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귀환…'어쩔수가없다', 부국제 서막 올린다 [30th BIFF]
입력 2025.09.17 16:10
수정 2025.09.18 11:10
베니스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연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개막시사 및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 배우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이다.
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 시사 후 "오래 준비해온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돼 감개무량하다"라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처음이라 설렌다. 게다가 30주년에 오게 돼 뜻깊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떨리는 마음을 안고 개막식에 참석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이병헌은 "촬영 마치고 이렇게까지 기다렸던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저 또한 제 작품 중 처음으로 개막작으로 영화제에 오게돼 기대된다"며 '어쩔수가없다'가 개막작에 선정된 소감을 전했다.
손예진은 역시 "저도 마찬가지로 영광이다. 처음으로 일반 관객들과 보게 돼 설렌다. 어떻게 반응해 주실지 기대된다.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박희순은 "아름다운 작품에,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어쩔수가 없다. 박찬욱 감독님이 선출 역으로 선출해주셨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는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 배급사 CJ ENM, 제작사 모호필름, 당대 최고의 영화인들이 만든 작품이다. '어쩔수가없다'를 개막작으로 선정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어쩔수가없다'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박 감독은 "원작 읽고 바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결심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은 이유는 이 소설에 이미 있는 것과 아직은 없지만, 무언가 보탤만한 가능성이 떠올랐다"라며 "개인의 이야기가 사회적인 이야기가 결합돼 바깥으로 흐르고 안으로도 향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내가 좋아하는 직업에 계속 종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원작을 영화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쓰리몬스터' 이후 박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인 이병헌은 "시작하기 전 마음가짐이 특별한 건 없었다. 다만 박 감독님과 오랜 만에 작업이라 신나고 설렜다. 이번엔 또 얼마나 제미있게 작업할까란 기대감으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만수 역을 맡은 이병헌은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 평범한 인물이 큰 상황에 부딪치고 이겨나가기 위해 극단적인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변해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이 부분을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게 제 숙제였다"라고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
극중 사라져가는 제지업을 고집하는 만수를 비롯한 등장인물은, 팬데믹 이후 위기에 빠진 영화 업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영화인들이 겹쳐보인다.
박 감독은 "관객 분들은 자기의 삶을 먼저 떠올려 줄 것 같다. 다만 저는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쉽게 감정이입을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모두가 종이 만드는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주인공들은 자기 인생 자체라고 말한다"라며 "영화를 만드는 저 역시 마찬가지다. 삶에 큰 도움을 주는 현실적인 일은 아니다. 그저 2시간짜리 오락거리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생을 걸고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영화계가 팬데믹 이후 회복이 더딘 상태다. 영영 이런 상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늪에서 빠져나오는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이병헌은 "베니스, 토론토영화제를 다녀오면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제지업의 어려움처럼 영화도 어려움이 많다. 그 와중에 가장 큰 위기를 겪는건 극장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 다시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장소가 될 수 있알까 모든 영화인들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AI의 문제도 문제제기를 한다. AI가 배우, 감독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도 공통점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손예진은 "7년 만에 영화 작업이다. 얼마나 자주 오래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박찬욱 감독님 같은 분들이 영화를 더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 저도 이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성민은 "범모 역을 하며 저를 되돌아봤다. 배우가 대체될 수 있는 기술이 생긴다면 교체될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의 두려움이 '어쩔수가없다'의 메시지"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끝으로 박 감독은 "미국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집에 대한 집착, 사회 시스템 속에서 만수라는 사람의 한계, 어리석음을 각별하게 표현하려 했다. 어느나라보다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실 거라 생각한다"라고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