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톺아보기] 사모펀드 조이는 당국...자산관리 시장 무너질 판
입력 2020.05.03 06:00
수정 2020.05.03 04:52
사모펀드 420조1410억 규모, 전월말대비 8000억 감소
시장 참여자, 투자 및 운영관리에 자율 전제 규제 필요
1조6700억원대 천문학적인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지 반년.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 3개와 자펀드 149개에 대한 환매 중단이 결정된 이후에도 라임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라임사태는 조단위 피해 규모는 물론 금융회사, 증권사, 상장사, 감독기관 등이 총망라된 초대형 권력비리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손실 규모는 여전히 가늠할 수 없지만 이제까지 드러난 라임의 사기 행각을 본다면 대부분 손실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본지에서는 7개월간 걸쳐 밝혀지고 있는 라임사태에 대해 총 4회에 걸쳐 정리해보고자 한다.
제 2 라임사태를 막기위해 금융당국이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면서 자산관리 시장이 직격탄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빈대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성장통임을 간과하고 규제 일변도의 제도 개편으로 전환했다가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규제보다 시장참여자의 자율을 전제로 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모펀드 규제를 더욱 강화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라임사태가 터지자 금융위원회는 규제를 대폭 완화했던 사모펀드 시장을 5년여만에 다시 조이는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관련 내용은 시장규율을 통한 위험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자산운용사는 내부통제 및 중요 의사결정구조를 강화하고 펀드재산 평가에 대한 공정성 확보, 손해배상능력을 확충하도록 했다. 판매사에게는 불합리한 펀드 운용에 대한 견제기능을 도입했다. 수탁기관 및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의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 관리 책임도 명확히하도록 했다.
이번 규제는 감독당국 보고의무 강화와 사전예방적 검사 실시, 불건전영업행위 제재 강화, 부실운용사 퇴출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제도를 내놓은지 5년여만에 라임사태가 터지면서 규제 조이기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라임사태로 직격탄을 받았는데 사모펀드 규제 강화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전체 규모(설정원본+계약금액)는 총 420조1410억7200만원으로 전월말 대비 7937억6300만원이나 줄었다. 라임사태 여파로 사모펀드 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은 지속되고 있다. 운용업계는 라임사태 이후 자금유출은 물론 신규 설정이 안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국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다시 조이는 방향으로 결정하면서 향후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라임사태로 인해 모험자본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할 사모펀드 시장에 일관적인 규제를 강화한다면 산업 위축은 불가피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형 헤지펀드가 결국 쇠퇴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시장규율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장 전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의 경우 헤지펀드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를 통한 시장규율 및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독립성 강화와 관련해서는 제3자 헤지펀드 서비스 제공자를 통한 견제와 균형을 확대하는 한편 프라임브로커와 전문 사무관리회사의 역할을 확대시켰다.
예컨대 헤지펀드 내부에서 이뤄지던 기준가 산정이나 회계, 준법관리, 판매 및 환매 업무처리, 투자자 의사소통 등의 업무를 독립적인 제3자 기관에 아웃소싱하는 방식이다. 헤지펀드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 사무관리회사는 월별 기준가 산정과 주기적 투자자 보고서 발행 등을 통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부 사모펀드의 투자실패로 전체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강화가 이뤄진다면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을 훼손시키고 규제비용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정부 규제보다 시장 참여자가 견제와 균형을 통해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평판시장을 형성해 시장 참여자 모두가 상생하는 시장 조성에 나서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효율성 제고와 모험자본 공급 기능이 원활히 발휘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시장참여자의 자율을 전제로 규제를 최소화해야한다"며 "프라임브로커와 수탁기관, 회계법인, 판매사 등이 평판 자본의 축적을 통해 각자 독립성을 발휘하며 투명성을 제고해 나가는 등 시장 전체가 투자위험 관리와 운영위험 관리의 중심축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