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갑질남+민폐녀 로맨스…'사랑하고 있습니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3.21 10:17
수정 2020.03.22 08:58

성훈·김소은 주연…김정권 감독 연출

'사랑하고 있습니까' 리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도 언론 시사회를 열었지만, 반응은 '참담'했다.


17일 공개된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일상에서 시작된 마법 같은 로맨스를 지향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옛날 옛적으로 돌아간 로맨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캐릭터, 이야기, 대사 모두 오글거릴 정도로 촌스러웠다.


영화의 얼개는 간단하다. 카페 알바생이자 모태솔로 소정(김소은)은 치매를 앓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아간다. 소정은 카페 마스터 승재(성훈)를 남몰래 좋아하지만, 승재는 그녀에게 시종일관 차갑다.


가족, 사랑, 일 모두 걱정거리 가득한 소정은 누군가 카페에 두고 간 책 한 권을 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책을 읽은 후 소정은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기 시작한다. 짝사랑하는 승재의 마음도 얻을 수 있을까.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기묘한 책을 만난 후, 마법처럼 뒤바뀌기 시작한 너무 다른 두 청춘남녀의 특별한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다. 동화 같은 판타지 멜로물이라는 외피를 입은 영화는 21세기에 나온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대와 뒤떨어져 있다. 우선 남녀 캐릭터는 과거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성훈이 맡은 승재는 등장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후반부에 승재의 마음이 드러나는 데도 내내 불편한 건 소정을 대하는 승재의 '갑질' 태도다. 모르는 남자들에게서 소정을 구하고선 "네가 잘못해서 이런 상황이 온 것 아니냐"고 화내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성훈은 최근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영화 내용 중) 잘못하면 커뮤니티에 올라갈 만한 갑질들도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걱정했다.


이런 승재에게 말 한마디도 못 하는 소정은 답답하다 못해 민폐 캐릭터다. 승재에 대한 마음이 커질수록 오히려 그에게 짜증만 내다가 급기야는 모호한 태도로 모두를 짜증나게 한다.


영화에 나온 대사들도 문제다. "남자들은 소녀 같으면서도 섹시한 여자를 좋아한다", "왜 넌 맨날 바지만 입니? 치마 안 입어? 편해서 입는 게 아냐, 예뻐서 입는 거지" 등 성인지 감수성과 동떨어진 대사는 일종의 '폭력'이다.


영화는 중국의 유명 OTT 업체와 강철필름이 공동으로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인 마스터 플랜 'project 10'의 기획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프로젝트가 무산됐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형 영화로 만들어졌다.


'동감', '바보'를 만든 김정권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영화가 제작될 2017년 당시 김 감독은 제작사의 기획 방향과 다른 작품의 고려를 이유로 처음에는 섭외를 고사했다.하지만 제작사의 삼고초려 끝에 연출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예전 감성을 다시 떠올리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일상의 소중함을 힘을 빼고 담았다"고 밝혔다.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확산에도 개봉한다. 8억원이 든 저예산 영화인데다 2017년 크랭크업해 더는 개봉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3월 25일 개봉. 108분. 12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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