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①] 선례 적은 기후에너지부, 기대·우려 속 성공 열쇠는
입력 2025.07.22 06:00
수정 2025.07.22 06:42
대선 공약 밑그림 작업 마무리 단계
‘기후’ 중심이냐 ‘에너지’ 중심이냐
환경과 산업 영역별 각자 셈법 분주
예산·권한 뒷받침 없으면 ‘도루묵’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설립을 놓고 밑그림 그리기 작업이 한창이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기후에너지부’가 조만간 밑그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환경부 기후 부서와 산업부 에너지 부서를 각각 떼어내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것으로 전망해 왔으나, 최근에는 달라진 기류도 엿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유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기후위기 대응이나 에너지 업무 등을 통합 추진할 수 있는 기후·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전력시장,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위한 규제기관의 전문성 확보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공약의 핵심 내용을 꼽아보면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정책 통합 컨트롤타워 ▲규제기관 전문성 확보로 요약된다. 이들 내용은 기후에너지부 설계의 주춧돌이 될 것들이다.
2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 전담반(TF)은 지난주 5차 회의에서 기후에너지 정책 총괄 기능을 누가 맡을 것인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바로 이날 산업부는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수소 경제 육성 등에서 기존 정책 연속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반면 환경부는 기후 적응정책과 온실가스 감축·감시 체계 연계 등을 이유로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부가 ‘단순한 에너지 공급 기관’이 아닌 ‘전력 수요와 공급의 조정 권한’을 가진 총괄 부처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탄소국경조정제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려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함께 에너지 효율화, 전력 분산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기후에너지부가 또 다른 신산업 육성과 부흥 부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후에너지부는 국가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반면 산업계는 기후에너지부가 지나치게 환경 중심으로 정책을 이끌지 걱정한다.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에너지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환경적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돼 산업계 현실과 괴리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중공업이나 제조업 등 전력 다소비형 산업이 많은 한국에서 에너지 정책은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차원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 전경. ⓒ환경부
신설 아닌 환경부에 ‘에너지’ 편입 가능성도
이처럼 환경부와 산업부가 각자 셈법이 다른 가운데 최근에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아닌 환경부에 에너지정책을 결합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기후에너지부 신설 형태에 대해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의 결합 또는 환경부 기후정책 부문과 산업부 에너지 부문을 합쳐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 상황을 묻는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에 이같이 답했다.
김 후보자는 기후에너지부는 언제 신설되는지 질문에 “지금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해 두 가지 의견을 가지고 대통령실과 협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국정기획위 위원들이 제 의견도 묻고, 협의도 했다. 장관이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기후에너지부를 어떤 형태로 신설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파트를 결합해서 기후환경에너지부를 만드는 것과 다른 하나는 환경부 기후정책파트와 산업부 에너지 파트를 합쳐서 신설하는 방안이 있다”며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국정기획위원회 기획분과장도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쟁점은 결국 환경부와 함께 할 거냐 아니냐”라며 “몇 가지 안을 가지고 대통령실과 협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산업통상자원
해외 사례도 각양각색…조직 걸맞은 권한 필요
사실 기후에너지부 관련 논란은 불가피하다. 다른 선진국 사례를 찾아봐도 ‘기후에너지부’는 많지 않다. 경제와 기후를 묶어서 정책을 펼치는 경우는 많지만, 환경 정책의 일부(기후)와 산업의 일부(에너지)를 엮어 하나의 부처로 만드는 경우는 적다.
독일 경우 경제기후보호부(BMWK)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연계해 정책을 운영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와 분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처를 만들었으나 경제에너지부에 기후 보호 업무를 붙인 개념이다.
스웨덴은 기후 기업부를 2023년 신설했다. 순환경제 전환을 바탕으로 기후와 환경, 에너지, 방사선 등까지 담고 있다. 독일과 달리 기후를 에너지보다 상위 개념으로 이해한다.
노르웨이는 2014년부터 기후환경부를 꾸려 기후 및 환경 정책을 보장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 기후생태전환부, 덴마크 기후에너지공공사업부, 네덜란드 기후정책녹색성장부 등 주요 선진국 사례다.
일각에서는 기후에너지부 설립 논란에 앞서 실질적인 재정 투자를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실제 예산 편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녹색전환연구소가 공개한 ‘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정의로운 전환 부문 목표예산 및 실제편성액 비교’를 보면 내년 목표 예산이 5062억원, 2027년에는 8474억원이지만 실제 편성 예산은 0원이다.
전문가들은 정의로운 전환의 예산 미편성 문제를 단순한 예산 부족 문제가 아니라 ‘기후정의’의 후퇴로 해석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산업 전환·지역경제 재편·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핵심 정책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조차 뒷받침하지 않는 현 상황은 기후불평등을 악화시킬 뿐”이라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예산 확보와 전 부처의 책임 있는 거버넌스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후기업부·환경에너지부…주요국, 형태 달라도 목표는 동일 [조직개편②]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