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SA 인기 '뚝'…비과세 연장 양도세 '면피용 카드' 논란
입력 2020.07.20 05:00
수정 2020.07.17 16:41
증권사, 신탁·일임형 ISA 고객 1년 새 3605명·2116명 감소…3년 간 3만6412명 이탈
수익률, 올 3월 -6.59%로 급락 후 부진…주식 양도차익 비판 모면 위한 꼼수 연장 비판
고객들이 증권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초과소득에 대한 비과세혜택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유인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소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ISA를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비과세혜택마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증권사 신탁형 ISA 가입자 수는 12만4765명으로 전년 동기의 12만8370명 대비 3605명(2.8%) 줄었다. 2년 전인 2018년 5월 말의 13만4453명과 비교하면 9688명(7.7%) 줄어든 규모다. 2017년 5월 말의 15만3112명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만8347명(18.5%)의 고객이 빠져나갔다.
이 같은 현상은 일임형 ISA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올 5월 말 증권사 일임형 ISA 가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9666명보다 2116명(8.0%) 줄어든 2만7750명으로 집계됐다. 일임형 ISA 가입자 수는 5월 말 기준 ▲2016년, 3만8790명 ▲2017년, 3만5815명 ▲2018년, 3만2589명 등으로 지속 줄어드는 추세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신탁·일임형 전체에서 총 3만6412명의 고객이 이탈했다.
ISA는 한 계좌에 예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 2016년 3월 금융당국이 국민 재산 불리기를 목표로 출시했다. 5년 만기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2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ISA에서 발길을 돌리는 이유는 만족할만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올 5월 말, 증권사의 6개월 만기 ISA 수익률은 -1.26%를 기록했다. 넣어놓으면 오히려 손실이 나는 셈이다. 1년 만기 상품 수익률도 2.42%로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이 역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수료를 제외하면 손실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 5월 2.95%이던 6개월 만기 ISA수익률은 8월 1.13%로 떨어졌다가 12월 말 3.61%까지 오르면서 시기별로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그만큼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본격 확산 된 올 3월 -6.59%까지 떨어지더니 4월(-3.34%)과 5월까지 3개월 연속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는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존재하는데다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되는 기간도 있어 유동적인 측면에서 단점이 존재한다"며 “낮은 수익률과 200만원에 불과한 비과세 한도도 고객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ISA를 통한 자산증식을 적극 권장하고 있음에도 신통한 결과가 나오지 않다는 점이다. 애초 ISA는 2018년 말 일몰될 예정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국회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신규 가입 시한을 2021년 말로 연장했지만 가입자는 더 줄었다.
게다가 ISA의 생명은 한 차례 더 연장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가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으로 2000만원 이상을 번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양도차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투자자 반발이 격화되자 ISA의 일몰 시한을 2022년 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200만원을 초과하는 ISA 초과소득분에 대해 9.9%의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점은 투자자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5년으로 규정된 의무가입기간과 연간 2000만원으로 설정된 납입한도 역시 고객 유인효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근로·사업소득자의 소득 발생 기간 범위를 3년으로 늘린 제도 역시 큰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도 ISA 판매에 시큰둥한 모양새다. 증권사는 ISA 도입 초기인 2016년에는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상품을 앞세워 적극 영업에 나섰지만 이내 마케팅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ISA 특판 상품은 2019년 이후 자취를 감춰 찾아보기 어렵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점에서도 ISA 판매 계좌수가 평가지표(KPI)에 반영돼 경쟁이 벌어졌지만 최근 평가지표가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큰 이점이 사라져 자주 권하지 않는다"며 "ISA는 고객이 직접 자산을 선택하는데 대부분 예·적금 중심의 안정적인 운용을 원하는 측면이 강해 수익률도 저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