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오디션도 스핀오프, 굳히기와 재탕 사이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4.16 08:04 수정 2021.04.16 08:06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가 불지핀 오디션 파생 예능 트렌드

'싱어게인' 후속 '유명가수전', 독창적 구성으로 호평

주로 흥행한 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스핀오프’(spin-off)가 이젠 예능가에서도 익숙한 일이 됐다. 정확히는 익숙하다 못해 당연시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초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난리났네 난리났어’를 내놓았다. ‘유퀴즈’에 출연했던 한 출연자의 발언이 프로그램 안에서 유행어가 되면서 스핀오프의 프로그램명이 된 것이다. 2회에 걸쳐 선보였던 이 방송은 기존 프로그램인 ‘유퀴즈’의 시청률인 4%대에 근접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난해 예능가에 처음 스핀오프가 등장했을 때는 주로 웹예능의 형태로 제작됐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출연자인 김민경의 ‘운동뚱’, MBC ‘나 혼자 산다’의 여성출연진 박나래·한혜진·화사의 ‘여은파’ 등 숏폼 콘텐츠의 웹예능으로 제작됐다. ‘여은파’의 경우 공개 1~2주 만에 조회수 150~40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나 혼자 산다’ 본방송 직후 ‘여은파’(순한맛)을 편성하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까지 거머쥐었다. 운동뚱 역시 큰 화제를 모으고 출연자인 김민경이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웹예능의 형태로 제작되던 스핀오프의 인기가 증명되자 방송사는 인기를 적극 반영해 스핀오프를 정규 편성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방송가를 주름잡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이 같은 흐름에 합류했고, 어느새 가장 활발히 스핀오프가 제작되는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후 주요 출연자들을 모아 그 연장선에 있는 예능을 제작하는 식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종영된 이후엔 우승자에게 상금을 주는 걸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출연자들은 주로 방송 이후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기획사의 역량으로 이미 존재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비추거나, 새 앨범을 내고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조차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아 ‘인재를 찾아놓고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오디션 프로그램들 중 가장 먼저 스핀오프에 도전한 건 TV조선이다. 지난해 ‘미스터트롯’은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 등의 파생 예능을 내놓으면서 성공신화를 썼다. 애초에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이 가지는 화제성이 엄청났던 터라 프로그램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방송사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 소위 ‘사후관리’ 개념이 적용되면서 출연자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까지 얻었다.


TV조선의 시도로 오디션 예능의 확장성이 입증된 후에는 후발주자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스터트롯’의 다음 시즌인 ‘미스트롯2’는 TOP7 출연자가 사연을 보낸 부모님에게 신청곡을 불러주는 ‘내 딸 하자’를,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은 TOP3가 선배 가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유명가수전’을, KBS ‘트롯 전국체전’은 주요 출연진이 의뢰인의 고민에 따라 즉석에서 무대를 꾸미는 ‘트롯 매직유랑단’을 편성했다.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스핀오프 트렌드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오디션으로 배출된 스타들을 방치하던 방송사들의 사후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찾은 것이란 긍정적인 의견이 강하다. 출연자는 인지도를 높이고, 방송사는 시청률을 보장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쉬운 선택이 독이 될 우려도 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는 다는 점에선 진입장벽이 낮지만 어디까지나 본편의 힘이 스핀오프까지 이어질 때의 이야기다. 또 이미지란 것이 워낙 소모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흔히 사용되고 있는 신청곡을 받고, 노래를 불러주는 시스템이 언제까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지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싱어게인’의 스핀오프 ‘유명가수전’이다. 순위를 정하거나 지나치게 예능적으로 출연진을 소비하기 보다,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현역 가수의 이야기를 적절히 버무려냈다. 이 과정은 흡사 ‘싱어게인’의 뒤풀이 같았다. 덕분에 진솔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공연은 더 진정성을 띄게 됐다. ‘유명가수전’ 역시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핀오프로, 독창적인 포맷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구성함에 있어서 ‘싱어게인’만의 독창성을 찾은 셈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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