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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적인가 원수인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10.08 07:20 수정 2021.10.08 06:48

역술‑무속 논쟁으로 이득을 보겠다고?

촛불세력의 역선택과 위장입당은 현실

일천한 정치경력이 윤석열의 경쟁력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최재형, 황교안, 원희룡, 홍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KBS) 스튜디오에서 제6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최재형, 황교안, 원희룡, 홍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KBS) 스튜디오에서 제6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이 ‘항문침’(을 맞느냐는) 추궁을 받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4차 TV토론에서 유승민은 윤석열 더러 항문침 전문가 누구누구를 아느냐고 연거푸 따져 물었다. 두 사람은 토론 직후 얼굴을 붉혀 가며 티격태격했다. 항문침 논쟁 뒤끝이었다. 다음날 유승민 캠프는 대변인 성명으로 윤석열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틀림없이 항문침을 맞았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긴 글이었다.


3차토론 때 유승민은 손바닥 왕(王)자로 윤석열을 역술, 무속, 미신 프레임으로 공격해 재미를 봤다고 여긴 모양이다. 꽤 생소한 항문침을 그는 잘 아는 듯했고, 윤석열을 항문침의 주술 이미지로 더 묶어 볼 심사였던 것 같다. 항문침이든 그 이상의 치료를 받든 말든 그걸 대선과 결부시켜 들쑤실 일인 지 모르겠다. 정말 더럽다. 대변인 성명 발표 하루 뒤 유승민이 지목했던 그 항문침 전문가와 유승민이 나란히 포즈를 취한 사진 한 컷이 보도됐다.


관음증을 자극해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라면 박근혜 탄핵과 이른바 국정농단 수사가 떠오른다. 세월호 7시간과 박근혜의 호텔 연애, 청와대 비아그라 파티를 비롯한 온갖 헛소문이 밑도 끝도 없이 퍼졌다. 청와대 무당굿, 성형수술 유언비어도 확대재생산을 거듭하며 한 몫 했다. ‘촛불광란’ 시기에는 그런 가학적 키득거림이 만연했다. 정치와 언론이 문제였다.

역술‑무속 논쟁으로 이득을 보겠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고 유쾌하지 않겠으나 유승민은 민주당 측과 내통해 박근혜 탄핵을 거사했다는 멍에를 벗기가 쉽지 않다. 그는 박근혜 당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집권당 원내대표 때는 ‘자기 정치를 한 것’으로 박근혜와 갈등했고, 탄핵 이후 ‘배신자’가 됐다. 지난 총선 불출마도 그런 대구 민심과 무관하지 않다. 탈당 후 신당을 만들어 대선 출마를 했고, 모당(母黨, 현재 국민의힘) 와해를 꾀하다 존립이 어렵게 되자 황급히 복당했다.


토론에서 홍준표는 ‘주술‐부적 선거’까지 들먹이며 윤석열을 맹공했다. 막말과 말 바꾸기 표본으로 홍준표가 공격 받은 곳도 거기다. 역술인 제안에 따라 이름을 두 번 바꾼 홍준표의 과거가 이튿날 드러났다. 무당에게 팔았다는 뜻의 두 번째 이름 ‘판표’를 ‘준표’로 바꾼 것은 초임 검사 때였다. 당대표 때 홍준표는 박근혜를 ‘허접하고 단순한 여자’로 깎아 내리며 “춘향인 줄 알았더니 향단이더라”고 했다. 감옥의 박근혜는 당에서도 쫓겨났다.


손바닥 ‘왕’자와 항문침 논쟁은 그게 그거다. 동네 지지자가 써 준 매직 글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미처 지우지 못했다고 겸연쩍어 했으면 해프닝 정도로 웃고 넘어가는 게 좋았다. 유승민 홍준표는 ‘역술‑무속 신봉’ 의혹으로 윤석열을 몰아붙였다. 두 사람만 얼씨구 했던 게 아니다. ‘약방 감초’ 조국은 “무골(武骨)인 줄 알았더니 무골(巫骨)”이라고 히죽댔다. 점(點)을 잊은 듯 이재명까지 “안 보이는 곳에 왕 글을 새기지 그랬냐”며 가세했다.

