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팃 포 탯' 전략을 아시나요 [기자수첩-산업]
입력 2025.09.24 07:00
수정 2025.09.24 07:00
中 TV, '가성비'에서 '프리미엄'까지 전선 확대 속도
韓 TV, 프리미엄 기술 경쟁만으론 생존 어렵단 지적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25 중국 하이센스 부스에서 RGB 미니 LED가 전시되고 있다.ⓒ연합뉴스
'팃 포 탯(Tit-for-Tat)'은 게임이론의 고전 전략입니다. 상대가 협력하면 협력하고, 배반하면 배반으로 맞서는 방식이죠.
쉽게 말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입니다. 최근 미·중 간 관세 전쟁에서도 이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145%의 대중(對中)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125% 대미(對美) 관세로 맞불을 놨죠. 이후 미국이 관세를 낮추자, 중국 역시 보복관세를 인하했습니다.
아주 단순한 논리의 개념이지만, 승부에서 쉽게 패하지 않게 해주는 명료한 전략입니다. 교훈도 명확합니다. 국제 무대에서 확인된 이 전략은 산업 전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이센스, TCL 등 중국 TV 제조사들은 최근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IFA2025에서 RGB(빨강·초록·파랑) 백라이트 기반 TV를 공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RGB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인지 한 달 만이었습니다.
RGB TV는 한 대 값이 고급차와 맞먹는 초프리미엄 라인업에 속합니다. 중국이 '가성비'로 중저가형 TV 시장을 점유하던 데서 이제는 프리미엄까지 전선을 확장한 셈입니다.
한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차별화를 외칠 때 중국은 중저가·프리미엄을 모두 점유해가는 양상을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TV 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을 뒤쫓아오기 바빴습니다. 때로는 우리 기업들의 전략을 베끼면서까지 추격자가 아닌 경쟁자 지위를 자처했죠. 최근 보여주는 흐름을 보면, 중국은 어엿한 경쟁자로 성장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TV 사업 실적 부진을 겪으며 인력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에 신규 인력을 받지 않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섰고, 급기야 VD사업부를 대상으로 경영진단까지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죠. LG전자는 TV 사업을 맡고 있는 MS사업본부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었습니다. 최근엔 희망퇴직을 전사로 확대하기도 했죠.
이쯤에서 다시 팃포탯을 떠올려봅니다. 중국이 가성비 전략으로 치고 나올 때, 한국도 중저가 제품을 통해 맞불을 놓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용석우 삼성전자 VD사업부장은 IFA 2025 간담회에서 "'이 정도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가격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사업 전략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프리미엄 기술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팃포탯 전략을 떠올리며 우리 기업들도 중저가형 시장에 보다 더 집중해보는 것도 방법일 거 같습니다. 정교한 색을 구현하는 RGB TV처럼, 한국 TV 산업의 전략도 정교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