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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의 보수 커밍아웃에 주목하자

표창원과 이용수 할머니는 보수당으로도 올 수 있었던 사람
보수우파 정체성 고수하되 큰 사건 관련 입장과 태도 고쳐야

사실 그가 자신이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하다.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드문드문 기사를 접해 왔던 사람이라 어떤 강도로, 얼마나 진지한 고백을 했었는지는 몰라도 지난 인터뷰 기사들 속에 의원 초창기 시절 그런 말을 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보수당이 참패해 재건에 나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 언론에 난 그의 일종의 리바이즈드 커밍아웃(개정판 신상 공개)은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싶다.
경찰대 교수 출신의 전 의원 표창원은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집안 내력과 출신 지역 등을 소개하며 "보수적인 피와 환경에 푹 절어서 살아왔다"면서 "어머니는 내가 국정원 댓글 사건 때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자 사흘간 앓아 누웠다"라고 고백했다.
필자는 그의 이 말을 읽고 사흘 동안 그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흘간 앓아 누운 그의 어머니는 한국의 보편적인 보수 지지자요, 표창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 이념을 표방하는 정당에 걸어 들어가 국회의원이 된 이유가 자꾸만 생각이 나서 그랬다.
그는 "민주당에 전혀 관심과 상관이 없던 내가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보수가 나를 비롯해 나와 유사한 사람을 밀어낸 거다. 보수의 자기 파괴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로 민주당에 환멸을 느끼고 그후 그쪽으로부터 배신자로 공격 받아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으나 그는 이번 4·15 총선에서 불출마를 했고, 전 의원 신분으로 변한 5월 말에는 보수주의자로서 한국 보수당의 패착을 지적했다.
말하자면 당시 보수당이던 새누리당이나 자유한국당은 표창원 같은 사람을 제발로 내찬 것이다. 그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냐고 묻는다면, 본질을 피하는 질문이다. 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어떤가. 이 할머니는 윤미향 사태 과정에서 2012년 본인이 직접 국회의원이 돼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품고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타진했던 것으로 보도됐고, 본인도 이를 시인했다.
윤미향 사태에서 보여 온 이 할머니의 이미지는, 그녀가 비판하는 윤을 옹호하는 당이 민주당이고 그녀를 지원하며 윤을 국회에서 퇴출하는 운동을 벌이겠다는 당이 보수당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온전히 보수당원이다. 상식적이고 애국적이고 보수적이어서 그렇다.
한국 보수당이 표창원이나 이용수 할머니를 품지 못하고 상대 당의 문을 두드리도록 한 것은 그들의 이념이나 표방하는 가치, 정강정책이 잘못되어서가 아니었다. 이미지 때문이었고, 더 직접적으로는 그런 이미지를 보여 온 당 지도부와 주요 의원들의 큰 이슈가 터졌을 때의 입장과 언행 태도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5·18이나 세월호 같은 대형 이슈가 한국 보수당의 사활을 가른 것이다.
그러나 작금에 보수당(곧 당명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통합당) 안팎의 주요 인사들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이렇게 당의 사활을 결정한 소프트 웨어 대신 쓸데없기도 하고 무분별하기까지 한 하드웨어를 바꿔야 한다는 집착이 엿보여 염려스럽다.
이 당 비상대책위원회 수장으로서 1일부터 집무실에 앉은 김종인은 며칠 전 비공개 특강에서 의원들에게 "진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고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진의는 "보수를 자처해도 보수답지 않으면 거짓 보수이고, 보수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보수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면 그게 진짜"라고 한 그의 다음 말에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8년 전 새누리당에 영입됐을 때 주장했던 당 강령에서 '보수'를 삭제하는 등의 '자해' 조치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수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자긍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여야 옳다.
1일부터 야인으로 돌아가 언론의 조명을 받은 중진 중의 한 명인 전의원 김무성도 "나는 이제 보수도 우파도 아니다" 라고 선언했다. 그럼 뭐란 말인가. 자신과 당의 정체성을 잊어선 안되는데, 보수나 우파가 열등 집단이라도 되는 듯한 낙인을 스스로 찍고 있다. 오히려 당당해야 한다. 당당한 가운데 소통하고 소신 있게 옳은 일을 해나가야 사람들이 평가하고 박수를 쳐주는 것이다.
미국의 보수당은 리퍼블리컨(Republican, 공화주의자)이라 불린다. 이들이 열등 집단인가. 이 당이 낳은 최초의 대통령은 링컨이다. 노예제 확대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세워진 166년 역사를 가진 당으로 후버, 아이젠하워, 레이건 현재의 트럼프까지(민주당에 비해 이름이 없고 인기가 낮은 이들이 많긴 하다.) 링컨 이후 32명 중 18명을 배출했고, 상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적이 수없이 많았다.
미국 공화당의 '미국 보수주의'는 더 낮은 세금, 자유 시장 자본주의, 이민 제한, 군비 지출, 낙태 제한, 탈규제, 노조 제한 등이 핵심이다. 국민 선호가 바뀐다고 해서 당의 정체성인 이것들을 하루 아침에 민주당 것으로 바꾸진 않는다. 공화당의 주요 지지 기반은 남부, 농촌, 남성, 백인, 기독교인 등인데, 이것이 잘못됐으니 표의 확장성을 위해 당명, 당색은 물론 정강정책까지 모조리 바꾸자는 공화당 의원은 없다.
한국 유권자들의 낙인 의식과 유행 편승 경향이 워낙 강하니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면 캐나다나 유럽 국가들처럼 진보보수당(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으로 신장개업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원색 우파에서 회색(중도) 우파로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보수 가치와 철학을 대변하면서도 실시간 시대정신으로 무장, 김종인 말대로 '모든 부분에서 시대 변화와 함께 국민에게 다가가는 진취적인 정당'이 되면 미래가 보일 수 있다고 본다.
당명에 '미래'를 넣고 당복으로 난데없는 빨강 점퍼를 입는다고 표가 오지는 않는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

