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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헌법적 전체주의의 불길한 그림자

2020.04.09 09: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정부가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은 이탈자 방지를 위해 전자팔찌 부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 하고 자가격리앱을 설치해야만 입국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2020년 4월 6일 현재 해외입국자를 포함 46만 566명의 자가격리자 중 75명의 자가격리 위반 사례가 적발되어 감염예방을 철저히 할 목적으로 전원 전자팔찌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정부가 이를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합심하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이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논의 중인 전자팔찌 의무착용 방안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해외입국자의 경우 본인의 동의를 받아 전자팔찌를 착용하도록 하고 만약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입국을 불허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강제적인 전자팔찌 부착 처분이다.
전자팔찌와 같은 전자감시처분은 유럽에서는‘주거교도소’라는 개념으로 구금을 대체하는 구금대체처분으로 인식된다. 감염방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강제구금 대체 처분이 전자팔찌 의무착용의 본질인 것이다. 전염병 예방과 감염방지를 위해 긴급하고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면 전자팔찌 의무착용을 정책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상 개인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가 수반되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추구하는 목적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의 자유가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2008년부터 시행중인 성폭력 사범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처분도‘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고 보호관찰소의 부착명령 청구 전 조사, 검사의 부착명령청구, 법원의 부착명령과 같은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유사한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는 전자팔찌 의무착용을 추진하면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당사자의 동의만으로 사실상 강제한다는 것은 우리 법 체계 상 허용되지 않는 방안이다.
정부 일각의 이런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무리 목적이 순수하더라도 이것이 선례가 되면 필요성을 이유로 국가가 헌법에 위반하여 적법 절차 없이 언제든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재난상황이라 해도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결코 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대재앙을 맞고 있는 이탈리아와 미국, 프랑스 등에서 감염방지를 위해 전자장치 부착을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전자팔찌 부착 방침에 찬성하는 듯 하고 이런 비상시국에 인권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전체주의로 가는 길은 의외로 선의로 포장되어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한번 선례가 되면 점점 더 크고 위험한 반헌법적, 반법치주의적 국가통제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의 목을 조이게 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빈대 한 마리도 없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불편한 것이다. 집권자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고 절차도 복잡하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주의의 불가피한 속성이다. 당장의 필요를 위해 헌법상의 기본권 보호와 법치주의의 근본 틀을 깨자는 발상은 너무나 위험하다. 어리석은 군중들이 멋 모르고 환호할 때 전체주의의 불길한 그림자가 서서히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법치주의 파괴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기

2020.04.02 11: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4월 총선을 앞두고 친정부 언론과 합세한 문재인 정권과 친문(親文) 세력들의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검찰 쿠데타 세력”이라며 윤석열 총장 등 검사 14명의 실명 공개와 함께 반드시 사퇴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같은 당 소속 비례대표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총장 부부가 수사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며 공격에 가세했다.
정권의 어용방송으로 전락한 MBC가 지난 3월 9일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검찰총장 장모님의 수상한 소송”을 방송한데 이어 3월 31일 뉴스에서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 현직 검사장과 채널A 법조기자 사이에 마치 불순한 거래가 있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윤석열 총장 때리기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즉각 해당 검사장에 대한 감찰 방침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선대위원장을 통해 압박수위를 강화한 가운데 열린민주당도“정치 검찰과 종편 방송사의 정치공작 음모”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 집권세력과 검찰 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정권의 조직적인 윤석열 총장 흔들기는 예사롭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헌법과 법치주의를 흔들고 대한민국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법부와 더불어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이고 개인의 자유와 사법정의를 지키는 보루다. 민주주의의 바탕을 이루는 법의 지배는 형사사법제도가 핵심 역할을 하고 검찰은 형사사법의 중심축을 이루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할 우리 사회의 가치다. 따라서 집권 초기 정권 입맛에 맞는 적폐수사를 할 때는 환호의 박수를 보내다가 살아있는 권력비리를 수사하자 태도가 돌변하여 검찰을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권에게 검찰은 어떤 존재인가. 윤석열 총장 임명식에서“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한 대통령의 당부는 진심이 아니었던가. 검찰은 결코 정권의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검찰을 불신하는 이유도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고 청렴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건이나 중요 사건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유리하게 여당과 야당에게 상이한 잣대를 가지고 수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기로에 섰다. 정권과 가까운 코드 인사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장악한데 이어 전국법관회의 의장 출신 최기상이나 이수진 같은 법복 입은 정치판사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대거 총선에 출마했다. 법치와 정의의 최후 보루이어야 할 법관이 권력의 품에 안긴 헌정 사상 유래 없는‘법권(法權)유착’이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사건의 행동대장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앞둔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도 당당히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았다. 무법천지가 따로 없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문재인 정권이 총력전을 펼치며 윤석열 총장을 흔드는 의도가 무엇인가. 총선 이후 청와대 윗선 관여 여부를 밝힐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사건 수사나 청와대 행정관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피해 규모 1조 7,000억원의 라임사태 수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가.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이고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되돌려 줄 역사적 책무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혁을 빌미로 검찰을 무력화 시키거나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 시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골적인 정권의 윤석열 총장 흔들기는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뿐이다.
글/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n번 방 사건'과 좋은 형사사법제도의 조건

