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vs. 노도강↑…아파트값, 금융위기 때와 닮은꼴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입력 2020.04.12 06:00
수정 2020.04.13 14:14

올해 1분기 강남3구는 대출규제와 보유세 부담,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되면서 오름폭이 크게 둔화됐다. 반면 노원, 강북, 성북, 강북 등 서울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하락,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상승과 닮은 모습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 상황을 보면 외부 쇼크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008년 버블세븐지역에 포함된 강남3구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진 반면, 노도강 등 서울 외곽지역은 리먼사태 발생 직전까지 상승했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말 대비 리먼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8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노원(22.23%) ▲도봉(21.80%) ▲중랑(18.87%) ▲금천(12.48%) ▲강북(12.42%) 등이 크게 올랐지만 ▲송파(-4.26%) ▲강동(-4.09%) ▲강남(-2.16%) ▲서초(-1.61%)는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값은 2008년 리먼사태 직전의 가격 흐름과 많이 닮은 모습이다. ▲노원(4.59%) ▲강북(4.25%) ▲성북(3.80%) ▲동대문(3.44%) 등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고 도봉도 2.77%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1.61%)보다 높았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용산(0.25%) ▲송파(0.25%) ▲종로(0.38%) ▲서초(0.42%) ▲강남(0.65%) 등은 대출 규제로 오름폭이 크게 둔화됐다.


2000년대 이후 가격상승을 주도했던 버블세븐과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각종 규제로 2007년부터 하향세를 보였고 2008년 들어 강남3구는 하락세가 더 두드러졌다. 반면 서울 노도강 등 강북권과 경기 북부 일부 지역은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움직이면서 2008년 상반기까지 상승폭이 커졌고 리먼사태 발생 직전까지 오름세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승세를 견인하던 강남3구 아파트값이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3월 들어 일제히 하락 전환됐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에 수요가 이어진 서울 노도강과 성북, 동대문 등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오름폭을 키웠다. 경기도는 수원, 군포, 화성, 의왕, 하남 등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비규제 및 저평가 지역이 키 맞추기에 나서면서 상승폭이 커졌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과 보유세 부담 등으로 강남3구 집값이 하락한 반면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 남부권은 중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 장기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 매수 심리 위축이 강남권은 물론 서울‧경기 외곽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던 서울 노도강을 비롯해 수도권 외곽지역도 리먼사태 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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