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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호남 특혜는 호남 가해(加害)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7.03 08:40 수정 2021.07.03 12:14

권력수사팀 해체 수순… 호남 출신 검사를 죄다 정권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건가.

권력의 타락에 아예 눈 감을 것을 기대하느냐는 불쾌감 터져 나올 수 있다.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달 2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마치고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달 2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면담을 마치고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역감정, 지역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禁忌)다. 없어서가 아니다. 악성으로 진화하며 극성을 떠는데 겉으로 짐짓 그렇다. 누구도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타박하지는 않는다. 불행히도 지역감정과 지역주의는 이 애틋한 애향심에서 시작됐다. 굳이 비교하면 지역주의가 미세하게 덜 직설적인 말일 뿐 나쁘기로는 그게 그거다.


그것은 단순히 애향심이 과해 생긴 현상일 수 없다. 영·호남 갈등은 1960년대부터의 일이다. 박정희는 1963년 대선에 첫 출마해 전·남북지역에서도 야당 후보 윤보선을 이겼다. 그러나 1967년 대선에서의 박정희 호남 득표율은 1-2% 차(差) 초박빙 열세였다. 호남지역 표심 변화는 67년 대선 때 나온 호남 푸대접, 호남 홀대론에서 싹이 텄다.


이른바 호남 푸대접, 호남 홀대는 산업화 초기 경부축(京釜軸)으로 먼저 들어서는 공업지역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윤보선과 김대중 등이 선거전략상 주도적으로 전파하며 유권자 속을 파고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영·호남 지역감정의 골은 대선을 거듭하면서 여·야당 텃밭을 넘나들며 거의 전국적 고질병이 돼 버렸다.


물론 원흉은 정치, 정치인이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지역감정 조장보다 더한 패악질도 서슴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갈등을 넘어 적대로까지 세뇌 당했다. 몰표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3김시대’를 거치며 지역주의, 지역감정은 더 악화됐다. 영·호남 반목에 더해 충청 무대접, 충청 핫바지론이 위세를 떨쳤는가 하면 경·남북 갈라치기도 현실이 됐다.


지역할거 맹주들은 지역감정을 은밀하게 부추기며 오랜 세월 대권 싸움에 몰두했다. 그러면서 ‘망국병 치유’를 들먹이고, 지역감정 해소,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다. 가공할 위선이었다. 2004년부터 시행중인 전국 단위 자동차 번호판은 지역감정 완화 취지로 도입됐다. 원적, 본적을 묻지 않는 추세도 그 맥락이다. 그래서 이제 하나가 됐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지역감정 피해자들은 정치 포로


옛적 애향심을 되찾기는 커녕 지역감정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치의 포로다. 정치 건달들은 대놓고 지역 민심을 자극해 분노, 증오를 촉발하고 표심을 유혹한다. 지역과 사람에 따라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공직 인사는 거의 승자독식으로 진화했다. 지역, 계층, 세대, 이념을 아우를 의지는 없다. 보란 듯이 지역, 이념 편향은 더 격하게 춤춘다.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있었다. 고검 검사급 652명의 자리가 바뀌었다. 박범계의 법무부는 “능력과 자질, 리더십이 검증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공정하고 균형 있는 인사”라고 말했다. 바깥은 다르다. 유례없는 특정 지역 출신 편중이라는 시선이 많다. “권력 비리에 맞선 검사는 학살하고, 권력에 아부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달아줬다(김웅)”는 혹평도 있다.


실제로 대검찰청 요직과 재경지검장, 6대범죄(부패, 경제, 공직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수사를 전담할 주요 지검과 지청 형사말(末) 부장은 호남 출신이 석권했다. 일부 박범계 라인까지 포함해 친정부 일색이라는 비판은 당연해 보인다. 조국 추미애 박범계를 보좌한 인물들은 승진하거나 요직을 꿰찼다. 정권에 비판적인 검사, 윤석열 징계를 비판한 검사, 여권(與圈)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변방으로 쫓겨났다.


지역주의로 권력수사 길목을 통제할 것이라는 지적은 호남 출신 김진국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김오수 검찰총장과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 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권력수사 팀장은 전원 교체됐다. 청와대 기획사정, 김학의 불법출금, 월성원전 평가조작을 맡은 권력 수사팀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정권방탄 준비를 완료한 셈이다.


검찰조직은 독식에 가까울 정도로 호남 출신이 장악한 것과 다름없다. 호남 일색이 된 검찰에 대해 정작 호남 출신 검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설마 내부 권력 게임에서 승리해 조직을 평정했다고 득의만면해 할 것 같지는 않다. 편중 인사가 자칫 호남 모욕, 호남 모독이 될 거라는 염려가 없기만 할까도 싶다.


문재인, 인재 삼고초려한다더니


권력의 타락과 비리, 부패에 아예 눈 감을 것을 기대하느냐는 반문(反問)이 나올 수도 있다. 호남 출신 검사들을 죄다 정권의 해결사쯤으로 여기는가 하는 불쾌감에서일 것이다. 정의와 공정의 아이콘인 검사, 검찰이 본분을 소홀히 할 것은 짐작 못 할 일이다. 인사 결과를 특혜로 여기지 않는 이상 무조건적으로 촛불 권력을 지킨다는 것은 가능한 상상도 아니다. 하기야, 잘못됐던 인사가 바로잡힌 것이며 진작 이래야 했다는 주장도 없으란 법은 없겠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문재인은 이렇게 약속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해 일을 맡기겠다.….”


뭘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바라보는 사람 몫이다. 그 결과가 어떠하든 검찰의 해묵은 우선 숙제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다. 검찰수사의 본질 중 본질은 정치로부터 영향 받지 않는 것이다. 검찰개혁 목표는 법무장관들과 윤석열의 파열(破裂)로 충분히 읽혀져 왔다.


집권 세력은 검찰에까지 지역감정, 지역주의를 끌어들여 정권 수사를 뭉개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이라면 그런 인사특혜는 호남에 대한 가해(加害)다. 정권의 종착역을 예상하는 민심은 거기서 출발한다.


ⓒ

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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