2020.03.26 08: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2004년 프랑스 형사사법개혁법안 의회 제안연설에서 법무부장관 도미니끄 페르뱅은 좋은 형사사법제도의 조건으로 다음 4가지를 들었다. 형사사법제도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목적달성을 위해 적절한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신속해야 하고, 피해자를 적절히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개혁 못지않게 형사사법개혁도 중요한 과제다. 근본적으로 변해버린 범죄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피의자와 피해자의 인권보호에도 더욱 충실한 제도를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형사사법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형사사법의 존재이유와 목적을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 교과서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정절차의 원리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발견이 형사사법의 중요한 이념이자 목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고의 이념과 가치는 아니다. 형사사법의 제1차 목적은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다. 피의자의 인권보호도 중요하지만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가 우선이다.
또한 형사사법은 효과적이어야 한다. 효과적이지 못하고 제도적 난맥상을 노출하는 형사사법은 어떤 고귀한 이념과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좋은 제도가 될 수 없다.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변해 더 이상 몸에 맞지 않는데도 과거의 형사사법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넌센스다. 수사기관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와 인적․물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해외 서버 둔 IT 이용 범죄는 국제형사사법공조 중요한국, 국제 '사이버범죄협약' 미가입 상태텔레그램 'n번 방 사건'으로 온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미성년자를 비롯한 70여명의 피해 여성을 성노예처럼 다룬 피해 동영상을 26만 명의 회원이 보면서 공유했고 운영자는 유료회원의 회비를 통해 거액의 불법 범죄수익까지 올린 전례가 없는 사건이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효과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형사법 규정이 완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IT를 이용한 첨단범죄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효과적 수사를 위해서는 국제형사사법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200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체결되고 2004년 7월 1일 발효된 사이버범죄협약(부다페스트 협약)은 유럽평의회 47개 회원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총 51개국이 가입되어 있으나 우리는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 협약 규정과 상충되는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규정 때문이다.
국제표준에 맞게 관련 법 규정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하는데 사이버범죄 협약이 발효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IT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의 형사사법제도가 국제조류에 따라가지 못하고 얼마나 후진적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법무부, 형사정책 총괄부서 없어급변하는 첨단범죄에 정부 차원에서 발빠르게 대응해야이에 대한 책임의 한가운데에 법무부가 있다. 경제정책이 재정경제부의 소관이듯 법무부는 국가정책으로서의 형사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서다. 금융경제범죄, 강력범죄, 성폭력범죄, 사이버범죄 등 주요범죄와 관련한 형사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검찰을 통해 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법무부의 업무다. 그러나 법무부는 형사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도 없고 형사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
검찰국이 주무 부서지만 조직과 인원이 절대 부족하다. 검찰 관련 업무를 주로 함에 따라 정책부서로서의 역할은 전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박상기 전 장관조차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 n번 방 사건에서 드러난 관련 형사정책의 미흡한 점을 신속히 입법적으로 보완하여야 할 추미애 장관도 엉뚱하게 n번 방 관련자들을 범죄단체조직죄로 엄단해야 한다며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비자는“일이 많은 시대에 살면서 일이 적던 시절의 그릇을 사용함은 슬기로운 사람의 대비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프랑스는 2004년 형사사법개혁을 통해 한정된 형사사법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미국식 플리바게닝을 전면 도입하는 등 신속간이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대신 대형금융경제범죄, 조직범죄 등 중대범죄에 수사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효과적인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범죄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한 좋은 사례다.
근본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는 반드시 재발된다. 제2, 제3의 n번 방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무부 형사정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검토해 조직과 기능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 급변하는 첨단 범죄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사회의 몫이다. 형사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글/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위기에 처한 대의민주주의

