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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디자인, 낯선 미래가 아니라 이어진 흐름… 이진모 교수 신간 '생성적 디자인'

박영민 기자 (parkym@dailian.co.kr)
입력 2025.09.15 13:38
수정 2025.09.15 13:39

오늘날 AI, 디자이너 대체론 아닌 오랜 상상의 연속선

생성적 디자인의 확장과 함께 다가온 디자인 패러다임의 변화, ‘메타 디자이너’의 등장

이진모 교수의 신간 '생성적 디자인, 인공지능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캘거리대학교 건축도시조경대학의 이진모 교수가 신간 '생성적 디자인, 인공지능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를 펴냈다. AI와 디자인의 만남을 기술사적 맥락 속에서 풀어내며, ‘AI가 건축가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논란에 새로운 시각을 던진다.


이 교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캘거리대학에서 조교수로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전공 주임을 맡으며, 디자인 기술 전략 연구소(DESTECTIC) 소장과 통합디자인연구소(LID) 부소장을 맡고 있다. 또 AI 플랫폼 CRAIDL 공동 설립자, 북미도시 전략 컨설팅 그룹 CITYPROPHET 공동 대표로 활동하며 학계와 실무를 넘나들고 있다.


Q. 이번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AI 설계는 낯선 미래가 아니라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거다. 디자인을 수행하는 기계를 만들려는 시도, 인간이 다루기 어려운 복잡성을 고려하려는 시도, 특정 조건에 최적화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그래서 오늘날 AI만이 AI가 아니라, 이런 연속적인 맥락을 봐야 지금의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건설적인 전망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 몇 년 사이 AI는 기술적 도약뿐 아니라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건축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은 지나치게 화려한 이미지에만 치우쳐 있었다. 그래서 AI를 단순히 ‘이미지를 찍어내는 도구’ 정도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실무 건축사들은 “결국 지을 수 없는 이미지만 무차별적으로 양산한다”는 비판을 했다. 논의도 ‘인공지능이 건축을 디자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갔지만, 정작 중요한 ‘AI가 건축사의 업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 같은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AI가 건축가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흐르곤 했다.


Q. 이런 문제의식이 결국 ‘생성적 디자인’으로 이어진다고 했는데, 그 의미를 설명해줄 수 있나?

‘생성’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제작’이나 ‘가공’과는 달랐다. 자라나듯, 혹은 스스로 나오듯 생겨나는 과정을 뜻했다. 영어 generation도 본래 ‘낳다, 발생하다’라는 의미에서 왔다. 그러니까 생성은 결과물이 아니라 무언가가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 그 자체를 담고 있는 개념이었다.


Q. 그럼 ‘생성적 디자인’은 무엇을 의미하나?

식물이 자라나는 원리나 유전자가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방식처럼, 규칙과 질서 속에서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과정이 바로 생성적 디자인이다. 입력에 대응하는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가능성을 선택하는가가 핵심이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결과를 직접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생성의 구조를 설계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다.


Q. AI를 다룬 책은 많다. 이번 책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대부분의 AI 관련 도서는 기술 자체나 실용적 활용에 집중했다. 하지만 어떤 분야를 AI라는 렌즈로 다시 해석하고, 새로운 경계를 제시하려는 시도는 드물었다. 이번 책에서는 AI와 디자인을 기술사적 맥락 속에 놓고, 디자이너와 컴퓨터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패러다임 중심으로 풀어냈다. 그래야 생성적 디자인의 폭과 다양성, 그리고 그 밑바탕에 깔린 아이디어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었다.


Q. 굳이 건축설계를 중심에 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건축은 창의적 영역이면서도 제조의 영역과 맞닿아 있다. 사회·문화뿐 아니라 경제성과도 깊게 연결돼 있었다. 그래서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건축에서도 생산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컴퓨터가 가장 먼저 도입됐고, 그것이 CAD와 BIM으로 이어졌다. 사실 그 기반에는 이미 ‘생성적 디자인’의 접근이 깔려 있었다. 이런 이유로 건축이야말로 AI와 생성적 디자인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Q. 집필 과정은 어땠나?

가장 고민이 컸던 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였다. 정의에서 출발할까, 역사적 맥락을 먼저 제시할까, 아니면 요즘 가장 주목받는 생성형 AI부터 다룰까. 결국 ‘생성적 디자인이 왜 중요한가, 그리고 디자이너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책을 구성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 자신도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디자이너와 기계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생성적 디자인 기술을 다시 바라보게 된 거다.


Q. 책의 문제의식이 전시로도 이어진다고 들었다.

내년 7월 미국 아칸소 대학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생성적 디자인’ 전시가 열린다. 책에서 다룬 패러다임의 발전사를 작품과 함께 보여줄 계획이다.


Q. 실제 건축계의 상황은 어떤가?

건축계 안에서는 이미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요즘 종종 들리는 말이 ‘탈건(脫建)’인데, 건축을 떠난다는 의미다. 씁쓸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신조어였다. 사회적·경제적 배경 속에서 싹튼 자조적인 흐름인데, 여기에 AI의 등장이 변화를 더 가속화했다. 사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설계한 결과를 우리가 얼마나 타당하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공간과 디자인이 지역적 맥락에 맞는가에 대한 문화적 감수성, 그리고 디자이너를 AI로 대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한가 하는 문제까지 얽혀 있는 복합적인 사안이었다.


Q. 그렇다면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한다고 보는가?

디자이너는 점점 ‘메타 디자이너(meta-designer)’로 변하고 있다. 단순히 컴퓨터와 함께 설계를 실행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조율하고 데이터를 설계하며 결과의 방향과 의미를 결정하는 존재가 되는 거다.


Q. 메타 디자이너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그들은 단순히 도구를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컴퓨터적 사고와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며 구조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편집자가 아니라, 생성하는 시스템 자체를 디자인하는 주체인 거다.


Q.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디자인 역사 속에서 수십 년 전부터 상상되던 기술들이 이제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그 과정을 따라가 보면 AI는 돌연히 나타난 낯선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꾸준히 그려왔던 미래의 한 장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AI로 인한 무기력감보다는 ‘오늘의 상상이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길 바랐다. 그리고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길을 열어나가는 용기를 얻었으면 했다. 그게 이번 책에서 바라는 가장 큰 성과다.

박영민 기자 (parky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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