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사실상 인정…프랜차이즈업계 “대등한 지위 부정하는 꼴”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4.01 06:00
수정 2020.04.01 05:52

소상공인 단체 행위에 대한 심사 지침 시행...'거래조건 사전 논의해도 담합 아니다’

업계 "기업-근로자 간 종속관계여야 성립 하지만 가맹본부-가맹점은 대등 관계"

프랜차이즈 업계 '종속 관계'로 후퇴 된 셈

지난해 차액가맹금 공개 문제에 이어 올해 가맹점주 단체교섭권이 프랜차이즈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가맹본부 측에서는 프랜차이즈 업태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가맹점주와의 대등한 관계를 오히려 종속 관계로 전락시키는 모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측에서는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반박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단체가 가맹본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리 거래조건 등을 논의해도 담합이 아니라는 내용의 ‘소상공인 단체 행위에 대한 심사 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가맹본부를 상대로 ▲원·부재료 가격 ▲영업시간 ▲판매장려금 ▲점포환경 개선비용 등 거래조건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가맹점주 개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상품 가격이나 공급량 등 소비자에 대한 거래조건을 가맹점주 단체가 일률적으로 정하는 행위에는 담합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이미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의 경우 가맹점주협의회와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공급 가격 등을 협의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가맹점주협의회 35개 이상으로 외식 관련 업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이란 관점에서는 프랜차이즈 업태의 특수성을 무시한 모순적인 처사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개인사업자로 가맹본부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는데 이를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 인정되는 종속 관계로 후퇴시켰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체교섭권이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권리인 만큼 이를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에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에 단체교섭권을 주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부정합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사업자 대 사업자인 관계를 일반 기업의 노조처럼 대우한다는 것은 오히려 가맹점주의 지위를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가맹점주 단체교섭권을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담합이 아니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식으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단체교섭권을 도입하기에는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시장에 시그널을 날린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문제는 정부와 여당에서 지속적으로 법 개정 등을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가맹점주단체구성권과 거래조건 협의요청권이 도입됐지만 가맹본부가 교섭 요청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단체교섭권 도입을 통해 가맹점주들의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맹본부는 ‘갑’, 가맹점은 ‘을’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이 가장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맹점은 피해자라는 인식 때문에 정부의 정책도 가맹점이나 소상공인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가맹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가맹본부의 갑질 사태로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이를 막기 위한 법, 제도 등 여러 가지 장치가 마련되고 상생협약 등을 통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갑을 프레임을 계속 가져가는 것 같다. 현실보다는 정치 논리로만 다뤄지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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