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다시 급등할까”…국회에 묶인 ‘현실화 계획 폐지’ 물거품
입력 2024.12.12 06:22
수정 2024.12.12 07:13
내년까지 3년 연속 2020년 시세반영률 적용하지만
여소야대·비상계엄 사태, 부동산 공시법 개정 불투명
집값 하락에도 공시가격은 오를 수도…보유세 부담 가중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던 부동산 정책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가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관측이 크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인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될 시세반영률은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0%, 표준주택 53.6%, 표준지 65.5%)으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만을 반영해 산정된다.
단독·공동주택과 토지에 대한 적정 가격을 평가·공시하는 공시가격은 지난해부터 현실화 계획 수립 전인 2020년 수준의 시세반영률이 고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수립됐다. 당시 공시가격과 시장가격 격차를 좁히고자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시세 9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 위한 계획이 담겼다.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 토지는 2028년까지 점진적으로 시세반영률을 90%로 높여나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세반영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계획에 따라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세 변동뿐 아니라 연도별 시세반영률 인상분이 더해지면서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실제로 현실화 계획이 적용된 2021년과 2022년 공시가격은 각각 19.05%, 17.20% 올랐다. 계획 도입 전 10년간 연평균 상승률이 4.6%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폭이다.
집값 급등기는 물론, 하락기에도 연도별 인상분이 반영됨에 따라 공시가격이 오르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조세·복지 등 67개 제도에서 활용되는 공시가격이 급격히 뛸 경우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도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9월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는 한편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변동률을 반영하는 식으로 산정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부동산 공시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계엄사태 이후 개정안 논의는 더욱 어려워졌단 평가다. 당초에도 여소야대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 탄핵과 임기 단축 등이 거론되며 협의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 처리는 국회 결정에 따르는 것이어서 현 상황에서 판단하긴 어렵다”며 “그동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관련 내용을 야당에도 설명하는 등 설득의 노력을 해왔다. 국회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까지는 임시방편으로 2020년 수준의 시세반영률을 적용해 지나친 공시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공시가격이 시장가격에 접근하게 되면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책은 문 정부 때부터 이어진 것이고 야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법 개정을 통해 폐기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정권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공시가격 산정 체계는 문 정부 때로 회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