2020.03.19 10:1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4월 15일 예정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헌정 사상 최악의 총선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 확실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과시키기 위한 꼼수로 정체불명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들고 나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이른바 4+1 협의체로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더니 이제는 공천 논란과 전대미문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원인은 잘못된 선거법 개정 때문이다. 국회 구성의 다양성과 대의성 확보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 했지만 정당지지율과 의석 배분이 따로 놀게 되어 있고 소수정당이 난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예고된 참사였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군소정당과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정봉주 전 의원,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을,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각각 비례위성정당으로 창당하는 사상 초유의 코미디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의 공천 논란도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사건으로 법원에 기소된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후보 양보의 대가로 주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흥정했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지역구에 모두 공천했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사건은 청와대가 총괄 기획한 의혹이 짙은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 사건이다. 그 핵심 관련자들을 대거 공천했다는 것은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례대표 공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1번에 4억원 상당의 기초생활비와 장애인 활동 지원금을 부정수급한 교수를 공천했고, 비례대표 4번에 2002년 최규선 게이트 당시 36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을 공천했다. 중대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과연 국회의원으로서 적합한 자격을 갖췄는지는 심히 의문이다. 미래한국당도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 5번에 별다른 활동 전력도 없는 경력 11개월의 신참변호사를 공천하겠다고 발표했고, 정의당도 비례대표 1번에 대리 게임 논란을 불러일으킨 여성 후보를 공천했지만 어디에도 국민들은 안중에 없다.
대의민주주의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논란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국회의원 선거를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비례대표는 왜 필요한 것인지 국민들은 궁금하다. 정당이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부 정치적 패거리와 그 지지자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정치권력의 사유화(私有化)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적 볼모로 발목잡힌 국민들의 정치혐오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 폭발 지경이다.
정치의 계절이 올 때마다 메시아를 기다려 보지만 헛된 희망이었음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규정은 언제나 유효하다. 결국 지혜로운 국민들이 무능하고 낡고 부패한 정치질서를 깨고 희망의 미래를 향해 전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가 없는 힘은 압제다. 뛰어난 인재들이 진정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시급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모든 길은 검찰로 통하지 않는다

2020.03.12 10:3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신천지 교단에 대한 검찰 강제수사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법무부와 대검 사이의 논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행정조사에 대검이 디지털포렌식팀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단 마무리 되었지만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 오락가락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부와 공판부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현 정권 실세 수사에 관여한 검찰간부를 인사조치하고 직접 수사부서를 대폭 폐지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신천지 교단 수사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검찰을 압박하며 법무부가 압수수색을 직접 지시하고 나섰던 것은 모순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권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고 검찰의 존립 기반도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모든 문제를 검찰 수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지, 형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검찰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고소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고소사건이 폭주하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사회의 건강한 자정기능이 고장났다는 증거이고 국가의 분쟁해결 절차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소불위의 검찰을 만들어 주는 것도 모든 문제를 검찰을 통해 해결하려는 세태가 빚어낸 역설이다.
검찰 수사는 절제하고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적 병리현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하여야 한다. 대증요법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근원적인 진단과 처방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사가 되어야 한다. 수사의 배경과 목표를 항상 고려해야 하고 실적 위주의 수사는 금물이다. 검찰의 수사권은 장군의 칼과 같이, 자주 사용하기보다 존재 그 자체로서 예방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직부패나 대형경제범죄 수사 등 거악을 척결할 수 있는 수사에만 검찰수사권이 발동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기업수사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 검찰 소환이나 압수수색 사실만 알려져도 기업신인도에 타격을 입고 나중에 무혐의 또는 무죄로 판명 나더라도 사업이나 금융거래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형벌은 최후의 수단(ultima ratio) 이어야 한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타다’논란에서 볼 수 있듯 형사처벌 만능주의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 일본 다나카 총리를 구속했던 록히드 사건의 주임검사 요시나가 유스케 전 일본 검사총장이“검찰은 오물이 고여 있는 도랑을 청소할 뿐 그곳에 맑은 물을 흐르게 할 수는 없다”고 검찰의 자기통제를 강조한 것은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검사의 사명감이 지나치면 공명심이 되고 결과지상주의에 빠져 무리한 수사가 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략의 핵심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검찰은 반드시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안 될 사건에 한해 절제된 수사권을 행사해야 하고, 국민들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검찰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관행과 단절할 때가 되었다. 모든 길은 검찰로 통하지 않는다.
글/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고위공직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

