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깡통대출' 1조원 넘게 '쑥'…심상치 않은 증가세
입력 2025.11.20 07:06
수정 2025.11.20 07:06
이자조차 못받은 대출 1년새 32.1%↑
중소기업 중심으로 무수익여신 급증
생산적금융 따라 관련 부실 늘수도
올 3분기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지난해 말 대비 32.1% 급증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국내 시중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에서 더 이상 이자를 거둘 수 없게 된 이른바 '깡통 대출'이 1년 새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두운 경기 전망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기업대출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보니, 앞으로의 부실도 나날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4조199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1% 급증했다.
3분기 만에 1조207억원 급증한 것인데, 지난해 1년 동안 4261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매우 빠르다.
게다가 같은 기간 이들의 총여신은 2.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대출이 늘어나는 것보다 그 중 무수익여신이 불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얘기다.
무수익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없는 대출을 뜻한다. 대출을 내주고도 이자조차 받지 못해 깡통대출이라 불린다.
이같은 현상은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무수익여신은 올 들어 1827억원 증가했는데 반해,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동안 8383억원 늘었다.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데, 경기 침체로 이자를 갚을 여력이 부족한 부실 기업이 크게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늘어난 무수익여신 가운데 60%가 중소기업대출이라는 통계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무수익여신 12조4517억원 중 59.7%인 7조4366억원이 중소기업대출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계대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중심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투자 및 기술 개발 등 생산적인 길로 자금이 흐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대출 확대 전략을 펼침과 동시에 이와 관련한 리스크도 관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을 따르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리스크가 한순간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