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심해지는 ‘간질간질’ 아토피…약 있어도 못 쓴다고?
입력 2024.04.06 06:00
수정 2024.04.06 06:00
봄철, 건조함·꽃가루로 가려움증 심해져
치료제 나왔지만…교체투여 이슈 급부상
“맞춤 치료 위한 제제간 교체투여 가능해져야”
만물이 태동하는 완연한 봄, 흩날리는 꽃들 속에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토피 환자들이다. 봄철 꽃가루와 황사로 인한 건조한 기후로 가려움증이 더 심해진 아토피 환자들은 봄을 즐기지 못할 수밖에 없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아토피피부염으로 진료를 본 인원은 2018년 92만487명에서 지난 2022년 97만1116명으로 5년새 5.5% 증가했다. 100만 명에 육박하는 환자가운데 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습진 중증도 평가 지수)’ 지수가 16점 이상인 중등증 이상의 환자는 54%에 이른다.
환자 수와 별개로 아토피피부염은 피부 질환 중에서도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꼽혀왔다.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고 발병 원인을 정확하게 특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질환 특성상 만성적으로 재발하며 사람, 시기마다 다양한 염증 물질(사이토카인)이 관여하는 이질적 특성이 강해 환자 개인별로 다양한 증상과 경과를 보이는 것도 치료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피하기 위해 부작용이 심한 스테로이드와 같은 면역억제제를 쓰는 등 대증치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아토피피부염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뤄지면서 ‘표적 치료’ 개념의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됐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 자체 혹은 원인 물질이 전달되는 경로를 표적화해 차단하면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표적 치료제는 중등증 이상의 아토피피부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됐다.
다만 아직까지 극복해야 할 한계는 있다. 여러 기전의 치료제가 개발됨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처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표적 치료제도 기전이 다양하다. 아토피피부염 표적 치료제는 크게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로 나눌 수 있다.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로 대표되는 생물학적제제는 아토피피부염의 증상과 징후를 유발하는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 사이토카인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현상을 차단한다.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로 대표되는 JAK 억제제는 가려움증, 피부 홍반, 각질 태선화 등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의 신호 전달 경로인 JAK 경로를 차단,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좀 더 포괄적으로 억제한다.
기전이 다르기때문에 병변 개선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린버크의 경우 얼굴, 목, 손 등 눈에 잘 띄는 국소 부위 병변 개선과 치료가 어려운 태선화 병변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환자마다 어떤 제제가 더 잘 작용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건강보험제도 상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를 서로 교체해서 투여하면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나 의료진 입장에서 적극적인 개선책 제시가 힘들다.
이성열 순천향대천안병원 피부과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의 근본적 원인을 차단하는 신약들이 나오면서 환자들의 치료 성과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당장 완치는 어렵더라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질환 활성도를 최소화하는 조절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다만 약제가 교체 투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처음 선택한 약이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심해도 참고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