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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나라, 어디로 가는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8.14 07:39 수정 2021.08.13 07:41

서민들 내 집 꿈 산산조각

광야 내몰린 자영업자들

나라 할퀸 상처 깊고 넓어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적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적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루마니아는 현실 세계에서 1가구 1주택을 거의 실현한 나라다. 루마니아의 자가(自家) 보유율 96%는 1990년대 동유럽이 몰락하기 전, 사회주의 루마니아 정부가 펼친 주택정책의 결과다. 우리나라의 자가 보유율은 약 57%, 미국과 일본은 각각 64%, 62% 정도다.


루마니아에는 집 짓는 일이 거의 없다. 모두 자기 집이 있으니 새로 집을 지어도 살 사람이 없다. 더 넓고 좋은 집을 지어 옮길 생각에 사는 집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으니 팔릴 리 없다. 자연히 주택 건설은 멈췄고 관련 경제활동들도 중지 상태다. 1가구 1주택이 꼭 만능은 아니다.


그들은 객지에서 직장을 구해 보려 해도 집을 구할 수 없어 엄두를 못 낸다. 다른 나라들 경우 주거지를 당장 옮기려면 임차가 우선 해결책이다. 루마니아에서는 전 국민이 자기 집에 살므로 여분의 주택이 없어 셋집이 없다. 자식들이 장성해 독립하려 해도 집을 살 수 없고 셋집 얻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집을 사고파는 것과 새로 짓는 것 모두 꽉 막혀 살고 있는 집에서 대를 이어 사는 수밖에 없다(규제의 역설, 최성락).


서민들 내 집 꿈 산산조각


1가구 1주택은 촛불정부의 주요 목표다. 집은 소유 아닌 주거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그렇다. 집 없는 사람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고, 다주택이 고통이 되게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공급 없이 수십 번 공허하게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끝은 수요 폭증, 가격 폭등으로 귀결됐다.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집값에 맞춰 도심에서 변두리로, 또 도시 바깥으로 밀려났다. 정부가 쫓아낸 것이나 다름없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그나마 자기 집이라도 가졌지 이 마당에 총리, 부총리, 장관은 ‘영끌’ 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기다리면 집값이 내려갈 텐데 왜 집을 사려느냐는 성화다. 사회주의 루마니아 본 좀 받자고?


문재인 촛불정부는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했다. 집값만큼은 잡을 자신 있다고 여러 번 말했다. 집값은 닥치는 대로 올랐다. 집 가진 사람들은 세금폭탄에 신음한다. 집을 줄이거나 이사를 하려 해도 꼼짝달싹 못 한다. 팔려니 양도세, 사려니 취득세, 그냥 살려니 보유세가 장난 아니다. 어쩌라는 건가. 국세청은 누더기 난수표 같은 양도세 상담 정보를 슬쩍 없앴다.


양산에서는 문재인 저택 공사가 한창이다. 경호부지 매입과 공사에 국고 22억원, 39억원 씩 든다. 저택부지 매입비(10억원)와 건축비는 자비 충당이라고 한다. 농지법 위반 시비에는 ‘11년 (주말) 영농경력’ 등으로 대응했다. 주변 도로 정비, 저택과 통도사를 잇는 둘레길 조성에 드는 돈은 별개다. 노무현 봉하저택 주변에는 국비와 지방비 500억원이 들었다.


광야 내몰린 자영업자들


“나도 강남 살고 있어서 말하는 건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3년 전 장하성이 이렇게 말했을 때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그의 아파트는 실거래가격 약 30억원이었다. 그 무렵 아파트를 포함해 50억원 넘는 자산가로 소문났던 ‘강남좌파’ 조국은 2012년 이런 말을 했다. “모두 용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신통하게도 국정은 그들의 ‘마이너스 손’을 갖다 대기만 하면 사달 났다. 요란했던 소득주도성장은 사라져 간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청와대의 일자리 상황판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는 사업주와 종사자를 피해자로 양산했다. 광야로 내몰린 사람들은 저녁이 있는 삶 대신 적잖이 저녁 밥값을 걱정한다.


흉흉하기는 코로나로 자영업 숨통이 틀어 막힌 데서 두드러진다. 지친 민심은 백신 뻥치기가 거듭되면서 한계상황이다. 밤 9시 전에, 그리고 지하철과 버스와 정치행사에서는 코로나 안 걸리냐는 냉소가 넘친다. ‘방역 훈계’를 순종한 데서 오는 배신감은 크다. 정치방역, 필요에 따라 검사 건수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자연스럽다.


이은혜(순천향의대 교수)는 4차 유행의 큰 배경으로 변이보다 임시선별검사소가 늘어난 것을 지목했다. 실제로, 임시선별검사소는 7월 들어 크게 늘었고 밤 9시까지 연장 운영되고 있다. 의심 검사의 경우 6월 2~3만건에서 7월 3~4만건, 같은 기간 임시선별검사는 약 3만건에서 7만건 이상으로 늘었다. 6월에 19개였던 서울의 임시선별검사소는 지금 59개다.


나라 할퀸 상처 깊고 넓어


국방예산은 잇따라 깎인다. 지난해 추경 때 F-35A 도입 등 방위력 개선비 1조 7700억여원이 삭감됐다. 올해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추경 편성한 34조 9000억원에도 F-35A 도입 예산 등 5600억여원이 전용됐다. 개혁 이름으로 들쑤셔댄 온갖 정책의 끝은 이런 식이다. 이미 할퀸 나라 곳곳의 상처는 이처럼 깊고 광범위하다.


여당 유력 대선주자는 “이재명의 기본소득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던 문재인을 4년 만에 소환해 냈다. 마침내 그는 기본소득에 기본주택, 기본대출까지 얹은 공약을 당당하게 내놨다. 여당의 또 다른 유력 주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에 더해 “조국과 함께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목숨만 빼고 못 할 게 없다는 방증이 경쟁적으로 넘쳐난다.


집권 세력은 법원, 검찰, 경찰과 정보기관, 선거관리위원회를 사실상 손에 넣었다. 선거 주무 부처인 법무부, 행정안전부 장관은 일찍이 집권당 몫이 됐다. 웬만한 시민단체와 기관도 오래전 우군으로 확보했다. 이제 그들은 언론자유를 재갈 물릴 언론중재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김경수-드루킹 커넥션 이상의 불길한 전주곡이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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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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