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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재명' 가능성에 대의원제 손질?…당내 '무반응' 전망도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3.08.10 00:00 수정 2023.08.10 00:44

혁신위 측 "설문조사 마무리, 대의원제 폐지 의견 多"

비명 "당에 문제만 일으킨 혁신위 혁신안 신뢰 못해"

장성철 "혁신위 해체가 민주 1호 혁신이자 1호 임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6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1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각종 설화로 '혁신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얻은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대의원제 폐지(또는 비중 축소)를 골자로 하는 최종 혁신안 발표에 나선다. 다만 그간 '노인 비하' '강성당원 위주의 전국 순회 간담회' 등 당 쇄신과 동떨어진 행보에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만큼, 대의원제 관련 최종 혁신안이 발표되더라도 당내에서 유의미한 반응이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혁신위 관계자는 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2일부터 실시한 대의원제 혁신 방안 등을 골자로 한 설문조사 진행 상황과 관련 "설문조사는 국민당원 2000명, 민주당 당직자 전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며 "대상의 절반 이상이 설문조사를 완료했고,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의견이 많이 모아진 상태다. 최종 혁신안은 오늘(9일) 오후 비공개회의에서 결정한 뒤, 10일 오후 1시 30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의원제 폐지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시점은 지난 4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진 직후다. 권리당원이 1인당 1표를 행사하는 반면, 대의원은 적게는 60표에서 많게는 100표에 상당하는 표를 행사하는 만큼 권리당원 위주의 전당대회가 치러졌다면 '돈 봉투'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민주당 권리당원 상당수가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을 전후해 대거 유입됐다는 점에서 대의원제 폐지의 핵심은 이른바 '개딸(이 대표 지지 성향의 강성 당원)이 좌우하는 민주당 지도부를 꾸리는 구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 세 번의 선거(재보선·대선·지선)에서 대의원제가 패배의 주 원인이었다면 당연히 혁신 대상이 돼야 하지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을 위한 혁신위인지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혁신위인지 묻고 싶다"고 직격했다.


비명계 4선 중진인 홍영표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명백한 실패"라며 "당에 혼란과 문제만 일으키고 있는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대의원제는 전당대회에서만 기능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당이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도 아닌데, 왜 지금 '대의원제 폐지'가 핵심 이슈로 부상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이 대표가 그만두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대의원제 폐지 문제를 지금 거론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많은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은 정청래 최고위원. ⓒ뉴시스

반면 친명계는 대의원제 폐지를 강조하며 혁신위에 힘을 싣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 대의원 제도는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민주당의 민주주의 1인 1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이 관여해 임명하는 1만6000여명의 대의원보다 130만명의 권리당원이 더 국민과 가까이 있다"며 "혁신위가 민주당의 철학을 재정립하는 혁신안을 제안하기 바란다"고 혁신위의 결단을 재촉했다.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수사 중인 검찰이 내달 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친명계가 오는 10월 '자진사퇴설'을 염두에 두고 대의원제 폐지를 통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포스트 이재명' 당대표 선출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민주당 당헌 제25조 3항 1호에 따르면 당대표 궐위 시에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다만 궐위된 당대표의 잔여 임기가 8개월 미만이면 전당대회를 열지 않고 중앙위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 있다. 지난해 8·28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 28일까지이기 때문에, 올해 12월 28일까지 사퇴할 경우에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며 그 이후인 내년 1월 등에 사퇴할 경우에는 비대위로 가게 된다.


이와 관련, 이원욱 의원은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설령 (이 대표가)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당대표를 사임하지 않으면 이 대표 체제로 계속 가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구속 되더라도) 절대 대표직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에 (이 대표가) 그만두고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모든 사람을 친명계 일색으로 만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이번 혁신위에서도 그것(친명 일색)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10일 대의원제 폐지를 최종 혁신안으로 내놓더라도 민주당 다수가 이미 신뢰를 잃은 혁신위의 결정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지도부 선출 규정이라든지, 공천 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이미 권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일시적 발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혁신위가 이미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친명계야 혁신안에 힘을 실어주고 싶겠지만, 다수 의원들이 그 혁신안을 받아들일 것이냐하는 문제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혁신위를 해체하는 게 민주당 혁신의 1호이자 1호 임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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