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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진석 "국민들, '오만불손 정권'에 후회 있으실 것"

  • [데일리안] 입력 2020.09.19 07:00
  • 수정 2020.09.19 05:22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은발로 나타난 5선 중진…"불의를 향한 항거"

나라 걱정에 머리 세는 국민들과 아픔 같이 해

"文 지킨 약속은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 뿐

내로남불으로는 표현 안돼…후안무치의 극치"

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년 정치를 하면서 항상 검은색이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머리가 하얗게 셌다. 정진석 의원은 "정치를 하면서 늘 염색하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왜 염색을 않느냐고 하더라"며 "하도 상식에 어긋난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니까 불의한 세상을 향한 일종의 항거의 표시"라고 말했다.


우스개소리라며 웃었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머리가 하얗게 센 게 비단 정진석 의원 뿐일까. 나라 걱정에 많은 국민들의 머리가 세고, 심지어 스트레스성 탈모까지 겪는다는 호소가 많다.


정진석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 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뿐"이라며 "무슨 정의며 공정을 제일로 내세운 듯 했지만, 위선이었고 한낱 공허한 허울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 정권 들어 공정과 정의의 추락은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올해 '윤미향 사태' '추미애 사태'에 이르면서 극에 달했다. 지난 나흘 간의 대정부질문에서 집권여당 의원들은 자녀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두둔과 비호에 전력을 다했다.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를 거쳐 국회 운영위원장·국회사무총장·국회의장비서실장 등을 두루 맡으며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국회의 모습을 속속들이 지켜봐온 정진석 의원은 "국회의원은 개별적으로 독립된 헌법기관인데도, 청와대에 예속된 틀을 벗어던지지 못했다"라며 "가장 수준 낮은 국회상을 보여줬다"고 개탄했다.


이어 "얼굴이 이렇게 두꺼운 사람들이 없다. 이 사람들은 '내로남불'만으로는 표현이 약하고, 후안무치의 극치"라며 "국민 전체를 바라보면 염치를 갖고 정치를 할텐데, 국민 전체를 보지 않고 자기편만 보기 때문에 후안무치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추미애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은 이들이 절대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며 "이렇게 오만불손한 정치세력에게 표를 너무 많이 줬다는 후회가 있으실 것"이라고 단언했다.


"성조기 들고 '탄핵무효'론 중도 표 못 얻는다"
금태섭·진중권 같이할 수 있어야 '변화된 정당'
안철수 서울시장 보선 출마 가능성에 긍정적
"'김종인, 안철수에 회의적' 단정은 옳지 않다"


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총선 본투표일을 일주일 앞두고 선거전이 불을 뿜던 지난 4월 8일, 정진석 의원은 공주종합버스터미널에 지원유세를 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연단으로 이끌며 "이번 총선 이후에도 김종인 위원장이 제1야당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고 이행해나가는 역할을 계속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여러분들은 어떠냐"라고 외쳤다.


총선의 결과와 이후 펼쳐진 상황을 고려하면 선견지명이었다. 20년 정치경륜이 빛난 당시 발언을 꺼내자, 정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이 미워서 광장에 나갔는데, 성조기를 들고 탄핵무효를 외치는 모습이 보이니 중도층 표가 우리에게 오지 않더라"며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게 김종인 위원장에게 우리가 맡긴 주문"이라고 답했다.


보수정당은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을 패해 벌써 전국단위 선거 4연패다. 정 의원은 "대선마저 패하는 5연패로 가면 대한민국은 멸절(滅絕)의 길로 간다"며 "당이 변화해 안철수·금태섭·진중권·김경율 같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비로소 변화된 정당, 이기는 정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관건은 내후년 대선과, 그 전초전인 내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다. 정진석 의원은 4·7 보선이 국민의힘이 변했다는 것을 인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내 경선의 구조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 가능성에도 여전히 주목했다.


정 의원은 "우리가 이런 인물을 후보로 내놓을만큼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당내 지분이 없는 분들도 입당해서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규칙과 공정한 룰을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자임했다.


나아가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단정짓던데, 그런 단정은 옳지 않다"라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자잘한 '살라미'식 접근을 하는 분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후보를 자의적으로 선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낙연,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한국일보·동아일보 기자로 '3김시대' 현장 누벼
"이낙연, 나보다 불편부당했다 말하진 못할 것
호남·DJ 빼고 오늘의 이낙연 있을 수 있었겠냐"


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후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상대로 예상되는 최유력 후보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정진석 의원과 이낙연 대표의 인연은 각별하다. 각각 한국일보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3김시대'의 정치 현장을 누볐다.


