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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마이크론의 매서운 추격…삼성·SK 주도 HBM 시장 뒤바뀔까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4.06.28 11:59 수정 2024.06.28 11:59

마이크론, AI발 훈풍에 내년 HBM 점유율 20% 초과 기대

삼성·SK도 기술 및 캐파 속도전…주도권 변화 생길지 관심

엔비디아 CEO 젠슨 황ⓒ엔비디아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마이크론이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전쟁에서 자신감을 어필하고 있다. AI(인공지능)향 제품 수요에 힘입어 HBM 판매 증가는 물론, 실적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마이크론은 내년 HBM 점유율을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최선단 공정 전환 및 설비 투자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3위 기업의 약진에 공고했던 삼성-SK HBM 과점체제가 흔들릴지 관심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4년 회계연도 3분기(2024년 3~5월) 실적설명회에서 이 기간 5세대 HBM(HBM3E) 매출액이 1억 달러(1387억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마이크론은 차세대 HBM 시장을 잡기 위해 4세대 HBM인 HBM3를 건너뛰고 5세대 HBM(HBM3E)으로 직행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엔비디아 물량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내며 공급 물량을 점차 늘려왔다. 이 기세로 올해 연간 HBM 매출액은 수억 달러, 내년에는 수십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향 8단 HBM3E 출하에 성공한 마이크론은 내년에는 12단 HBM3E도 양산하겠다는 계획인만큼 삼성과 SK 중심의 HBM 과점체제를 충분히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내년이면 HBM 점유율이 범용 D램 점유율(20~25%)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마이크론이 HBM 공급 전쟁에 나선 것은 가파른 AI 반도체 수요에 기인한다.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에서 HBM 매출 비중이 2023년 8.4%에서 2024년 말에는 20.1%를 기록,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차세대 HBM은 기존 HBM 보다 5~7배 비싼 고부가제품인데다, AI 시대 개화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삼성, SK, 마이크론간 전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HBM 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으며 지난 3월부터는 HBM3E 8단도 양산해 납품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5%, 마이크론 9%다.


이 기세를 몰아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개발 속도전에 돌입했다. 지난 4월 말에만 하더라도 "올해 3분기 개발 완료, 내년 공급" 계획을 세웠으나 불과 1주일 만에 "5월 샘플 제공, 3분기 양산"으로 로드맵을 전격 수정했다. HBM3E 12단은 성능과 용량 모두 전작인 HBM3 8단 대비 50% 이상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2026년 공급 예정이었던 HBM4(6세대) 12단 제품도 내년으로 앞당겨 양산하기로 했다. HBM4 16단 제품은 2026년에 양산한다. 삼성과 마이크론도 HBM4 기술 개발중이다.


삼성의 경우,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HBM3E 승부에 나섰지만 아직 엔비디아를 뚫지 못했다. HBM3E 8단 양산을 4월에 시작한 삼성은 현재 12단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중이다. 삼성전자는 HBM3E 공급 지연 우려에 대해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마이크론 HBM3E 큐브.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캡처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의 HBM3E 엔비디아 인증은 8단은 3분기, 12단은 4분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중이다. 삼성전자 없이 HBM 충분한 공급은 불가능하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인증을 적극 추진할 수 밖에 없다"며 엔비디아향 HBM 공급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3사는 HBM 기술 속도전 뿐 아니라 케파(공급능력)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파른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HBM이 가져온 반도체 상승사이클을 제대로 올라타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은 전년 대비 비트 기준 3배 이상 늘리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보다 2배 이상의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에 EUV(극자외선) 장비를 포함, HBM 일괄 생산 공정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2025년 준공 후 2026년 3분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마이크론도 케파 확대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를 추진중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테스트 및 패키징 등을 담당해온 말레이시아 공장을 HBM 전용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대만 타이중에도 HBM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중이다. 새롭게 들어서는 일본 히로시마 공장도 HBM 생산 기지로 삼겠다고 했다.


업계는 차세대 HBM 각축전에서 삼성-SK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마이크론의 지배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마이크론은 HBM과 QLC SSD 등 수요가 확실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HBM과 낸드 모두 최선단 공정 비중이 경쟁사 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 또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HBM 비중 증가와 낮은 수율로 D램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결국 HBM에서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와 공급 부족 확대 시 물량에 강점을 갖춘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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