 되는 초대규모 미국 대표단은 경호 보안 수요에 부응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란 대표단의 인적 정보를 수입하고 면면을 파악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나쁜 경찰과 좋은 경찰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진행된 11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목표물 200곳을 때렸고 최소 97명이 사망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밤 영상 성명을 내고 “아직 할 일이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이란이 종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헤즈볼라 공격 중단을 요구해도 이스라엘은 절대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도 말리는 척이지, 진심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해야 이란이 협상을 서두르고, 양보하게 된다.


전형적으로 ‘나쁜 경찰 좋은 경찰’(Bad Cop, Good Cop) 게임이다. 즉 미국의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긴밀하게 조율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열흘 남짓한 휴전 기간 내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집요하게 공격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도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위한 첫 대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네타냐후는 “진정한 평화 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원하는 것, 농축과 해협


협상의 난제는 핵과 호르무즈 해협으로 요약될 것이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통해 두 가지를 확인했다.


국가 생존권과 관련된 핵, 세계 경제와 직결되는 호르무즈 해협.


핵을 갖지 못하면 이란이란 나라 자체가 언제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보장 받아야 세계 석유 시장에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란은 낮은 농도라도 좋으니 우라늄 농축‘권’을 인정받고 호르무즈 해협의 실효적 통제‘권’을 조약과 국제법으로 인정받고 싶다. 미국은 두 가지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


낮은 농도의 농축‘권’을 허용했더니 60%까지 고농축하는 판이니 우라늄 농축은 절대 안된다. 양보해 줄 수 있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필자가 언급한 바 있듯) 결국 기뢰가 문제다. 전투가 끝나도 기뢰가 남아 있는 한 해협은 봉쇄 상태다. 이란은 자신들이 뿌린 기뢰가 어디 있는지 탐지할 능력도 제거할 능력도 없다.


멍텅구리든 스마트 기뢰든 기뢰 제거는 일본이 세계 최고다. 그런데 일본은 기뢰 탐지와 제거만 능할 뿐 공중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드론, 함포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일본은 완전한 종전 이전에는 기뢰 제거에 나설 수 없다. 즉 기뢰 제거는 해협의 완전한 평화가 대전제인 것이다.


해협 봉쇄, 트럼프는 웃는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있을수록 단기적으로는 미국 에너지 산업에 호재다. 일본과 한국, 중국, 대만, 인도 등은 걸프 지역의 원유와 가스가 막히면, 다른 곳에서 석유와 가스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결국 러시아, 미국, 베네수엘라산이다. 러시아산은 제재로 묶여 있으니 미국산과 미국이 통제하는 베네수엘라산뿐이다.


미국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1 MMBtu(million metric British thermal unit·100만 영국 열량 단위)에 3달러선에 거래된다. 그런데 아시아나 유럽 수출 가격은 12달러에서 19달러다. 정말 엄청난 폭리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묶을수록 본의 아니게 미국의 호주머니에 큰 돈을 채워주는 꼴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호르무즈에 매달릴수록 속으로는 웃으며 기다릴 것이다.


사실 지난해 미국이 한국, 일본과 관세 협상을 하다 말고 미국 에너지 산업에 수천억 달러 투자하라고 압박할 때는 웬 뜬금없는 에너지산업 투자인가 싶었다. 그런데 올해 벽두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연행하고 이란을 공습하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란은 트럼프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움직여 줬다. 걸프 연안국 석유와 가스 인프라를 파괴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다. 세계는 미국 에너지를 구걸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받은 5500억 달러와 한국으로부터 받은 3500억 달러로 미국 채굴 시설, 정제시설, 터미널 등 물류 에너지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일본과 한국에 비싼 값으로 석유와 가스를 판매한다.


이제 시간은 트럼프 편


이미 이란은 내심 종전 협상을 원한다는 내심을 들켜버렸다. 히든카드를 오픈한 이상, 이란은 더이상은 블러핑도 레이스도 할 수 없다. 사실 이란은 경제적 피해도 피해려니와 인명 피해도 엄청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미사일과 폭격기로 공격한 이란 목표물은 1만3000 곳이나 된다. 미사일 발사대같은 작은 목표물은 사람이 한두 명 붙어 있지만 통제본부나 통신본부 등은 줄잡아 수십, 수백명이 상주한다. 공장이나 미사일 발사기지, 핵 시설 등도 비슷하다. 그러니 한 군데 10명씩만 잡아도 줄잡아 십 만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란은 더 견디기 어렵다. 시간은 트럼프 편이다.


조만간 이란과 미국은 다시 마주 앉을 것이다. 그리고 두어 차례 더 결렬 쇼를 벌이다가 4월말쯤, 미국과 이란은 종전 협상 전격 타결 소식을 전할 것이다. 이때 쯤이면 일본과 한국은 미국 에너지기업과 무진장 비싼 가격에 장기 도입계약을 체결한 상태일 수도 있다.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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