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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대선株'를 믿으시나요? [이충재의 마켓노트]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입력 2021.12.06 07:00 수정 2021.12.06 05:07

이재명-윤석열 테마주, 정세 따라 널뛰기

기업가치와 무관 "막연한 기대감에 요동"

대선테마주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기승을 부리며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선테마주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기승을 부리며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재명 관련주(株) 추락 중. 주의요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조카살인 변론' 논란이 확산되던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실제 다음날 이 후보 관련주로 꼽히는 일성건설은 10.92% 급락했고, 범양건영도 9.45% 하락한 6230원에 마감했다.


최근 대선후보 관련주로 거론되는 기업들의 주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정세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3달 앞두고 증권시장에 벌어진 모습이다.


실제 이 후보 관련주인 일성건설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파격적 선언이 있던 지난달 18일 하루에만 15.65% 급등했다. 대표적인 윤 후보 관련주인 덕성은 경선에서 승기를 잡은 10월 28일부터 3거래일 동안 34.57% 뛰었다.


대선 테마주를 들여다보면, 특정 후보와 스치는 인연 하나만으로 분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업 CEO나 사외이사가 학연‧지연으로 얽힌 경우는 그나마 최소한의 인과성이라도 갖춘 사례고, 검찰청 출근길 동선에 있는 기업이거나 경영진이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이기도 했다.


대선테마주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기승을 부리며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침체와 부동산 급등 등으로 계층 간 사다리가 끊어지고,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이들을 노리는 '꾼'들은 5년 전보다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곳이 개미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9대 대선의 테마주 224개를 분석한 결과, 개인 투자자 비중은 96.6%달했고, 개미들은 이 중 186개 종목(83.0%)에서 손실을 봤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16~18대 대선 후 승자와 패자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테마주는 음의 누적비정상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초과상승분이 소멸되는 패턴을 보였다"며 "가격 급락 위험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가치나 시장전망과 무관하게 특정 대선후보와의 작은 연결고리만으로 급등락하는 테마주는 우리 투자시장과 정치의 후진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지적도 새겨들어야한다. 권력에 의해 기업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믿음이 투자시장을 관통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25년차 증권맨의 읍소는 이랬다. "정치권이 시장에 무관심해주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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