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털 박힌 GS25…경쟁사들도 덩달아 ‘긴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1.06.04 09:40
수정 2021.06.04 10:37

제품에 김치 표기 ‘파오차이’로…남혐에 이어 또 한 벗 뭇매

업계, 반사이익 없어…“마케팅 위축·출점 축소·점주 피해 등 우려”

GS25 파르나스점 ⓒGS리테일

편의점 GS25를 둘러싼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이 이번 사태를 바짝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GS25의 부정 이슈가 오히려 다양한 기회로 적용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해석과 달리, 마케팅 위축과 같은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GS25는 ‘남혐 논란’에 이어 ‘파오차이’ 표기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또 한 번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GS25에서 판매 중인 ‘스팸 계란 김치볶음밥 주먹밥’ 제품 설명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가 파오차이로 돼 있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 시발점이 됐다.


게시글에 첨부된 상품 설명에는 김치가 알파벳과 가타카나로 독음 그대로 표기됐지만, 중국어로는 ‘파오차이’로 적혀 있었다. 파오차이는 중국의 절임 음식 중 하나로, 최근 중국에서 "김치는 파오차이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 한중간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해당 글을 최초로 올린 작성자는 “영어, 일본어는 표기는 다 김치인데, 중국어로만 파오차이네요?”라며 “페미(니즘)에 이어 가지가지 한다"라고 비난했다. 이를 접한 여론도 “차라리 중국어 표기를 하지 말지”, “페미+중국=GS OUT” 등의 날선 반응을 보였다.


또 서울의 한 GS25 편의점 점주가 면접 불참 의사를 밝힌 아르바이트 지원자에게 욕설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져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해당 점주는 면접 3일 전 개인 사정으로 인해 참석이 불가능 할 것을 알리자, “XXX, 꼴깞떨고있네”라는 메시지를 전송해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지속되는 GS25 부정 이슈에 동종 업계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특히, 혐오 표현의 경우 본사의 의도와 다르게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암암리에 쓰는 혐오 표현을 모르면 일일이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커뮤니티를 수시로 확인하며 온라인 여론을 살피는 게 홍보팀과 마케팅팀의 새로운 업무가 됐다. 일부는 홍보물 제작 단계부터 혐오 표현을 피해 가기 위한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경쟁사 출점을 늘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자율규약과 최저임금 인상 등 신규 출점이 예전만큼 쉽지 않은 상황에서 편의점 업계는 운영 중인 매장의 간판을 바꿔다는 쪽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이번 GS25 사태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편의점 특성상 PB 제품 등 중소업체들과 협업해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GS25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록 협력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점주들의 피해도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첫 남혐 논란이 터졌을 때 경쟁사 모두 유튜브 등 마케팅 활동을 일주일 이상 멈추고 자기검열의 시간을 가졌던 것처럼 업체 하나가 부정 이슈 도마에 오르면 다 같이 긴장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수십억 원을 사회 공헌에 쏟아부어도 부정 이슈 하나에 무너진다는 점에서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무엇을 해도 주목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 등을 펼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포를 운영하는 GS25 점주들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점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피해에 급기야 한 점주는 매장에 “저도 페미 싫어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걸어놓기도 했다.


GS25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남혐 논란 이후 유튜버들의 저격 영상으로 자정이 되질 않고 사태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점주들도 소상공인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 분통터진다. 본사 차원에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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