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 과반 참여에도 결론 부정…의료계 반발 속 의대증원 방향은
입력 2026.01.13 12:00
수정 2026.01.13 12:48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사 인력이 중장기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다는 공식 추계가 다시 제시됐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가 과반 참여한 추계위원회에서 도출된 결론임에도 의료계의 입장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2035년 부족한 의사 수가 최소 1535명에서 최대 4923명으로 전망했다. 2040년엔 최소 5704명에서 1만1136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의료 수요 증가에 비해 의사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세부 수치와 가정에는 이견이 존재하지만 인력 부족 가능성 자체는 과거 정부 시기 추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의료계는 전 정부 당시 의대 증원 추진을 두고 근거와 논의가 부족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추계 방식이 불투명했고 의료 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논의 구조를 바꿨다. 추계위원회 구성에서 보건의료 정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정부 측 위원 수를 줄이고 의료인을 과반 이상 포함시켰다. 회의록과 속기록 등도 공개했다.
현재 추계위는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 구성 대부분이 의과대학 교수, 의사단체 정책연구기관 관계자 등 의료계 인사들이다.
특히 과반 이상을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병원협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의료계 단체에서 추천했다. 추계 과정에서 의료계 입장이 구조적으로 배제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이번 추계 결과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추계 방식의 불확실성과 예측 한계를 지적하며, 의사 부족 전망이 곧바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의료계가 직접 참여한 구조에서 나온 결론마저 부정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논의의 출발점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절차를 문제 삼았지만 절차가 보완된 이후에도 반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논의가 다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추계 결과를 토대로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027학년도 입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다음 달 설 연휴 전까지 의대 정원에 대한 결론을 낼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학과 교수는 “어떤 내용의 반박이 쉽지 않을수록 논의의 초점은 ‘무엇이 결정됐는가’보다 ‘어떻게 결정됐는가’로 옮겨간다”며 “이는 특정 집단이나 사안에 국한된 현상이라기보다는 정치·행정·정책 영역 전반에서 반복돼 온 패턴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행정·정책 논쟁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실체적 쟁점과 절차적 쟁점이 분리돼 움직인다는 점”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은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지만 동시에 실체적 결론을 직접적으로 부정하기 어려울 때 선택되는 논쟁 경로로 기능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