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개는 훌륭하다'·'동물티비'…진화하는 동물 예능
입력 2021.06.01 08:32
수정 2021.06.01 08:36
"함께 행복하기 위해선 문제 해결 필수"
국내 반려동물 가구 1500만 시대를 맞았다. 사람과 반려동물의 '공존'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동물 예능도 이에 발맞춰 현실적인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KBS2 예능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이하 '개훌륭')에서는 '남양주 개물림 사고'에 대한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 강형욱의 생각을 다뤘다.
제주도 들개 개물림 사건부터 진주 양계장 습격 사건, 그리고 최근 남양주 들개 개물림으로 인한 사망 사건 등 사람의 생활을 위협 중인 들개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강형욱은 "사람의 도움을 거부하는 개들과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길에 있는 개를 보면 어떤 사람은 그냥 놔두라고 한다. 동물보호소에 가서 안락사를 당하는 것보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받아먹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하는데, 보호소 환경을 개선해야지 그 자체를 막으려고 하면 발전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훌륭'은 최근 개물림 사고 등을 비롯해 유기견 문제, 불법 농장 등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뤄왔다. 문제견들의 행동 교정을 통해 반려동물 훈련법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한 것은 물론, 도시에서 반려동물을 제대로 케어하기 위한 맞춤 훈련법을 제시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던 '개훌륭'이 문제의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개훌륭'의 이동훈 PD는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나. 대부분이 반려동물을 사랑하지만, 그것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거나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다만 이것을 케이스별로만 다루기보다는 조금 더 넓혀 반려문화 성장에 기여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야기를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배우 류수영이 진행 중인 KBS2 예능프로그램 '동물티비'는 '불편한 진실'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파일럿 방송 당시 들개 피해를 다뤘으며, 최근에는 유기견 보호소 문제, 공혈견 실태 등을 직접적으로 다뤘다. 개, 고양이만이 아닌 소나 말 등 동물 예능들이 메인으로 다루지 않았던 다양한 동물들을 다루며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이 역시도 시선을 넓혀, 단순 현상 이면에 담긴 문제들을 담아내기 위한 의도였다. '동물티비'를 연출 중인 김영민 PD는 "사람의 문제와 동물의 문제에 있어서 넓게 보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재미있어요', '좋아요', '특이해요'가 아닌, 관련 문제들이 생활 속에서 왜 생기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조명을 해주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단순 현상보다 그런 일이 왜 생기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넓게 보고 취재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방송이 종료된 KBS2 '펫비타민'에서는 사람과 반려동물의 건강을 함께 들여다봤으며, 4부작으로 기획된 SBS '어쩌다 마주친 그 개'에서는 유기견 공동 임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상처받은 유기견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기 위해 분투하는 스타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전처럼 동물의 귀여움 혹은 이색 동물이 주는 흥미 등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닌, 조금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을 드러내며 변화 중이다.
김영민 PD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이제는 동물들이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 치과의 숫자만큼 동물 병원이 있다. 동물들이 생활에 밀접해졌다"며 "'동물티비' 파일럿에서 다룬 것이 '시골에 떠돌이 개들이 왜 많아질까'였다. 들여다보면 노령화와도 연관이 있더라. 키우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동물들이 방치 돼 들개가 되는 거다. 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다 우리의 문제가 돼버렸다. 동물 복지는 이제 우리와 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동훈 PD 또한 "이제는 단순히 예쁘다, 좋다만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함께 행복하려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