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코로나 재고 면세품' 반짝 인기에 판매 전략도 각양각색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6.05 06:00
수정 2020.06.04 22:05

첫 포문 연 신세계, 서버 다운되며 하루 만에 90% 품절

롯데, 26일 백화점 통해 10여개 브랜드 판매

현장 구매 후 별도 절차 없이 바로 가져갈 수 있고 A/S 가능

신라, 수입대행업체 등 다방면으로 유통채널 협상 중

재고 면세품 인기에 면세업계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면세품의 시중 판매가 처음이다 보니 브랜드 선정과 가격 책정에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큰 할인율 덕분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첫날부터 품절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3일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와 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통해 재고 면세품 판매를 시작했다. 에스아이빌리지의 경우 예약 판매가 시작된 오전 10시 이전부터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길 반복하다 하루 만에 전체 상품의 93%가 팔려나갔다.


이날 판매된 상품은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등 4개 브랜드 제품으로, 할인율은 최대 50%에 달했다. 여기에 구매 금액의 5%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 적립혜택까지 제공하면서 실질적인 할인폭을 더욱 키웠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브랜드별로 최대 70개의 상품이 준비됐지만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상품은 순식간에 품절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평소의 20배까지 접속이 가능하도록 서버를 증설했지만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됐다"며 “재고 상황을 파악하고 일부 상품은 추가 입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면세업계는 재고 면세품 판매에 대해 “숨통은 트였다”면서도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


백화점 등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어 유통채널 확보나 가격 책정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특히 일부 명품 브랜드의 경우 할인 행사를 하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 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에서는 판매를 가장 빨리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신세계였기에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세계백화점 등 그룹 계열사 전반이 명품 브랜드에 강점을 갖고 있다 보니 해당 브랜드와 협상이 다른 면세점에 비해 수월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가장 빨리 판매를 시작했지만 판매 상품 브랜드가 4개로 한정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유통채널 및 브랜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사전 예약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실제 상품을 받아보기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상품은 통관 절차를 거쳐 12일 후 배송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26일 시작하는 ‘대한민국 동행 세일’ 기간에 맞춰 롯데백화점을 통해 재고 면세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롯데는 패션, 잡화 등 10여개 브랜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와 다른 점은 미리 통관절차를 거친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구매해 바로 가져갈 수 있다. 향후 롯데백화점을 통해 에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신세계와 다른 점이다.


롯데면세점은 그룹 내 유통 계열사 외에 추가로 다른 유통채널과도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라도 면세점에 따라 마진율이 다르거나 입고 상품이 달라 협상 조건이 제각각 일 것”이라며 “가격으로 승부를 볼지, 아니면 상품으로 차별화를 할지는 해당 면세점과 이를 판매하는 유통채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면세업계 빅3 중 유일하게 그룹 내 유통채널을 보유하지 못한 신라면세점도 다방면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백화점과 온라인몰을 비롯해 해외로 바로 수출할 수 있는 수입대행업체 등도 협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면세업계 일각에서는 재고 면세품 열풍이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3대 명품이 제외된 데다, 브랜드나 상품 모델도 면세업체 마다 달라 판매가 한정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상품군도 패션, 잡화에 그쳐 면세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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