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미래 사업 재편 속도내는데…노란봉투법이 '발목'
입력 2026.03.11 14:30
수정 2026.03.11 14:30
현대모비스, SDV·로보틱스 등 신사업 체질개선 가속화
현대차그룹 의존도 줄이고 해외 수주 늘리기 집중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노조 아우성
"유니투스 아닌 원청 나와라"…노조리스크 커져
전국금속노조 소속 현대모비스 자회사의 노동조합이 지난 1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램프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모비스가 미래차 기술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꾸며 글로벌 수주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노란봉투법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램프사업부 매각을 둘러싸고 노조가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반발하면서 사업 구조 개편 작업에 노사 갈등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소속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조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원청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모비스 램프사업부 일방적 매각 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실질적 사용자이자 진짜 원청인 현대모비스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엄중히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유니투스를 방패막이로 삼지 마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의 바탕에는 현대모비스가 올 1월 공식화한 램프사업부 매각이 있다. 램프사업부를 프랑스 OP모빌리티에 매각하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올 상반기 중 매각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특히 노조가 투쟁을 벌인 이날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된 첫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핵심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도록 하는 원청의 사용자화가 핵심이다.
이들 노조는 각 소속 자회사와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노봉법 시행에 따라 원청인 현대모비스와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램프사업부의 매각 여부를 자회사가 아닌 현대모비스가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램프사업부의 매각 여부를 결정한 주체도, 경영 방향을 통제해 온 주체도,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주체도 현대모비스"라며 "결정권자가 나오는 진짜 교섭, 책임 있는 주체가 서명하는 공식 교섭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가 쥐어짐에 따라, 노조의 요구가 지속된다면 현대모비스의 신사업 개편 작업에도 큰 부담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부 매각을 결정한 건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비핵심 사업 정리 수순이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로보틱스,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차량용 반도체 등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단순 부품 공급 업체에서 벗어나 미래차 핵심 기술을 확보한 글로벌 모빌리티 부품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램프사업부 뿐 아니라 성장성이 둔화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024년에는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현대차에 양도했고, 중국에서는창저우 현대모비스 등 현지 법인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미국 배터리시스템 제조법인의 생산 자산을 스텔란티스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현대모비스의 사업 구조 개편과 맞물려 장기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사업 투자와 조직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커질 경우 사업 재편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사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현대모비스 역시 그룹의 사업과 맞물려 사업 구조를 발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과 자회사 간 교섭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리스크가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