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카타르 잭팟? 버틸 체력이 먼저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6.09 06:00
수정 2020.06.08 17:13

WSA, 한국 철강 수요 12.7% 감소 전망…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 커져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될수록 불리…조선·자동차업체 대상 가격 협상 치열할 듯

고로 출선 장면ⓒ포스코

철강회사들이 카타르발 LNG선 '호재'에도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매출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수익성은 낮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악재로 구조조정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2~3년 뒤에나 실적에 반영될 수주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철강 제품 가격 인상 등 당장 버틸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 철강 제품 수요 감소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철강 수요는 올해와 내년 모두 지난해 수준에 미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철강협회(WSA)는 최근 단기 전망(SRO)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세계 철강 수요가 전년 보다 6.4% 감소한 16억5390만t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17억1740만t)엔 수요가 3.8% 늘어나지만 2019년 수준인 17억6650만t 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한국의 올해 철강 수요는 내수·수출 동반 부진으로 전년 대비 12.7% 줄어든 4650만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수요는 4920만t으로 5.9% 회복되나 지난해(5320만t) 수준 보다는 미달한다는 관측이다.


원자재로 사용되는 철광석 가격도 최근 t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호주에 이어 철광석 생산량 2위국인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산세로 도시봉쇄(록다운)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도시봉쇄로 철광석 채굴이 힘들어진만큼 공급량도 대거 축소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5월 브라질 철광석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9%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악재이다 보니 완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연내 코로나19 대유행이 또다시 창궐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실화될 경우, 셧다운(임시 가동 중단)은 물론 수요 감소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 불안에 철강사들은 생산량 조절에 나서는 한편 가격 정상화를 위해 제품가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지속되는 수요 부진으로 현대제철은 올해 초 당진제철소 열연공장 생산계획을 70만t 규모로 20~30%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는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는 최근 개수를 마친 광양3고로의 가동 시점을 조정하고 오는 16일부터 일부 생산 설비가동을 멈추는 등 탄력조업을 단행한다.


설비가 멈추는 사업장의 직원들에게는 유급휴업을 실시한다. 이 기간 포스코는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할 예정이다.


가격 인상도 진행중이다. 유통용 후판의 경우 6월 출하분 후판 공급가격을 t당 2만원 인상키로 했다. 포스코는 수입대응재인 GS강종 열연강판 가격을 t당 1만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사들은 우선적으로 유통용 제품 위주로 인상에 나서면서 단위가 큰 자동차강판, 후판 가격을 차례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강판 가격과 관련해 현대제철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철강사가) t당 3만원 인상을 요구한 뒤 답보상태"라고 밝혔다. 이후 6월 초 현재까지 인상폭을 놓고 완성차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후판 가격도 철강사들이 지난해 양보한 만큼 올해는 반드시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격 정상화가 사전에 이뤄져야만 카타르발 LNG선 건조 기간에도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 실적이 여전히 적자이고, 올해 상선 발주 규모도 예년 보다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조선사들과의 신경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발 LNG선 수주와 관련해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카타르와 국내 '빅3' 조선사간 계약은 건조 공간을 확보하는 약정서(Deed of Agreement) 체결이어서 추후 변동 가능성이 있다.


100척을 모두 수주한다고 하더라도 후판을 제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5년에 걸쳐 공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드라마틱한 매출 효과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철강사들은 수요 부진에 따른 매출 하락, 수익성 감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 수요처 대상으로는 철강사들이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배수진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악재로 철강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현재로서는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시급하다"면서 "그래야 대형 수주를 앞두고 철강사들이 유리한 입장에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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