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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또 다시 '키코 권고안' 연장…난처해진 금감원

    [데일리안] 입력 2020.04.06 17:21
    수정 2020.04.06 17:22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네 번째 시한연장 요청 "검토할 시간 더 필요하다"

금감원, '뽑았던 칼 어떻게 집어넣나' 고민할 상황

금융감독원 제공금융감독원 제공

신한·하나‧대구은행은 6일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배상권고에 대해 수용 여부에 대한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번이 네 번째 연장 요청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대구은행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금감원에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이날은 금감원이 정한 수용 여부 통보 시한이다.


특히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사회를 열기 어려워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권고 수용불가'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금감원에 전면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완충기간'을 거쳤을 뿐, 결국 연장요청 끝에 거부입장을 밝힐 것이란 얘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번이 마지막 연장이라고 봐도 된다"면서 "추가로 5차 연장까지 가지 않고 은행들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금감원은 일단 이날 은행들의 분쟁조정안 수용 시한을 한차례 더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안이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사활을 걸고 밀어붙였던 대표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라는 점이다. 당장 분쟁조정이 무산될 상황에서 '뽑았던 칼을 어떻게 집어넣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은행들이 권고안을 거부하더라도 금감원이 나서서 소송을 낼 수도 없다. 민법상 손해배상 시효인 10년이 지나 은행들이 금감원 권고를 수용하지 않아도 추가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금융권 분위기도 은행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요 금융사 CEO에게 "금융은 방역현장의 의료진과 같다", "기업들에게 든든한 우산 돼달라", "의도하지 않은 과실에 대해선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등 민간금융의 역할을 당부하며 '과실 면책'까지 약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나서서 금융사를 때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10년도 지난 사안을 다시 들춰내면서 민간 금융사들에게 코로나19 극복을 독려하는 건 모순적"이라며 "애초에 키코 배상이 무리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칼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 키코를 판매(2007~2008년)한 6개 은행의 불완전 판매 책임을 뒤늦게 물어 피해 기업에 손실액의 15~41%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피해기업에 배상금 지급을 끝냈고,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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