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박항서 감독, 퇴장 리더십 평가에 “대한민국 품격...”

김태훈 기자
입력 2019.12.15 00:01
수정 2019.12.15 22:08

14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통해 귀국..통영서 전지훈련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베트남 축구를 60년 만에 동남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려놓은 박항서(60) 감독이 한국 땅을 밟았다.

박항서 감독은 14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항서 감독은 내년 1월 태국서 열리는 ‘2020 U-23 챔피언십(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대비해 오는 22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동계훈련을 가진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붉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귀국한 박항서 감독은 100여명의 팬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여 금의환향의 소감을 밝혔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2018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2019 AFC 아시안컵 8강 등 기념비적 성과를 올리고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 연봉을 받으며 지난달 재계약한 박항서 감독은 “금메달을 가지고 하노이로 가겠다”는 약속마저 지켰다.

동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박항서 감독은 “조국 대한민국에서 많은 성원과 격려를 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했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베트남 국민들을 환호하게 하고, 현지언론으로부터 ‘박당손(박 감독 성+운이 좋은 때)’으로 불리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상승세는 베트남 정신이 기본 바탕이다. 경기를 하면서 선수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고 경기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축구사에 남을 만한 숱한 업적을 일구면서도 대한민국 품격까지 생각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역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른바 ‘퇴장 리더십’에 대해 박항서 감독은 “자꾸 좋게 말할 것은 아니다. 그 얘기를 이어가면 말꼬리를 물게 되고 또 이어지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며 “대한민국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동아시안게임 인도네시아와의 결승에서 박항서 감독은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0-3으로 패색이 짙은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베트남 선수들을 향해 매우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다.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에 격분한 박항서 감독은 심판 앞에서 격앙된 상태로 불만을 토했다. 몸싸움 직전으로 보일 만큼 박항서 감독도 흥분했다.

결국,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마음을 추스른 박항서 감독은 코치에게 작전을 지시했고, 관중석에서도 끝까지 집중하며 선수들을 지켜봤다. 박항서 감독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갈 때도 베트남 팬들은 “박항세오”를 연호하며 지지를 보냈다. 선수들을 보호하려는 박항서 감독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할 베트남 팬들이 아니다. 현지언론은 새끼를 보호하는 닭이라는 비유를 쓰기도 했다.

베트남 축구사에 남을 만한 숱한 업적을 일구면서도 대한민국 품격까지 생각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역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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