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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이름 석 자가 장르, 배우 조승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4.16 07:02 수정 2023.04.16 07:02

“조승우가 곧 장르다.”


지난 2021년 유재석은 자신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게스트로 출연한 조승우를 이렇게 소개했다. 어떤 배역이 주어져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천의 얼굴’이라는 의미에서였다. 그만큼 조승우의 이름 석 자만 들어가도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을 막론하고 그가 출연하는 작품엔 대중의 ‘신뢰’가 뒤따른다.


'신성한, 이혼'(왼쪽)과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 중인 조승우 ⓒJTBC, 에스앤코 '신성한, 이혼'(왼쪽)과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 중인 조승우 ⓒJTBC, 에스앤코

최근 조승우는 드라마와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TV에선 변호사 신성한(JTBC ‘신성한, 이혼’)을, 무대에선 흉측한 얼굴의 유령 팬텀(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연기한다. 서로 다른 이 캐릭터들은 조승우를 만나면서 공통점을 갖게 됐다. 바로 ‘인간미’다.


‘신성한, 이혼’의 신성한 변호사는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은 매우 따듯한 사람이다. 소송을 맡을 때도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다. 매 회차마다 소송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 불륜이나 치정, 고부갈등 등 흔히 ‘막장 드라마’에 필수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 막장이라 불리는 요소를 따뜻하게, 또 인간미 있게 풀어간 것도 조승우의 인간미 있는 신성한이었기에 가능했다.


‘오페라의 유령’도 마찬가지다. 물론 신성한 변호사와는 달리 능청스럽고 유쾌한 캐릭터는 아니다. 팬텀은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외모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외로웠고, 그로 인한 깊은 상처와 결핌을 표현해야 한다. 조승우는 가면으로 반쯤 가려진 얼굴로도 목소리를 통해 수천가지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때로는 환희에 찬 목소리, 때로는 집착과 광기, 분노 그리고 절망하고 체념하는 등 인간적인 유령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조승우는 ‘떡잎부터 다른’ 배우였다. 데뷔작이었던 ‘춘향뎐’부터 칭찬일색이었다. 임권택 감독에게 “‘춘향뎐’을 찍으면서 이 친구(조승우)가 다방면에서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연기자라는 걸 알았다” “거친 역할을 하면서도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 배우”라는 평가를 들었다.


동료 배우들에게는 어떤 의미에선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혜수는 영화 ‘타짜’를 함께 찍을 당시 “어린 나이임에도 연기를 너무 잘해서 가끔 그에게 질투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 당시 조승우를 보곤 ‘뭐, 저 딴 놈이 다 있나’라는 생각까지 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조승우는)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연기의 능숙함이 있다. (캐릭터를)자기 걸로 잘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화를 잘 시키는 배우’”라고 추켜세웠다.


실제 조승우는 데뷔작인 ‘춘향뎐’(2000)의 주연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했고, ‘후아유’(2002)에서 청춘스타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충무로에 눈도장을 찍었다. ‘클래식’(2003)으로 절절한 멜로 연기를 선보여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4년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며 한국 뮤지컬 시장의 대중화를 가속시킨 인물로도 꼽힌다.


이후 그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 속의 캐릭터를 비롯해 영화 ‘클래식’의 준하, ‘말아톤’의 윤초원, ‘타짜’의 고니, ‘내부자들’의 우장훈, 드라마 ‘비밀의 숲’ 황시목, 뮤지컬 ‘헤드윅’의 헤드윅,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스위니 토드’의 스위니 토드 등 수많은 캐릭터들을 모두 ‘인생 캐릭터’들로 남겨왔다.


“(조승우가) 쉬는 건 거국적 손실”이라던 한 감독의 말처럼, 조승우는 걸출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보기 드문 ‘보물’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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