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수왕’이 갑자기 ‘친일파’로 낙인 찍힌 까닭은
입력 2024.03.12 20:49
수정 2024.03.12 20:49
중국 최대 음료업체 농푸산취안이 '친일기업‘으로 낙인 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12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농푸산취안이 판매하는 음료제품의 디자인이 일본 A급 전범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의 정문 모습과 닮았고 중산산 농푸산취안 회장의 아들이 미국 여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 애국주의 성향의 네티즌들 사이에서 '농푸산취안 불매운동'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농푸산취안에서 생산한 각종 음료들을 변기나 싱크대에 쏟아붓는 퍼포먼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장쑤성 창저우시 지역 편의점에서는 성명을 내고 농푸산취안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냉장고에서 치우는 모습이 올라오고 있다.
애국주의 성향의 이들 네티즌은 농푸산취안의 녹차제품 용기 겉면에 인쇄된 건물 그림이 ‘일본의 사찰’을 닮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에 중 회장이 직접 나서 "중국 전통 사원을 본떠 그린 창작물"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들 네티즌은 오히려 다른 제품 포장까지 문제 삼기 시작했다. 농푸산취안의 생수병의 빨간색 뚜껑은 사실 일본 욱일기 색깔을 빌린 것이며, 포장지에 그려진 산도 일본 후지산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푸산취안의 차 음료인 ‘茶 π’의 포장 디자인도 중 회장이 친일파라는 사실을 시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제품 포장지에 쓰인 한자 차(茶)와 수학기호 파이(π) 등이 일본 야스쿠니 신사 건물과 닮았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SNS에 야스쿠니 신사의 사진과 농푸산취안의 음료를 대조하는 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그가 ‘친일’ 성향이라고 퍼뜨리고 있다.
중 회장의 아들이 미국 여권 소지자이라는 점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그의 아들인 중수쯔는 미 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농푸산취안 이사회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후계자인 그가 미국 국적이기 때문에 “농푸산취안 제품을 사는 것은 미국인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중 회장에 대한 공격은 경쟁사인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 회장이 지난달 사망한 이후 시작됐다. 그는 1990년대 쭝 회장 밑에서 일한 적 있는데 쭝 회장이 사망하자 “중산산의 성공은 은인 격인 쭝칭허우를 배신한 덕”이라는 여론이 확산한 것이다.
중국의 애국주의 성향 네티즌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특정 기업을 비판하며 불매운동을 벌인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불매운동의 타겟이 되며 시장점유율 급락과 사업철수 등의 고초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