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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의 싫존주의] 업은 아이 찾아 헤맨 혁신금융

코로나19 덕에 하나 둘 베일 벗은 비대면 서비스
새 것만 찾기보다 관행에 막힌 아이템부터 살펴야

"사실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던 이번 달 초. 오랜만에 다시 얼굴을 맞댄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런 재택근무 전환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자신도 의외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요는 이렇다.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막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온라인 근무 시스템이 별다른 문제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아울러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는 체계가 미리 갖춰져 있기는 했지만, 이를 한 순간 전면 가동했음에도 원활히 자리 잡는 모습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단지 본인의 회사를 자랑하기 위한 말은 아니다. 해당 인터넷은행이 재택근무에 활용한 온라인 근무 시스템이 모두 자사 플랫폼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외 IT 업체들이 이전까지 시장에 내놨던 각종 도구들만으로도 나름 훌륭히 홈워크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셈이다.
이는 비단 일각의 사례일 뿐이다. 금융권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여러 예기치 못한 실험들을 겪어 왔다. 고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비대면 서비스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뤘다.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고도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이제 상당수의 보험 상품은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가입과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구를 만나거나 어디를 찾아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던 금융 업무들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로 변모했다. 이 와중 언택트라는 신조어는 순식간에 금융권의 대세로 등극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온다. 애초에 다 마련돼 있던 서비스들이 코로나19로 빛을 보게 됐다는 씁쓸한 반응이다. "코로나19 덕에 3년 동안 묵혀두던 아이템들을 3개월 새 모두 꺼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금융사 IT부서 관계자의 말에는 뼈가 담겨 있다.
정부는 줄곧 혁신금융을 강조해 왔다. 이에 혁신 서비스를 실행에 옮기려는 움직임도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실제 빛을 본 사업은 많지 않았다. 위험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금융권 전통의 보수적인 사고에 가로막히면서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펼쳐진 혁신금융 사례들은 어찌 보면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다. 수동적 관행에 막혀 있던 능동적 사고의 혈을 코로나19가 뚫어준 모양새다. 사람도 병을 이겨낸 뒤 항체가 생기듯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뜻밖의 처방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반성해야 할 지점이 더 많다. 혁신은 기존의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지, 꼭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는 말이 있다. 그토록 부르짖던 혁신금융은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까운 시간만 보내며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

D-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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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칼럼


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2020.05.25 09: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춘추시대 초나라의 대부였던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이 평왕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하자, 복수를 맹세하며 오나라로 도망갔다. 그는 거기서 공자 광의 책사로 활약했다. 한 때 은퇴생활도 했으나 광이 오 왕(합려)으로 즉위하자 행인(行人:외무 대신 급)으로 발탁됐다.
오왕 합려는 거듭 초를 공격하다가 BC506년 마침내 초의 수도 영(郢)을 함락시키고 종묘를 불태웠다. 이 때 이미 평왕은 죽은 후였고, 소왕은 달아나고 없었다.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에 300번이나 채찍질을 가했다. 부형의 원수를 그렇게 갚은 것이다. 옛날의 친구였던 신포서가 사람을 보내 말을 전했다.개헌도 하고 한명숙 재심도 하고?“당신의 복수는 너무 지나친 것 같소. 나는 ‘사람이 많으면 한 때 하늘도 이길 수 있지만, 일단 하늘의 뜻이 정해지면 사람을 깨뜨릴 수도 있다’고 들었소. 일찍이 평왕을 신하로서 섬겼던 그대가 지금 그 시신을 욕보이니, 어찌 이보다 더 천리(天理)에 어긋난 일이 있겠소.”
오자서는 그 사람에게 말했다.
“나를 대신해서 신포서에게 사과하고,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천리를 좇을 수 없었소’라고 말해 주게.”
훗날 오자서도 참소를 당해 자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사기 오자서 열전).
정부 여당이 21대 총선 압승을 계기로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운위하더니 민주당 쪽에서는 ‘한명숙 재심’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측은 문 대통령이 다시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개헌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여당의 의석이 개헌선에 근접해 있다. 굳이 문 대통령이 나설 것도 없다. 문 대통령의 개헌 지침은 이미 재작년 3월 발의했던 개헌안에 구현돼 있다. 그것으로도 못미더워 그는 5‧18 기념식에서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아마도 더불어민주당은 해가 바뀌기 전에 개헌을 시도할 것이다.강화된 완력을 주체 못하는 정권한 전 총리 재심 이야기도 우연히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뉴스타파가 왜 한 전 총리의 억울함을 부각시키려는 듯한 보도를 했는지는 그것부터 의아하다. 그렇다고 언론보도에 의혹을 제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언론은 당연히 그래서는 안 되니까). 다만 이미 당시 재판 때 제시되어 법적 판단을 받았던 ‘한만호 비망록’이라는 것을 새로 발견된 문건인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보도한 배경을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민주당 쪽에서는 재심 이야기가 예사롭게 나오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0일 공개회의에서 “법무부·검찰·법원은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심은 법률적으로 어렵지만, 사법농단·강압수사 여부를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 죄를 네가 알 테니 이실직고 대안을 내놓으렸다”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이 이미 2015년 8월 20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서 “우리는 한 전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공언했었다. 그건 친문세력에게는 움직일 수 없는 진리로 인식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김 원내대표가 그런 식으로 교만을 떨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조국 전 법무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재판, 청와대 참모들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의혹, 청와대 참모들의 무더기 기소 등도 정권 측은 조속히 종식시켜야 할 현안으로 인식할 법하다.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설치되면 봐라, 윤석열 검찰총장을 가만두나”는 식으로 복수를 공언하는 사람까지 있지 않은가.노무현 정권의 좌절에서 배워야게다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인 윤미향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 문제도 겹쳤다. 이 경우는 민주당이 사서 짐을 지는 경우다. 양정숙 당선자를 부동산 실명제 위반, 세금 탈루 등 의혹으로 제명한 데 이어 윤 당선자까지 제명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일까? 더욱이 정의연은 반일 운동의 최전선을 지켜온 단체다. 윤 당선인을 내칠 경우 정권 측의 반일 연대에 심각한 타격을 안길 수 있다. 그래서 덥석 끌어안은 것일 텐데 그 부담을 감당하기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과제들만으로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5‧18 진실규명’을 역설했다. ‘4‧3의 완전한 해결’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것으로 끝날 것도 아니다. ‘세월호 진상규명’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 과제다. 이야말로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그 때문에 마음이 급해질 것이고, 일손은 점점 더 거칠어지기 쉽다.총선을 통해 강화된 힘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그로 인한 피해는 정치적 반대 세력이 아니라 정권 자체의 몫이 되고 만다. 그런데 그걸 깨달을 것 같지가 않다.
코로나 이후 경제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그 침체 양상은 오래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 정부의 역할이 과도하게 팽창돼 있는 상황에서 민간 부문이 급속히 쇠퇴하게 되면 시장경제체제는 무너져 내릴 지도 모른다. 거기에 임기 말 대통령과 정부의 권력과시 욕구가 겹칠 경우 대한민국의 장래는 정말이지 암담해지고 만다.
‘문재인 정권’이 그나마 실수‧실패를 줄이는 길은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지 않는 것이다. ‘청산’ ‘척결’의 대상을 더 찾지 말고 이제부터는 정리와 마무리에 들어가야 한다. 끝없이 전선을 확대하다가 결국 제풀에 주저앉고만 노무현 정권의 경험에서 배울 일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더 킹, 남주 미화가 독이 됐다

