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카카오-네이버②] K-웹툰서 웃었다...‘콘텐츠’로 글로벌 장벽 넘는다
입력 2020.09.15 06:00
수정 2020.09.14 21:08
네이버 ‘라인’으로 시작해 ‘웹툰’으로 쐐기
카카오 픽코마 돌풍...“올해 K-콘텐츠 전파 원년”
콘텐츠, AI 등 아우르는 기술 플랫폼으로 도약
벤처로 시작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IT기업으로 자리 매김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주도할 대표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현 위치를 확인하고, 글로벌 강자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와 책임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에서 시작한 카카오와 네이버는 글로벌에서 생존을 위한 답을 찾았다. ‘내수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 IT 플랫폼 도약을 위해 해외 시장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무수한 실패를 겪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양사는 웹툰을 앞세운 콘텐츠로 해외 젊은 층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 “두드리면 열린다” 네이버 5년만의 결실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기는 투쟁의 역사다. 국내 포털 1위 네이버는 모바일 주력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내수에서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치이고 글로벌 동영상 시장에서는 구글을 따라가기도 벅찼다. 그럼에도 계속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총괄책임자(GIO)는 철저한 현지화에 주력했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때도 도쿄 일본법인 사무실에서 라인 서비스 개발을 독려할 정도로 사활을 걸었다.
절박함과 위기의식은 ‘7전8기’ 끝에 통했다. 2016년 7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일본에서 잭팟이 나며 자회사 라인이 미국과 일본 증권 시장에 동시 상장한다. 모바일 메신저 사업을 본격 시작한지 5년만, 해외 상장을 추진한지 2년만이다. 라인은 일본, 동남아 지역에서 1억6000만명이 넘게 사용하고 있다. 라인의 성공은 유럽과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네이버는 라인에 금융, 웹툰 등 자사 서비스를 붙여 국제 플랫폼 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라인을 성공시킨 네이버는 웹툰, 동영상 서비스, 채팅 앱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웹툰’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라이브(V LIVE)’로 제2의 라인신화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웹툰 이용자의 91%가 보고 있는 네이버 웹툰은 해외서도 폭발적인 인기다. 브이라이브는 ‘스타’ 라이브 시장을 개척해 호응을 얻었다. 코로나19 이후 전체 유료거래액이 11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1억 다운로드 돌파를 앞두고 있다. K팝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방 마님’ 카카오는 조수용-여민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 후 글로벌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는 그동안 카톡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사업으로 몸집을 키워왔으나 글로벌 성적표는 처참했다. 일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진출했으나 라인, 와츠앱 등 글로벌 메신저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수익 모델도 불완전하고 현지화 투자 및 홍보 전략도 부족한 점이 실패원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공동대표 시대를 맞이한 카카오는 ‘3.0’시대를 선언하고 새롭게 무장했다. 플랫폼 대신 콘텐츠 지적재산권(IP)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음악, 웹툰 및 웹소설, 게임, 영상 등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종합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내세운 글로벌 콘텐츠 전략은 순항중이다.