D-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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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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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맹독성 균 보툴리눔 톡신, 이제라도 전수조사 해야

2020.06.04 07:00 |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eu@dailian.co.kr)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에선 탄저균이 테러에 이용돼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이른바 ‘백색가루’라고 불리는 분말 형태의 탄저균을 우편물에 넣어 운송한 것인데, 22명이 감염돼 이 중 5명이 숨졌다.
탄저병을 일으키는 탄저균은 흙 속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생명력이 강해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사람이 감염되면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혀 쇼크를 유발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그만큼 치명적인 병균이어서 2차대전 때 미국과 소련 등이 생물학무기로 개발되기도 했다. 탄저균 100㎏이 대도시 상공에 살포되면 최대 300만명을 살상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균이다.
'보톡스'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도 알고 보면 1g만으로도 100만명 이상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성물질이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위험도, 생산 가능성, 무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탄저, 페스트, 두창과 함께 보툴리눔 독소를 A등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보툴리눔 독소를 우유에 타는 등의 테러를 일으킬 경우 10~100g 만으로도 수만명에서 수십만명까지 희생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이처럼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매우 위험한 데 비해 그동안 우리 규제당국의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토양, 통조림, 설산 등에서 발견했다고 종이 한 장만 내면 통과가 됐다.
산소가 없는 혐기성 환경에서 자라는 보툴리눔 톡신 균을 눈 덮인 산에 있는 흙에서 찾았다고 하거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땅을 파다 보니 우연히 나왔다는 말을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걸까. 업계에선 3~4억만 주면 균주를 구해주는 브로커가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늘(4일)부터는 규제기관에 신고만 하면 됐던 보툴리눔 톡신 균주등록제도가 허가제로 바뀐다. 당국이 이제라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반가운 일이다.
이런 제도가 앞으로 균주를 등록할 업체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소급적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76조가 개정·시행됐기 때문이다. 당국이 기존에 등록을 마친 균주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벌일 근거가 될 수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미용 목적이 아니라도 800개 이상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약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전세계 톡신 시장은 59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이며, 치료용 시장은 32억 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유망한 산업인 만큼 규제당국이 더욱더 투명하고 철저하게 균주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6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보유한 기업들의 균주 기원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모 제약사 관계자가 한 말이 있다. 그는 한 기자회견에서 “국가기관도 요구하지 않는 기업 비밀정보(균주 염기서열)를 일개 기업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균주 기원을 비공개로 두기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외부에 공개하기 꺼려한다면 당국에만 비공개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다양하게 모색해 볼 수 있다. 이 정도는 '청'으로 승격된 질병관리본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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