촛불세력의 역선택과 위장입당은 현실

윤석열 검찰의 여권 인사 ‘고발사주 의혹’은 뜻밖의 조성은‑박지원 스토리가 돌출해 잠시 주춤한 상태다. 공작 냄새 풀풀 나는 고발사주 의혹 ‘미끼’에도 홍준표 유승민은 (윤석열 표현을 빌리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유승민은 “사실이면 후보를 사퇴하겠느냐”고 다그쳤다. 조성은 등과 함께 사건 중심축의 하나인 김웅은 첫 보도 당시 유승민 캠프 대변인이었다.


홍준표는 조국 일가 수사를 과잉으로 몰아 윤석열을 비판하기도 했다. 포악, 도륙 등 거친 언사를 대놓고 했다. 이후 여론이 심상치 않자 그날로 유권자 뜻에 따르겠다며 납작 엎드렸다. 유승민 홍준표는 윤석열 최재형을 겨냥해 “정치경력이 일천하고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훈계를 했다. “아무나 대통령 하는 것 아니다. 공부 더 하라”는 핀잔도 서슴지 않았다.


위장입당 시비는 역선택 논란 연장전이다. 유승민 홍준표는 윤석열에게 “위장 입당 증거를 대라” “당원을 모독한 것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윤석열은 촛불집단의 위장 입당 사례들로 반박했다. 홍준표 지지율 상승이 역선택 결과이며 위장입당도 현실이라는 분석은 꾸준히 있어 왔다. 홍준표는 일관되게 “정권연장을 바라는 사람들의 홍준표 경선 선호는 지지층 확산이며, 본선에서도 그들이 홍준표를 찍을 것이므로 승리한다”는 주장을 편다.


성남 대장동 복마전에 관해 윤석열은 단순 명쾌하게 개념정리를 했다. 뻔한 ‘이재명 게이트’에 변명하지 말고 이재명 스스로 깨끗하게 특검 조사를 요청해 형사처벌 받으라는 권고다. 비교 우위의 전문성과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대목이다. 덧붙여, 원희룡이 이재명의 정치역정과 가족사까지 추적한 ‘화천대유 연구결과’는 압권으로 꼽힐 만하다.

일천한 정치경력이 윤석열의 경쟁력

윤석열은 박근혜를 수사한 ‘원죄’를 지고 있다. 직분과 법리에 충실했다지만 윤석열이 자유로울 형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최재형) 만큼 문재인 권력에 돌을 던져도 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은 정권의 비리, 부패에 맞섰다가 갖은 박해를 받으며 저항하다 쫓겨났다. 정권교체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 현실적으로 윤석열을 능가할 대선 주자도 딱히 없다.


두 사람은 배신자로 찍혔다. 물론 촛불세력 말고는 아무도 이들을 욕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경쟁력 원천은 비(非)정치이력이다. 두 출마를 탐욕으로 보는 눈은 드물다. 불의한 권력과의 타협을 거부한 지조가 새로운 정치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윤석열은 “국민 약탈세력을 좌시할 수 없다”고, 최재형은 “국가 파괴 집단을 척결하자”고 역설한다.


“변절자에게는 저마다 그럴 듯한 구실이 있다. 더러운 변절의 정당화를 위해 엄청난 공언을 늘어놓은 것은 분반(噴飯, 먹던 음식물이 뿜어져 나옴)할 일이다. 백성들이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먼 줄 알아서는 안 된다.”


조지훈은 수필 ‘지조론(1960년)’에서 “민족 전체를 위해 몸소 치욕을 무릅쓴 업적이 있을 때는 변절자로 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구복(口腹)과 명리(名利)를 위한 변절은 말없이 사라지는 게 좋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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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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