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반도건설 경영 참여 선언에 공동전선 구축하나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1.15 06:00
수정 2020.01.14 21:31

오너가 불화 속 외부세력 공격...갈림길에 선 삼남매

일단 봉합 후 선 방어 나서나...분열시 공멸 우려

KCGI에 이어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경영 참여 본색을 드러내면서 한진 오너가에 위기가 닥쳤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 속에 외부세력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내우외환의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오히려 오너 남매의 불화를 잠재우고 다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화해보다는 공멸하지 않기 위한 공동전선으로 급히 봉합된 갈등이 향후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15일 재계와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KCGI와 반도건설 등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그룹 경영에 본격 뛰어들 태세다.


지난 2018년부터 한진칼 지분을 늘려온 KCGI는 최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지분율을 17.29%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여기에 그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여온 반도건설도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확보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단일지분으로만 놓고보면 외부 세력이 각각 1대 주주와 3대주주가 된상황(2대 주주는 델타항공)으로 둘의 합산 지분은 25.57%로 한진 오너가의 지분(24.79%)을 넘는 것으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28.94%)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동안 꾸준히 한진그룹 오너가의 경영을 비판해 온 KCGI와 달리 반도건설은 오너가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한진그룹 오너가 입장에서는 외부세력의 지주회사 지분이 늘어나고 경영 참여를선언한 것이 좋은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우호세력인지 판단이 안 서는 외부세력의 지분이 늘어난다는 것은 향후 지분 싸움에서 잠재적 불안 요소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조원태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갈등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가족간 불화의 틈을 파고 들어 그룹 경영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갈등 봉합이냐 심화냐...선택에 놓인 남매


외부 세력의 위협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이는 오너가 삼남매, 이 중에서도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다.


지난해 말 조 전 부사장이 남동생인 조 회장의 독단적인 그룹 경영을 비판하며 공세에나섰고 이 과정에서 둘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회장간 갈등도 불거지면 오너가 경영권 분쟁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다. 다행히 오너가의 사과문이 나오면서 일단 수습되는 국면이지만 갈등이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갈라진 틈이 외부세력의 지분 확대와 맞물리며 핵폭탄급 쓰나미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단일지분 기준 2대 주주인 델타항공(10.0%)을 포함하면 우호지분이 38.94%로 40%에 육박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KCGI와 반도건설이 손잡고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만 등을 돌리게 되면 지분율은 32.45%(조원태) 대 32.06%(KCGI-반도건설-조현아)로 거의 차이가 없게 된다. 여기에 조 회장과 갈등을 빚었던 이 고문까지 이탈하게 되면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러가지 가정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현실화될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외부 세력이 가족간 불화의 틈을 파고 들어 위협할 수 있는 여지가 클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KCGI나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과 공동 경영권에 총수 자리 보장 등을 제시하며 공동전선을 구축하자는 제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가장 원할 수 있는 호텔 사업 분리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한진그룹이 지난 2015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계열분리를 하려면 게열사 분사와 함께 해당되는 기업의 지분을 다시 매입해야 하는 복잡한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다 조 전 부사장이 지분 매입과 세금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고 조양호 전 회장 형제들간 사업분리때와도 상황이 다른 것이다. 지난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작고 이후 고 조양호(장남)·조남호(차남)·조수호(삼남)·조정호 회장(사남) 등 네 형제는 항공·중공업·해운·금융 부문으로 각자 분리했다.


당시에는 순환출자 체제를 갖춘 그룹 지배구조 특성상 계열별로 순환출자 고리만 끊으면 손쉽게 분리가 가능했던 것으로 현재의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쉽지 않다. 여기에 당시에는 사업부문이 다양했지만 지금은 한진그룹이 항공과 호텔 외에 주력이라 불릴만한 사업이 없어 조 회장으로서도 주축의 한 쪽을 떼주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공멸 위기에 갈등 봉합하고 일단 방어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오너 가족들이 외부세력에 공동전선을 구축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간 남매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외부세력의 위협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은 제공했지만 자칫 잘못된 선택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이 고문 등과 함께 KCGI와 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손잡는다고 해도 반격이 성공할지 미지수인데다 성공하더라도 가족간 화합을 강조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어기게 되는 부담이 있다. 경영권 확보에 지나치게 치우친 약한 명분으로 그룹의 이미지 하락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도 당장 오는 3월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본인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위기를 초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양측의 일단 갈등을 봉합하고 외부세력에 대응하는 식으로 공동전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호 갈등이 향후 잠재적 위협으로 남겠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끄자는 양측의 입장이 결국에는 맞아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최근 경영참여를 선언한 반도건설이다. 최근 2년간 한진그룹의 경영 행태를 비판해 온 KCGI보다는 반도건설이 오너가 어느쪽이든 손을 잡기가 더 낫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반도건설 입장에서 보면 조 회장이나 조 전 부사장은 물론이고 KCGI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 꽃놀이패를 쥐게 된 형국이 된 것이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고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업가 입장에서 선택의 기로에서는 결국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선택지를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부 세력의 공격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3월 주총까지는 오너 가족들의 갈등은 최대한 수면 아래에 있게 될 것"이라며 "일단 경영권을 지켜야 화해를 하던 갈등을 하던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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