2020.05.25 08:20 | 하재근 문화평론가 ()

‘더 킹-영원의 군주’는 작정하고 남주인공을 멋있게 그리는 데 올인한다. 한데 그 방식이 너무 구태의연하고, 강도도 지나치게 강해서 역효과가 나고 있다.
방식이 구태의연하다는 것은 전통적인 ‘백마 탄 왕자님’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이다. 강도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은 그리는 방식이 너무 노골적이고, 심지어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까지 튄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의 백마 진군 장면이 대표적이다. 부산행 도로 어딘가에서 여주인공이 위협당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황제 남주인공이 백마 타고 나타나 구해줬다. 긴급하게 이동하려면 자동차나 헬기가 훨씬 효율적일 텐데 남주인공은 말을 탔다. 그러더니 총도 안 쓰고 악당들과 육탄전을 전개했다.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실소가 터진 장면이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다 무시하고 오직 남주인공 멋있게 그리는 데에 집중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웃음거리만 됐다. 극의 완성도도 심각하게 떨어뜨렸다.
초반부터 남주인공 설정의 문제가 제기됐었다. 로맨스 드라마 남주인공을 전통적으로 백마 탄 왕자님이라고 한다. 부자이거나 능력자가 여주인공을 구해주는 설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백마 탄 왕자님은 그런 관습을 은유적으로 일컫는 것이었는데, ‘더 킹’은 남주인공을 진짜로 백마 위에 태웠다. 직업은 황제, 재산은 600경 수준이다.
여주인공이 대한제국 서울에서 차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자 헬기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구해주기도 했다. 백마 타고 달려오거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왕으로 그린 것이다. 로맨스 드라마 사상 가장 노골적으로 그린 왕자님 코드라고 할 수 있다.
중반에 뜬금없이 나온 일본군과의 대치 장면도 남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든 설정이었다. 입헌군주국의 황제가 최전선 함정에 탑승해 전투를 지휘한다는 설정이 황당했다. 입헌군주국이 아니라 통치권을 직접 행사하는 황제라 해도 최전선 지휘는 말이 안 된다. 그저 이민호가 멋지게 군복을 차려입고 결연하게 대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개연성을 무시한 것이다.
지난 주말엔 이민호가 군복 입고 여주인공의 밥을 만들어주는 장면까지 나왔다. 이 장면 하나만 보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 전까지 남주인공을 멋있게 그리는 데만 집중하던 끝에 나온 장면이기 때문에 여기서도 실소가 나왔다.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드라마가 아니라, 멋있는 장면만 나열되는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이다.
역적 소굴로 추정된 서점을 급습하는 장면도 그렇다. 웅장한 배경음악으로 남주인공의 비장하고, 늠름하고, 결연한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이 역시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너무 과장되고 노골적인 표현 때문에 역효과가 난 것이다.
작품의 개연성을 무시하고 남주인공에게 다 몰아주는 셈인데 결국 독이 되고 있다. 작품이 먼저 살아야 주인공 캐릭터도 사는 법이다. 게다가 이민호의 연기는 작품이 그에게 싣는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는 형편이어서 ‘더 킹’의 남주 미화가 더 난국에 빠졌다.
시대착오적이란 점도 문제다. 백마 탄 왕자님 코드는 과거의 관습이고 요즘은 여성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추세다. 김은숙 작가가 이런 변화에 정면으로 맞서 ‘백마 탄 황제’를 내세웠는데, 그 남주에게 환호해야 할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마저 미지근하다. 오히려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다. 김 작가가 시대의 변화를 너무 몰랐다.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남주 미화에 공 들일 에너지로 극의 밀도를 더 높였어야 했다. 남주인공 혼자 마네킹처럼 미화될 뿐 여주인공과의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극은 때로 튄다는 느낌이 있을 정도로 매끄럽지 못하다. 백마 탄 남주인공에게 올인한 ‘더 킹’이 그로 인해 침몰하고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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