2005년 4·30 재보선 때 정진석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우당 입당 권유를 고사하고, 충남 공주연기에 '기호 6번' 무소속으로 출마해 거대 정당 공천 후보들을 꺾고 당선됐다. 때마침 이낙연 대표도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열우당으로 가지 않고, 9석 새천년민주당 의원으로 남아 피차 원내에서 외로웠던 처지였다.


이 무렵 이낙연 대표가 전남 영광함평 지역구의 후원회 모임에 정진석 의원의 축사를 부탁했다. 정 의원은 모임에 가서 "6선 의원인 우리 아버지(정석모 자민련 전 부총재)가 '넘버 원'으로 치던 기자가 이낙연"이라며 "취재현장에서 나보다 선배였는데,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고 미담을 쏟아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여러 번 쏟아졌다고 전한다. 이낙연 대표는 이튿날 영광굴비 한 상자를 정진석 의원에게 보내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재선이던 15년 전의 일이다. 그만큼 서로를 잘 알아왔던 사이다. 정 의원도 "이낙연 대표를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낙연 대표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호남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향후 관건이라고 바라봤다.


정 의원은 "당시 이낙연 기자가 상도동(김영삼 전 대통령, YS)과 동교동(DJ)을 모두 출입했는데, 정진석 기자보다 기자로서 불편부당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호남과 DJ를 빼놓고 오늘의 이낙연이 있을 수 있었겠느냐. 본인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의 정치적 약점이 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를 하라'고 몇 번 권유한 것을 자신이 고사했다고 스스로 이야기를 하더라. 왜 그런 이야기를 먼저 하겠느냐"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조국 사태' 불만 담을 그릇 없던 게 총선 패인
정의·공정을 구현할 인물 찾아 대선주자 내야
내후년 대선 패하면 대한민국은 멸절의길 간다
정권 찾아올 때까지 흰머리 염색하지 않을 것"


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낙연 대표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공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여권에는 이 대표를 필두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의 대권주자들이 있다. 야권에는 '사람이 없다'는 탄식이 공공연히 나온다. 정 의원은 총선 패배의 원인도 그 지점에 있다고 짚었다.


정진석 의원은 "'조국 사태'를 통해 문재인정권과 민주당에 실망한 국민들이 많았는데, 우리 당이 그 불만을 담아낼 그릇을 마련하지 못했다"라며 "민주당에는 이낙연·이재명·김경수라도 거론이 됐는데, 우리 쪽을 쳐다보니 미래 인물이 없었던 게 컸다. 황교안 대표가 미래 인물에 전혀 접근하지를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다음 대선에서는 도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물,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강직한 리더십을 구현할 인물을 찾아내 대선주자로 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그릇된 리더십에 식상한 국민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4·13 총선으로 등원한 정진석 의원이 제1야당 최다선·최고참 의원이 됐다. 함께 초선을 달았던 박병석 의원은 국회의장이 됐다. 국회부의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항거의 표시' 은발의 정 의원은 여전히 의원회관 자신의 방에 머무르고 있다.


"나라고 왜 의장석에 앉기 싫었겠느냐. 20년 정치의 보람일 수도 있는데"라고 말문을 연 정진석 의원은 "부의장을 미련없이 던진 것은 내 모든 신경이 내후년 대선 승리에 꽂혀 있기 때문이다. 그 선거마저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멸절의 길로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은 우리가 꼭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이라는 역사적 대회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모든 노력과 희생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수많은 선거를 치르고 내 선거도 치러봤다. 정치와 선거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온 셈"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나라도 몸을 던져서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배수진(背水陣)으로 가지고 있다"고 천명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화제는 다시 흰머리로 돌아갔다. 정진석 의원은 은발을 쓸어넘기며 "지금부터 내 일거수일투족 모든 순간의 생각과 행동은 내후년 대선 승리에 집중하겠다. 대선 승리가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며 숨쉬는 이유"라고 규정했다.


그러더니 "흰머리는 정권을 찾아오고나면 다시 염색을 하겠다"며 "정권을 찾아올 때까지는 염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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