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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서 마음껏 TV 보고 싶어요”...정부, 탈시설 장애인 독립 지원한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1.08.03 04:30 수정 2021.08.02 22:17

김 총리,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주재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발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A씨(남, 91년생)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21살이 되던 해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했다. 9년간 시설에서 생활했으나 건강악화로 입원 후 어머니의 강한 의지로 탈시설을 결정했다. A씨는 현재 본인 명의의 집을 계약해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생활 중이다. 시설 퇴소 당시 심한 저체중이었으나 식단 관리로 인해 현재 체중이 10kg 가량 증가했다. A씨는 “내 침대, TV 등 나만의 생활 공간이 생기고 휴대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매일 들을 수 있어 신난다”며 “나가고 싶을 때 언제든 외출하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엄마나 가족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자립 중비 중인 B씨(여, 75년생)는 종합장애 1급을 판정받았다. 1983년부터 생계 어려움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했지만 2016년부터 해당시설에서 탈시설 지원이 진행됨에 따라 50여명 이상의 동료들이 나가자 자립 욕구가 높아졌다. B씨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 대기 중이다. 현재 요리·장보기·금전관리·휴대

폰 활동 등 일상에 필요한 자립 훈련 참여 및 서울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 근무 중이다. B씨는 “침대방에서 개인 소파, 책상, 컴퓨터, 화장대를 가지고 싶다”며 “미용실도 가고, 동네 구경을 자주 가고 싶고, 바리스타나 제과제빵 교육을 받고 싶다”고 탈시설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는 A씨와 B씨 사례처럼 매년 장애인 수백명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수 있게 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심의·확정해 발표했다.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20년간 단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에 대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

2020년 기준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2만9000여명으로 평균 거주기간은 18.9년, 평균연령은 만 39.4세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경직적인 운영으로 장애인을 지역사회와 분리시키고, 획일화된 집단생활을 강요해 인권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스웨덴, 캐나다 등 서구유럽은 30~40여년에 걸쳐 대규모 수용시설 폐쇄, 장애인 대상 서비스 확대, 법·제도 정비 등 탈시설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탈시설 희망자 특성. 장애인거주시설 612개 및 시설 장애인 2만4214명, 시설종사자 3002명 전수조사 ⓒ국무총리실 탈시설 희망자 특성. 장애인거주시설 612개 및 시설 장애인 2만4214명, 시설종사자 3002명 전수조사 ⓒ국무총리실

김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장애인 정책은 지난 40년간 집단거주시설을 통한 ‘보호’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현재 전국 1500여개 시설에 약 2만9000여명의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집단거주로 사생활 보장은 어려웠고, 사회와의 단절로 인권 침해 사건도 자주 일어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도 취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실제 시설에 계신 장애인 세 분 중, 한 분은 시설 밖으로 나와 살고 싶다 말한다. 국가는 이러한 요구에 마땅히 응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연 740여명 자립 지원

정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시범사업을 통해 탈시설·자립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탈시설 정책이 본격시작하는 2025년부터 매년 740여명의 장애인에 대해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면 2041년께 지역사회 전환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시설장애인 대상 연 1회 자립지원 조사 의무화, 체험홈 운영,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또한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거유지서비스 개발, 장애인 일자리 확충 등을 통해 독립생활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확대한다.


앞으로는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 설치를 금지하고, 현 거주시설은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변경해 장애인 대상 전문서비스 제공으로 기능을 변환해 나간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아울러 정부는 이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및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 추진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동안 장애계는 장애인 정책을 시혜적 관점에서 권리적 관점으로 전환하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기 위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률 제정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이에 정부는 UN 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반영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한다.


사회적 장애 개념을 도입해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장애영향평가를 도입해 정부 주요 정책의 수립단계부터 장애인차별 요소를 평가 및 시정한다. 사회적 장애란 장애의 원인을 ‘개인의 손상과 사회 환경과의 부적절한 상호작용’으로 보고, 그 해결책으로 사회 환경의 변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또한, 지역사회 자립생활 보장 등 장애인의 기본권을 명문화하고, 권리 구현을 위한 차별금지, 선거권 보장 등 정책의 기본방향도 보다 구체화한다.


이와 함께 지난 40년 동안 장애인 정책의 기본법 역할을 해온,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대상 서비스·급여의 지원 대상‧신청 절차 등을 정하는 복지지원 총괄법으로 개편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심의‧논의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정책단계별로 장애인 단체와의 소통, 관계부처 간 긴밀한 연계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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