2020.03.05 09: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국가적 대재앙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와중에 신천지 교단에 대한 검찰 강제수사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역감염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검찰에 신천지 교인 명단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지시했지만 검찰은 현 단계에서의 압수수색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까지 가세한데다 자칫 감염사태가 악화될 경우 책임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입닫은 법무장관 신천지 강제수사는 검찰이 판단할 사항문제는 추미애 장관의 압수수색 지시가 적절했는지 여부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감독자이기도 하지만 출입국관리의 총 책임자이기도 하다. 외교부가 아니라 법무부가 출입국 제한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한다. 지난 1월 중국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감염원 차단을 위해 신속한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수차례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도 추미애 장관이 출입국 주무장관으로서 사태가 대재난 수준으로 곪아 터진 지금까지 중국인 입국 금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검찰의 압수수색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신천지 교단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여부는 검찰이 판단할 사항이다. 법무부장관이 특정사건에 대한 수사방법까지 일일이 지시한 전례는 없었다. 검찰청법상 법무부장관의 이런 지시가 적법한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신천지 교단에 대한 강제수사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압수수색이 반드시 사태 해결에 도움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강제수사 여부는 검찰에 맡겨 놓고 법무부장관으로서 챙겨야 할,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에 집중할 일이지 계속 검찰의 강제수사를 고집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고위공직자의 으뜸 덕목은 자리에서 기본을 행하는 것진단시약 개발한 씨젠, 대구의 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여국민들이 공포와 불안 속에 빠져 있는 국가 대재난 상황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위공직자의 처신은 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만희 신천지 교단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검체 채취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이만희 총회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가평 연수원까지 달려가는 해프닝을 벌였다. 서울과 수도권 행정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는 감염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필요한 방역 조치와 관련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다.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어려움을 함께 하고 안심시켜야 할 책무가 살인죄로 고발장을 제출하는 것이나 현행범 체포를 위해 가평까지 달려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고위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으뜸은 각자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도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지 않고 공격수로 나서 설치면 패할 수밖에 없다. 세계 11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마스크 한 장을 사지 못해 몇 시간씩 줄을 서고, 의료진들의 방호복이 없어 일반 가운을 입고 진료할 수밖에 없는 기막힌 장면이 연출된 것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제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성실히 각자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 민간 부문과 시민들은 우리의 빛나는 희망이다. 감염의 위험과 극도의 피로를 무릅쓰고 치료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지난 1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일찍 예견하고 진단시약을 개발한 기업 씨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타 지역으로의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극한의 어려움과 싸우고 있는 대구시민들은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의 무능은 범죄다. 국민에게 선출된 권력은 그 자리에 합당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존재이유가 있다. 추미애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해야 할 책무를 다하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재난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임을 깨닫고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일이 없어야 한다.
글/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코로나 사태는 인재…정치판단이 주범

2020.02.27 07:00 | 김종민 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장(desk@dailian.co.kr)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국회와 법원이 멈춰 섰고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날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늘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얼마나 사태가 악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들과 언론이 사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중국인 입국 통제를 촉구했지만 시진핑 주석 방한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 판단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 시킨 주범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고위층들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곧 진정될 것이라며 무책임하고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 국가적 대재난이 바로 눈앞에 와있는지도 모른 채 영화 '기생충'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파안대소하며 짜파구리 파티를 했던 장면은 국가리더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3년 간의 총체적인 국정파탄과 난맥상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대한민국의 토대가 너무나 허술했음을 증명했다
전문가가 배제된 정치 과잉의 사회, 국가경영에 대한 철학과 실력도 없고 최소한의 직무 윤리마저 내팽개친 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한 국가는 몰락의 운명이 불가피하다는 냉정한 현실도 깨달았다. 수많은 정치적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시스템, 사회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자산과 성숙한 시민의식 같은 소프트파워가 튼튼히 뿌리내리지 못하는 한 선진국의 꿈은 한낱 사상누각임을 자각하는 계기도 된 것도 소중한 교훈이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나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핵심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가 여부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국가든 개인이든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문제는 수면 밑에 잠복해 있을 때 잘 알기 어렵지만 표면화 되면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진정한 개혁을 할 수 있는 출발점도 모든 문제가 드러난 지금이 최고의 적기가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문재인정부 집권 이후 잠복 되어 있던 우리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문제와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적지 않은 성과다.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있는 울산시장 부정선거 사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한 선거법 개정, 위헌적인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 공수처 도입, 코드 인사로 장악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사법개혁을 외쳤던 정치판사들의 민주당 입당과 정권고위직에 임명하는 법권(法權)유착의 참담한 현실 등이 그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권력에 의해 헌법과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가 정면으로 도전받는 최대의 위기 상황이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다.
고통스럽고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선택은 명확하다.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더 이상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국가의 시스템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출된 정치권력이 함부로 국정을 농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치지도자가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고 뛰어난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책임정부의 실질적 구현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 진영논리를 떠나 낡은 질서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역사적 기로에 섰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값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전 국민이 힘을 모으고 행동해야 하는 용기와 도전의 시간이 왔다.
글/ 김종민 변호사(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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