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국내 배임죄 적용·처벌 과도”...제도 개선안 발표
입력 2025.09.02 12:00
수정 2025.09.02 12:00
기업 혁신 및 투자 촉진 위한 배임죄 제도 개선방안 발표
10년간 배임죄로 기소된 인원...한국 965명 vs 일본 31명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전경 ⓒ한국경영자총협회
배임죄가 국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개선해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일 ‘기업 혁신 및 투자 촉진을 위한 배임죄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경총은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 투자 결정이 어려워졌지만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으로 정상적인 경영판단까지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기업 현장의 우려가 더욱 커진 만큼, 배임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배임죄 적용 범위를 축소·개선하고 가혹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배임죄는 배임죄 구성요건이 광범위하고 모호해 ‘일반직원’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심지어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배임죄 주체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폭넓게 규정해 임원은 물론 지시에 따라 실무를 수행한 일반직원도 배임죄 주체로 처벌이 가능하다.
반면 독일은 ‘타인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일반직원이 배임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낮다. 이에 따라 배임죄 주체를 명확화(타인의 재산 보호‧관리에 법률상 책임이 있는 사람 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배임 기준도 문제라고 봤다. 배임 행위 요건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모호하고 법원이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정당한 경영활동까지 배임 행위로 간주, 심지어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회사)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배임죄를 규정, ‘목적’이 있어야만 배임죄가 성립해 우리보다 적용 범위가 좁다. 우리나라도 배임 행위의 범위를 한정하고 손해의 개념을 명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총은 무분별한 배임죄 고소·고발과 상법상 특별배임죄 사문화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최근 10년간 배임죄 기소율은 14.8%로 전체 사건 평균 기소율(39.1%)보다 현저히 낮아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배임죄 고소·고발이 과도하게 남용됐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특별법 우선 적용 원칙에 따라 형법보다 우선 적용돼야 하지만 실무에서는 처벌 가중을 위해 형법을 주로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짚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특경법상 배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이는 살인죄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외 주요국의 배임죄 형량은 우리보다 현저히 낮아 우리나라의 과도한 형량이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적극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경총은 과도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특경법상 배임죄 규정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배임죄 적용 범위가 넓고 처벌이 가혹한 상황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이 제한적으로 인정돼 경영진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다. 독일은 주식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했고 미국은 판례를 통해 절차적 적법성만 충족되면 경영진의 판단에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배임죄는 기업가 정신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오랫동안 지적 받았지만 개선이 되지 못했던 문제”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배임죄를 개선해 어려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