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의 경고장: 정년연장, 미래세대의 일자리 위협한다
입력 2025.09.18 07:30
수정 2025.12.11 09:44
'먹고사니즘' 핵심은 일자리…모두에게 절실
청년들, 국내외 불안정에 절망적 상황 처해
최근 현대차 노조는 정년 64세 연장 요구
'기생세대' 전락하나…세대 상생 논의 필수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입법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먹고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장 절실한 문제다. 이를 두고 '먹고사니즘'이라 일컫는데, 그 핵심은 일자리다.
일자리가 있어야 개인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고, 사회는 지속해 나갈 힘을 얻는다. 나아가 일자리는 미래세대에게는 사회초년생으로서 새로운 출발의 문제, 중장년층에게는 생존과 존엄의 문제, 기업과 정부에게는 성장과 지속 그리고 책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자리를 두고 하는 논의들은 언제나 민감할 수밖에 없다.
먼저 대한민국의 청년정책을 살짝 들여다보자.
청년정책은 일자리, 주거, 교육, 생활·복지, 참여·권리 총 5대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단연 일자리 분야다.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 및 고용' 문제를 각자의 인생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기 때문이다.
지금 청년들이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쉬었음 청년(15~29세) 50만 명' '주요 대기업 신입 공채 규모 대폭 축소'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 축소' '취업 어려움으로 은둔 상태 지속'……우울한 키워드들이 청년들의 녹록지 않은 상황을 보여준다.
'쉬고 있는 청년(쉬었음 청년)'¹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포기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절반 이상이 구직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다수는 직장 경험자다.
그렇다면 왜 '쉬었음 청년'이 자꾸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청년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진 것에 비해 '내가 가고 싶은 일자리', 즉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기성세대의 일부는 '너희가(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이는 청년들이 각자의 삶을 꾸려가는 일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관세 전쟁, 내수경기 침체 등 국내외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신규 채용의 절대적인 수도 줄고, 내가 가고 싶은 질 좋은 일자리도 줄고, 이러나저러나 청년들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65세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추가 고용 비용으로 30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연합뉴스
'노조'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의 주장은 무엇인가.
최근 현대차 노조가 정년 64세 연장, 임금 인상, 통상임금 확대 등을 요구하며 7년 만에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국내 산업계를 잔뜩 긴장시킨 것은 '정년 64세 연장' 요구. 만약 단일 사업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사가 정년 64세에 합의하게 되면, 그 여파는 산업계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교섭을 마무리하며,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정년 연장'은 현재 제도를 유지하되, 향후 관련 법 개정에 대비해 노사 협의를 지속하기로 한 점이다.
새 정부가 '정년 연장'을 국정과제로 확정한 만큼, 그에 힘입어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굉장히 민감한 정책 영역이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미래세대의 가장 큰 염려는 무엇보다 신규 채용 축소에 있다. 현재 임금체계는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승급 형태로 임금이 올라가는 제도인 연공급 중심이다. 이 때문에 직무의 난이도나 생산성과 무관하게 나이가 들수록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대로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청년들은 그 부담이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져, 미래세대가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을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는다. 그래서 '노조 간부와 기성세대 중심의 정년 연장' 시도를 매우 깊이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5일, 미래세대인 청년들은 노조의 '정년 연장' 주장에 맞서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최근 불거진 정년 연장 논의를, 강성노조가 정부를 압박해 '정년 연장'을 법제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국회를 압박해 청부입법으로 '정년 연장'을 시도하려는 강성노조에 '기생세대'로 전락하게 될 것을 경고하며, 세대 간 상생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적극 요구했다.
정년 연장은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표적인 의제로써 복잡한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정 정년을 늘린다고 하는데,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구심이 든다.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형식적인 대화의 장에 그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이 '연예인 팬 서비스'는 아니지 않는가.
만일 이번에도 '노조'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졸속 추진한다면, 세대 갈등의 심화만 불러오게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 특정 집단의 이해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 간 '균형'을 위한 진정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¹쉬었음 청년
'쉬었음 청년'이란,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청년 중 지난주 활동 상태에 대한 질문에 "그냥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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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