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입력 2024.12.13 07:07
수정 2024.12.13 07:07
尹, 탄핵-수사 몰려들자 ‘통치 행위’라고 약속 뒤집어
‘당에 일임’은 결국 ‘친윤계 임기 단축 개헌에 일임’
“죽어 가면서도” 한동훈이 거취 정하는 꼴 못 봐
‘탄핵 가면 이길 수 있다’라는 망상 속에 빠져 또 오판
“입법 폭거를 일삼고 오로지 방탄에만 혈안이 돼 있는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다.”
윤석열은 2차 대국민 담화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야당과 여당 친한계, 탄핵 찬성 70% 국민과의 대회전을 선언한 셈이다.
좋다. 그의 말대로 당당하게 법리 싸움을 하는 건 그의 권리다. 그러나 순서가 문제이고 거짓말이 문제다. 그는 1차 담화 때 ‘당당하게’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거짓 약속을 했다. “저의 임기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술책이었음을 ‘대국민 선전포고’로 고백한 것 아닌가?
그는 특전사령관 곽종근의 이 국회 증언으로 사실상 내란죄가 확정된 피의자다.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
이 국회 내 병력 투입-국회의원 강제 분리 지시는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인용 확률을 100%로 높였다. 이보다 더 확실한 위법, 내란 증거가 어디 있나?
윤석열은 전화로 군과 정보기관 간부들에게 직접 계엄 작전을 지시했다. 그 통화 기록들이 육성으로 국회와 언론에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나라가 창피하고 보수가 창피하다. 필자를 포함해 그를 대선 때 지지했고, 그가 나라를 살리고 융성시킬 것이라고 확신해 마지않았던 사람들이 쥐구멍 찾을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나온 말들만 모아 봐도 그가 얼마나 충동적이고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성격의 위험한 인물이었는지를 끔찍하게 보여 준다. 그는 국무회의라고 할 것도 없는(속기록도 뭣도 안 남겼다), 그날 밤 계엄 발표 직전 대통령실 접견실에 모인 장관들이 말리자 “내 판단이야!”라고 소리치며 TV 카메라가 있는 발표장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고도 한다. 극도로 흥분돼 있었다. 그의 이런 폭군 스타일 때문에 장관급들이 한 명도 평소 그의 말에 반대를 못 했다고 한다. 이런 폭로들이 앞으로 줄줄이 경쟁적으로 신문에 나게 될 것이다.
그가 1분 50초짜리, 그것도 자기가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해 탄핵에 이르게 한 박근혜의 담화를 커닝한 ‘당에 일임’한다는 사과문의 진의도 이제야 확실히 드러났다. 임기 단축 개헌을 지지하는 친윤계에게 일임한다는 뜻이었다.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한동훈은 제치고 ‘통치 행위론’을 옹호하는 친윤들과 후일을 도모하려고 했다. 내년 초 하야 대신 임기를 1년 단축해서 2026년 지방 선거와 맞춰 대선을 치르는 개헌으로 한동훈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스케줄을 폐기 처분해 주기를 바랐다. 2년 일찍 보다 1년만 먼저 내려오는 길이다.
야당은 그의 2차 담화를 보고 ‘미치광이’라는 극언했다. 망상 속에 사는 사람이란 건 맞다. 그가 직접 전화기에 대고 누구 위치 추적해라, 누구 잡아들이라고 골목대장처럼 명령한 사실들이 속속 터져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1년 이상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 알량한 기회주의자 친윤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를 지켜줄 수 있겠나?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는 탄핵 찬성’ 공개 표명 의원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었다. 한동훈이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윤석열의 ‘2~3월 하야 4~5월 대선 로드맵 사실상 거부’로 자기만 우습게 되어 버렸다.
대통령실 측근 한 사람이 “한동훈의 조기 퇴진 로드맵은 씨알도 안 먹히고 있다”라고 실토했다. 그는 ‘우리 당’을 말할 때 韓은 안중에도 없었다. 네가 뭔데 나한테 몇 달 후에 내려오라 하냐고 눈을 부라리고 있다.
윤석열은 끝까지 한동훈을 여당 대표, 국정 파트너, 그리고 익사 직전 자기를 건져 줄 실력자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죽어도 그 꼴은 못 보겠다는 그의 자멸적인, 좁디좁은 속이 이번 거짓말 꼼수에서 또 드러나고 말았다.
탄핵 심판에서 그는 현 재판관 6명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쓰나미가 몰려올 때는 법과 상식, 국민 여론 편이 된다는 건 불문가지다. 특전사령관 증언 때문에도 그는 깨끗이 망했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한동훈이 “대통령을 내가 제일 잘 안다”라고 했다고 적었었다. 그러나 틀렸다. 윤석열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는 이걸 몰랐다.
한동훈은 어제까지도 윤석열이라는 인물의 선의를 믿었다. 그가 정말로 자기 운명을 ‘당에 일임’한다고 생각했거나 생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동훈은 이제라도 이번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다음 이 운명적이고 역사적인 격랑 속에서 가장 최선의 옳은 방향을 택해, 오직 나라만 생각하는 역할에 전심전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자기만 옳다고 믿는, 위험한 과대망상 정신 상태의 ‘2020년대 폭군’ 윤석열과는 단호하게 끊어내고 새 출발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나라도 살고, 보수도 살고, 본인도 사는 길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