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실적 ‘양극화’…금융당국 부실사 정리 ‘촉각’
입력 2023.12.29 07:00
수정 2023.12.29 07:00
전체 중 절반이 ‘적자’…상위 10개사 ‘쑥쑥’
ETF 시장 진입 장벽 등 실적 개선 ‘요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실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실 운용사에 대한 퇴출을 예고한 가운데 성장 중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수혜가 대형 운용사에 집중되면서 중소형사들은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 상위 10개 자산운용사(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밸류·맥쿼리·KB·이지스·한화·브이아이피·한국투자신탁·디에스자산운용)의 총 당기순이익은 7331억원으로 전년 동기(5079억원)보다 44.3% 증가했다.
반면 같은기간 상위 10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455개사의 당기순이익은 4578억원으로 전년도(3985억원) 대비 14.8%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가운데 지난 3분기 적자(당기순손실)를 시현한 운용사는 전체의 절반 수준인 204개로 집계되기도 했다.
수익성 지표뿐만 아니라 운용 규모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났다. 올해와 작년 자산 총계를 모두 공시한 상위 10개 운용사의 총 자산총계는 10조598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8조4911억원)보다 약 25%가 늘었다. 반면 나머지 399개의 자산총계는 7조9444억원에 불과했으며 전년 7조3775억원 대비 증가세도 미약했다.
특히 올 3분기 기준 최초 설립 요건인 10억원이 미달되는 회사도 46곳으로 전년 동기(31곳) 대비 훌쩍 뛰었다. 악화된 시장 상황에 현상 유지에도 실패한 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2015년 자산운용사 설립 요건이 등록제에서 인가제로 진입 문턱이 크게 낮추면서 운용사 수 등 양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적자에 빠지는 등 부실 운용사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자산운용사는 467곳으로 작년 3분기 418곳보다 50곳 가까이 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금융당국은 부실 자산운용사를 대거 퇴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23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 자리를 갖고 시장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이복현 원장은 “자산운용사 부실 회사 적시 퇴출을 통해 자질 있는 회사 위주의 경쟁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이와 같은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쟁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중소운용사들의 실적 개선이 요원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은 ETF의 경우,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체재가 견고해 시장 진입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아울러 공모펀드의 경우 ETF에 밀려 투자자 유입이 크지 않은 가운데 사모펀드도 최근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사 쏠림 현상으로 업계 내 실적 양극화가 더 커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부실 운용사에 대한 정리를 언급한 만큼 조만간 이에 대한 당국의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