픽코마는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선전중이다. 카카오는 픽코마,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페이지 등을 통해 일본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중국과 동남아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가 보유한 수익화 모델, 오리지널 IP 기반 사업모델로 대만, 태국을 넘어 중국까지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 저력 과시한 K웹툰...‘아시아판 디즈니’ 꿈꾼다
양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웹툰 시장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웹툰 자체의 인기는 물론 원작 IP를 활용한 영화, 게임 등 2차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해리포터’나 ‘어벤져스’ 등 마블의 만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은 일본 미국 등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를 발판으로 타 해외국가 진출 기회까지 엿보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글로벌 월간순사용자(MAU)는 지난달 6700만명을 넘겼으며, 월간 유료 거래액은 800억원을 돌파했다. 연간 거래액 1조원 달성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 흥행몰이 중이다. 북미 MAU는 지난해 1000명을 돌파했는데, 젊은 ‘Z세대’ 비중이 75%에 달해 전망이 더욱 밝다. 유료 결제건수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성장했다. 웹툰 '신의 탑'은 미국에서 지난 4월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미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9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시장은 IP를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 및 유통하기가 원활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에 네이버는 한국, 일본, 중국으로 나뉘어져있던 웹툰 사업 조직을 미국 법인으로 통합하며 발빠른 행보를 펼쳤다. 미국 시장을 거점으로 다양한 콘텐츠 사업자들과 공격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겠다는 의지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웹툰 플랫폼이 한 지역의 콘텐츠가 각 국가로 연결되는 '크로스 보더'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픽코마는 일본에서 지난달 앱 매출 1위를 달성했다. 2016년 4월 일본 시장 진출의 첫 쾌거이다. 픽코마는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달성하며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약 5조7000억원 규모의 일본 만화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디지털이 종이 시장을 역전했다. 웹툰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다. 픽코마의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앞세워 웹툰 IP사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 ‘승리호’와 ‘정상회담 : 스틸레인3’ 영화화를 진행중이다. 다음웹툰 ‘쌍갑포차’는 지난5월 방영된 바 있다. 카카오M은 웹툰 IP를 바탕으로 한 영상제작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지, 픽코마 등 유료콘텐츠 매출은 2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연 매출액은 4300억원까지도 점쳐진다. 유료콘텐츠 매출 비중은 전체 콘텐츠에서 비중이 높진 않지만, 성장세가 가파르고 잠재력이 매우 커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카카오M, 카카오프렌즈 등 IP사업 부문은 3753억원으로 79% 급증했다.
◆ 무한경쟁 시작…“글로벌에 향후 10년 존폐 달려”
네이버와 카카오의 향후 미래는 글로벌 진출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 시장에는 국경이 없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한 경쟁은 현재 진행중이다.
네이버는 콘텐츠를 넘어서 IT 기술 기업으로의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회사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성공시켰지만 해외에서 미국, 중국 등의 빅테크 기업과 힘겨운 몸싸움 중이다. 네이버가 구글 반독점 이슈에 민감한 유럽을 거점으로 AI생태계 조성에 나선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앞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는 “미국과 중국(G2)이 주도하는 인터넷 제국주의에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GIO는 2016년 북미 유럽지역 공략을 선언한 이후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해외 투자와 사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7년 3월부터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았고 이듬해에는 등기 이사에서도 물러났다. 네이버는 프랑스 파리에 법인 ‘네이버 프랑스’를 뒀으며, 한국계 프랑스인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탈의 ‘K-펀드1’에 모두 1억 유로를 출자하기도 했다.
또 유럽에 인공지능 연구소(‘네이버랩스유럽’)를 인수해 인공지능, 3D비전, 자연어 처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글로벌 벤처캐피털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가 조성한 펀드에 1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이 GIO는 내년에 출범하는 라인과 야후재팬 합작회사인 A홀딩스의 이사회 회장을 도맡는다.
카카오는 올해를 K-콘텐츠 전파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2번 연속 상한가)’을 기록하며 최근 기업공개(IPO)를 마친 카카오게임즈는 3840억원에 이르는 공모자금을 통해 게임 개발사 인수합병(M&A), 신규 IP확보 등에 적극 투자한다. 10여종의 글로벌 게임도 준비중이다.
인도네시아 미국 등으로 진출한 카카오페이지도 합작법인 설립이나 M&A를 통해 대만, 태국, 중국 등으로 보폭을 넓힌다.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설립한 자회사 애드페이에서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는 인기 웹툰, 웹소설 IP를 활용한 게임도 개발중이다. 카카오페이지도 내년 IPO가 유력시 되고 있다.
여민수 대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창립20주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 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화두는 '글로벌화'”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또 ‘콘텐츠’가 향후 10년 IT산업의 미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을 맞이하면서 넷플릭스, 픽코마, 카카오페이지 등 많은 콘텐츠 소비가 성장했다”며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영화까지 확장되고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하게 집중되고 있어 확대 기반이 조성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