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구교환이 말하는 해피엔딩의 다른 이름 [D:인터뷰]
입력 2026.01.04 10:58
수정 2026.01.04 10:59
영화 ‘만약에 우리’는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와 정원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과 기억을 다시 마주하는 현실 공감 멜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친구로 처음 만났던 15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한 현재의 감정을 차분히 되짚는다.
꿈 말고는 가진 것 없던 시절의 빈곤했지만 뜨거웠던 사랑과, 그 이후의 삶이 교차하며 영화는 청춘의 한 단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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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은 극 중 게임 디자이너 은호 역을 맡았다. 과장된 설정이나 극적인 장치보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법한 인물로 은호를 그려내는 것이 그의 강점이다. 말투와 태도, 선택의 망설임까지 인물의 생활감을 축적해온 구교환의 연기는 ‘만약에 우리’가 포착하는 청춘과 재회의 순간을 보다 현실적인 감정으로 끌어당긴다. 그렇게 구교환은 스크린 속 인물이 아니라, 관객 각자의 기억과 겹쳐지는 얼굴로 은호를 완성해간다
이처럼 구교환의 연기는 인물을 설명하기보다, 장면 안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데서 힘을 발휘한다. 은호라는 인물의 감정과 선택이 과장 없이 축적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연출자의 디렉션과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도영 감독님의 디렉션을 어느 영화보다 더 섬세하게 들으려고 했어요. 영화마다 입구랑 출구는 정해져 있는데, 컷마다 다르게 가보려고 했고요. 감정의 레벨도 최대한 세밀하게 조절하려고 했어요. 엔딩에서 강 앞에 쪼그려 앉아 우는 장면에서는 제가 그렇게 오열할 줄은 몰랐어요. 가영 씨 표정이 너무 서러워서, 그걸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상대 배우가 이렇게까지 영감을 주는 배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구교환이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이야기뿐 아니라, 함께 작업하게 된 연출자에 대한 신뢰도 크게 작용했다.
“김도영 감독님은 이 작품 전부터 배우로서도 존경하던 선배였어요.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고, 이분이라면 저를 은호로 잘 만들어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영화는 '먼 훗날 우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구교환은 원작의 명성이나 서사에 기대기보다 자신이 맡은 이야기의 현재형 감정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원작은 아직 못 봤어요. 대부도 아직 못 봤는데, 그래도 대부가 훌륭한 이야기라는 거랑 그 서사는 알고 있어요. 먼 훗날 이 트리트먼트 스토리를 알고 나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은 했고,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던 찰나에 선물처럼 이 시나리오를 받았죠. 그래서 이 작품은 정말 좋은 리메이크 곡을 만드는 느낌으로 임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개봉하고 나면 원작도 꼭 챙겨볼 생각이에요.”
구교환은 사랑할 때와 재회의 순간 사이 1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연기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민했따.
“10년이 지나도 은호가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10년 만에 친구를 다시 만나 보면, 대화하다가 예전 모습이 불쑥 튀어나오잖아요. 정원이 기억하는 예전 은호의 말투나 장난스러운 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하려고 했어요.”
취업 실패가 거듭되면서 은호의 선택은 점점 빗나가고, 그 여파는 가장 가까운 관계인 정원에게 먼저 닿는다. 배우로서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그 감정은 어느새 개인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기도 한다.
“픽션이니까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었어요. 저는 사실 매번 실패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실패에 함몰되지는 않으려고 해요. 제게는 완성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많고, 제작되지 못한 것들도 정말 많거든요. 예전에는 글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언제든 다시 쓰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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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은 이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이 이야기가 사랑의 결실보다는 은호와 정원이 각자의 시간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잘 이별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은호가 취업에 성공하고 아버지가 되는 것도 저는 해피엔딩이라고 보고요. 이 작품은 결국 잘 이별하는 법을 보여주는 청춘 영화인 것 같아요. 잘 헤어졌다는 게 오해를 푼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렇게 느끼게 되는 거잖아요. 영화 안에서 은호와 정원은 잘 헤어진 것 같고, 영화가 두 사람을 잘 헤어지게 만들어줬다고 느꼈어요.”
구교환이 연기를 대하는 기준은 준비 과정과 현장에서의 태도로 이어진다.
“제 연기는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재능은 노력인 것 같아요. 그냥 하지는 않죠. 항상 책임감을 느끼고, 장면을 계속 생각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해요. 장면마다 준비 방식도 다르고요. 연설 장면이 있으면 소리 내서 외쳐보기도 하고, 날것의 장면이라면 일부러 절반만 준비하고 가기도 해요. 장면에 맞는 훈련법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멀리 있는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내가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처럼 남고 싶어요. 드라마나 영화 리딩할 때도 첫선을 그렇게 하거든요. ‘당신의 주변입니다’라는 마음으로요.”
연출과 연기를 오가며 작업해온 만큼, 구교환의 관심은 하나의 역할에 머무르기보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쪽으로 향해 있다. 이옥섭 감독과 공동연출한 ‘너의 나라’에서 그의 연출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제 최종 목표는 연출도 하고 출연도 하는 걸작을 만드는 거예요. 아직은 많이 멀었고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솔직히 아직 어려워서 훈련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다 보면 연출을 해보고 싶어지고, 연출을 하면 또 연기를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언젠가는 스탠딩 코미디도 꼭 해보고 싶어요. 안 웃기면 어쩌지 싶은 두려움도 있죠.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미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