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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음악방송’ 권위, 악순환의 고리 끊어내야

  • [데일리안] 입력 2020.03.31 08:27
  • 수정 2020.03.31 08:28
  •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시청률 0%대 음악방송, 방송 유지 의미있나

아이돌 편향성 여전, 콘텐츠 획일화 문제 지적

ⓒKBS2, SBS, MBCⓒKBS2, SBS, MBC

“음악방송 명예졸업, 나 때문에 생긴 제도다”


가수 신승훈은 한 예능에 출연해 이 같은 말을 했다. 그때 당시 신승훈은 14주 연속 1위의 기록을 세웠고, 당시 몇몇 가수들이 장기간 정상을 지키고 있다 보니 나머지 가수들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그래서 음악방송 제작진은 ‘1위 5주 제한’이라는 명예졸업 시스템을 도입했다.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면 ‘골든컵’을 안겨주고 명예롭게 해당 곡으로의 순위 싸움에서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활동 기간의 차이부터가 그렇고, 순위를 집계하는 방식도 변했다. 그럼에도 굳이 과거의 일을 끌어다 비교를 하려는 이유는 하나다. 당시에는 “음악방송 1위가 누구냐”고 물으면 곧바로 답이 돌아올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다. 그 시기 인기의 지표 중의 하나가 바로 음악방송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자신이 지지하는 팬들(그들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외에는 답을 아는 사람이 많아야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1위’라는 수식어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가치다. 하지만 지금의 가요 프로그램은 해당사항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가요 프로그램의 권위는 ‘바닥’을 치고 있다.


그래서 가요 프로그램을 향한 폐지 여론도 꾸준히 등장한다. 최근 시청률을 살펴보면 닐슨코리아 기준 27일 방송된 KBS2 ‘뮤직뱅크’는 0.8%, 28일 방송된 MBC ‘음악중심’은 0.7%, 29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는 1.0%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음악방송의 시청률은 0%대, 기껏해야 1%를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다.


시청률은 차치하더라도, 1위 후보 가수들의 출연 여부는 음악방송이 처한 위치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지상파 3사 음악방송에서 1위 트로피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 음악방송을 통틀어 1위 후보에는 적게는 6명에서 많게는 9명까지 오르는데, 이들 중 몇몇의 가수들만 현장에 참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워낙 잦은 현상이라서 일까. 팬들도, 언론도, 심지어 소속사와 방송사도 이런 사태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기는 듯 보인다.


대체 무엇이 음악방송의 권위를 이토록 처참하게 끌어내렸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역할의 8할은 방송사의 몫일 거다. 가장 큰 이유로 관계자들은 아이돌 편향성을 지적한다. 꽤 오래 전부터 음악방송은 아이돌 음악의 창구로 여겨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중장년층의 시청자의 이탈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SBS, MBC, KBS2ⓒSBS, MBC, KBS2

쉬운 예로 중장년의 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인 KBS1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은 꾸준히 10% 시청률을 유지한다. 지상파 음악방송의 시청률이 고작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뼈아픈 충성고객의 이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이돌의 탄탄한 팬덤과 중장년 시청층을 단순히 시청률로 비교할 수 없다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지만, 사실 아이돌의 팬덤, 그러니까 10~20대의 대중이 주말 저녁 시간에 TV 앞에 앉아서 프로그램을 지켜 보는 일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야 한다. 주 시청층이 된 젊은 세대들은 주로 스마트폰을 통한 VOD 서비스나, 방송 이후 올라온 클립 영상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국내 팬에 해외 팬들까지 포용하는 방송 후 가수들의 클립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방송사가 수익을 챙길 순 있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아이돌에 편향된 섭외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음악방송이 ‘짭짤한 수익’만을 쫓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또 음원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다 보니 음악방송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케이블과 종편의 등장, 그리고 각종 음원사이트에서도 아이돌 음원의 순위를 저마다 집계한다. 이 과정은 사재기를 부추기고, 공정하지 못한 집계라는 의혹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논란이 되자 음악프로그램은 순위제를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음악중심’은 2006년 순위제를 폐지, 이듬해인 2007년 부활, 2015년에 또 폐지, 그리고 2017년에 부활시키는 행동을 반복했다. SBS도 2012년 ‘인기가요’의 순위제를 폐지했다가 이듬해 다시 도입했다. 하지만 단순히 순위제를 폐지하거나 도입하는 것의 문제는 아니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온 진짜 문제는 획일화된 음악방송의 프로그램 구성이다. 수준 높은, 혹은 즐길 요소들이 가득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는 시점에 여러 음악프로그램에 똑같은 아이돌 그룹의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데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플랫폼의 다양화는 앞서 언급한 1위의 주인공과 후보들이 방송에 굳이 출연하지 않는 것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보통 음악방송 출연은 신곡의 홍보에 초점이 맞춰 있었는데 이제는 방송이 아니더라도, 그보다 시간과 힘을 덜 들이면서도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음악방송의 권위가 떨어진 건 과거부터 지적된 아이돌 편향성이 진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들의 플랫폼 이동을 부추기고, 굴욕적인 0% 시청률에 이르게 된 셈이다. 그런 프로그램에 누군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출연하려고 할까. 결국 쳇바퀴 돌 듯 이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음악방송이 명성 회복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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