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실적 시즌이 다시 반가워진 삼전·SK하닉
입력 2024.04.03 09:00
수정 2024.04.03 09:32
반도체 업황 개선에 1Q 어닝 서프라이즈 예고
지난해 매 분기 부진 지속과 달라진 분위기
재고 감소에 수출 개선까지...전망치도 상향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인공지능(AI) 이슈에 재고 감소로 반도체 업황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전망치도 상향조정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8만5000원으로 지난달 28일(8만800원) 8만원선을 회복한 뒤 여전히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달 15일(7만2300원)과 비교하면 약 보름만에 17.57%나 상승한 수치다. 연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시가총액(507조 4315억원)은 지난 2021년 4월 20일 이후 3년 만에 500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흐름이다. 전날 종가가 18만6300원으로 18만원선을 회복한 지난달 29일(18만3000원)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2주전인 지난달 15일(16만1200원) 대비 15.57% 올랐다.
이같은 흐름은 양사가 이번 1분기 실적 발표때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5일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이달 말 확정실적을 발표한다. SK하이닉스도 이달 말 실적을 공개한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양사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최근 2주간(3.18~4.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5조167억원과 555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실적 전망치도 우상향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제시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5조297억원으로 전년동기(6402억원) 대비 7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1조4741억원으로 추정치가 연초(4768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양사가 반도체 수요 감소로 매분기 실적 발표 시즌 마다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수요 감소로 주력 제품인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이 크게 하락한 것이 요인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D램 빅 3에 속하는 마이크론도 실적 하락이 불가피했다.
이에 이들은 본격적인 감산에 착수했고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의 2024회계연도 2분기(12~2월) 매출은 58억 달러(약 7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증가했다.
회사측은 3분기(3∼5월) 매출(중간값)이 전년 동기 대비 76%, 전 분기 대비 13% 늘어난 66억 달러(약 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보다 약 10%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실적 개선 기대감은 반도체 가격 상승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주요 공급 업체들의 감산에 따른 재고 소진과 수요 증가로 고정거래가격 기준 D램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낸드는 작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른 가격은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재고가 감소하고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8.2% 감소했던 반도체 생산이 2월에는 4.8%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5.3% 급증한 것으로 2월 반도체 재고도 1월 대비 3.1%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D램 수출액은 24억 달러(약 3조2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0%, 전월 대비 12%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다. D램 가격의 상승세가 잦아든 2월에도 수출량이 증가한 것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가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도 헤드라인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가 다음 분기에도 수출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도 국내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만들어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수출 단가가 급등하는 것이 향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지만 현재는 이러한 흐름들이 AI 수요 확대에 따른 고수익성 제품군의 사용 증가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 더 중요해 보인다”며 “당장은 단가에 대한 부담보다는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수출액에 조금 더 집중해 볼 필요가 있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